29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서울특별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출범식 모습. <에이블뉴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해산된 것인가, 그렇지 않은 것인가? 지난 17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가 출범식을 가진데 이어 29일 서울특별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가 출범식을 가졌다. 서울특별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의 서울지역 조직이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가 해산하지 않았다는 판단아래 출범한 조직이다. 반면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에 합류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소속 회원단체들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해산했다고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하고 있다. 과연 자립생활운동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서울특별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출범=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이하 협의회) 소속 서울지역 자립생활센터 11곳은 29일 오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이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를 요구하는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특별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이하 서울시협의회) 출범식을 개최했다.

서울지역 자립생활센터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서울지역 자립생활센터협의회를 준비해왔으며 지난 1월 성동자립생활센터 최용기 소장을 회장으로 선출했다. 이후 2월 공식 출범할 계획이었으나 협의회 해산과 관련한 논란이 발생하자 출범을 미뤄오다 이번에 출범식을 가졌다. 이들 센터들은 현재 ‘협의회가 해산하지 않았다’는 판단아래 서울시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이날 출범식에서 서울시협의회 회장인 성동자립생활센터 최용기 소장은 “이곳에서 중증장애인들이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를 요구하며 10일째 농성을 진행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어떠한 책임 있는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협의회는 출범과 함께 첫 번째 투쟁사업으로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 투쟁을 진행하고자 한다”며 “시혜나 동정이 아닌 중증장애인의 권리로써 활동보조인 서비스가 제도화될 수 있도록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협의회 부회장인 성북자립생활센터 이원교 소장은 “자립생활의 기본이념은 당사자 주체의 자기결정권과 주체적인 행동으로써 중증장애인의 삶을 짓누르고 있는 이 사회를 변혁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서울협의회는 앞으로 이러한 목적 하에 자립생활센터가 나아갈 방향과 정체성에 대해 분명하게 제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윤두선 회장은 “지금 협의회에서 몇 단체가 나가면서 문제가 생겨 비상대책위원회로 활동하고 있지만 자립생활 정신이 투철하다면 이러한 문제들은 다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며 “서울지역은 우리나라의 수도로서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곳에서 자립생활이 제도화되고 정착된다면 다른 지역에서는 더 쉽게 번져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천에서 서울시협의회의 출범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계양구자립생활센터 강현옥 대표는 “자립생활 운동은 지역사회에 근거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 중증장애인을 지역사회에 참여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런 면에서 서울시협의회의 출범은 더욱 값지고 다른 지역에도 귀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중증장애인의 염원인 자립생활이 서울시만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도 파장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시협의회는 출범선언문을 통해 “우리가 변화시켜야 할 지역사회는 서울특별시다. 서울시협의회에서 장애인의 자립생활운동은 자신의 일상생활과 구체적으로 관계있는 지역사회를 변화시켜나가는 것을 일차적인 자기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서울협의회는 “이제 우리는 서울시를 중증장애인의 참여와 활동이 보장되는 환경으로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회원단체들의 역량강화 뿐만 아니라 서울시에 거주하는 모든 중증장애인들의 조직화와 역량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바로 그 힘으로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차별받지 않고 참여하고 활동할 수 있는 서울시로 바꾸어 갈 것이다”고 결의를 밝혔다.

현재 서울시협의회에는 강동·관악·광진·노들·동작·성동·성북·중랑·피노키오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원중증장애인독립생활센터,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총 11곳이 회원단체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해산됐다”=한편 현재 한자연에 가입한 단체 중 협의회 소속 센터들은 ‘협의회는 해산했다’고 분명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먼저 협의회 전 회장인 우리이웃장애인자립생활센터 주숙자 소장과 협의회 전 부회장 부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송성민 소장은 지난 24일 ‘협의회 해산 공고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공고문에서 협의회 해산 문제와 관련해 “본 협의회는 2006년 2월 16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정기총회 제1 부의안 ‘통합을 위한 협의회 해산의 건’이 가결되었다”며 “이 결과에 대해서 감사단체로부터 지난 정기총회 결의안에 관한 재검토를 위해 2006년 3월 22일 임시총회 소집요구가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임시총회는 정족수 미달로 개의조차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는 감사단체에서 제기한 문제제기가 타당하지 않다는 반증이며 정기총회에서 논의한 안건 역시 적절한 절차를 통하여 처리되었다는 사실을 확인시킨 결과”라며 “더 이상 본 협의회 내부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되며, 정기총회를 통해 협의회 정관에 의거 적합한 절차에 따라 해산을 결의한 대다수 회원단체의 뜻에 따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가 2006년 3월 17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발대식을 기점으로 해산되었음을 공고한다”고 밝혔다.

한자연에 가입한 협의회 소속 자립생활센터 10곳도 지난 28일 성명서를 발표해 ‘협의회는 해산했으며 한자연이라는 새로운 조직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들 센터들은 “이 땅에 올곧은 자립생활의 정착을 위해서는 자립생활지원법 제정이 최우선 투쟁목표임을 인식하고 회원단체가 가진 모든 역량을 한곳에 모아 투쟁할 수 있는 구심점의 필요성을 공감하여 회원단체간의 의견 조율을 거쳐 지난 2006년 2월 16일 한국장애인자립생활단체협의회 정기총회 안건으로 ‘통합을 위한 협의회 해산’이 의결됐다”고 설명했다.

이들 센터들은 “통합을 위한 해산절차에 대해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은 종식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임시총회에 참석한 일부 소수단체를 중심으로 임시총회 장소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도저히 상식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협의회가 해산된 마당에 통합을 반대하는 일부 소수단체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단체의 명칭과 역사, 그리고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생각은 ‘통합’이라는 대의에 맞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센터들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2006년 3월17일 해산되었으며 한국의 올곧은 자립생활 이념의 정착과 자립생활의 모델을 제시하고 진정한 당사자주의 실현을 위해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로 다시 태어났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현재 한자연에 가입한 센터 중 협의회 소속 센터는 굿잡·서초·한밭·충북·열린문·우리이웃·울산·부산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북장애인손수레자립생활협회, 전주작은자의자립생활센터 총 10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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