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대토론회 모습.ⓒ에이블뉴스

일명 ‘장애인의 낙인’이라 불리우는 장애등급제. 사회 흐름상 폐지는 이제 전제로 깔고, 대안을 논의해야하는 시점이다. 이 와중에 장애인계에서 마련한 장애등급제 대토론회. 엄청난 관심을 반증하듯 토론회가 시작되기 10분전부터 이룸센터 엘리베이터 앞에는 토론회장으로 가기위한 전동휠체어 줄이 가득했다.

장애인계의 핵심적인 인물들 3명과 한명의 정부. 그리고 플로어를 꽉 메운 장애인들. 그 공간속, 그를 향한 부담스런 시선들에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정충현 과장은 가시방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토론회가 시작되자 그에 대한 걱정은 실망스러움으로 바뀌었다.

사전에 나눠주는 토론집에 정부 측의 의견이 궁금했지만, 단 한 줄도 없었으며, 그가 말하고자 하는 뜻을 적어도 기자는 이해를 못했기 때문이다.

먼저 장애등급제의 문제점에 대한 첫 질문에 아리송한 대답을 내놨다. 1988년 등록제 시행을 설명하며, 장애등급제의 기준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급하신 분을 먼저 해줘야 한다. 기준이 없다고 하면 선착순 제도일 뿐이다”는 대답.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등급제가 필요하다는 건데, 현행 체계를 이어가자는 답변인가. 어쨌든 뭐 다음.

또한 그는 병원에 가면 일반 환자, 중환자 병실이 있음을 통해 등급제의 불가피성을 대입하며, 의학적 기준의 필요성도 함께 설명했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도와드리는 기준은 얼마나 소득이 있는가. 재산이 있는가를 통해 도와드릴까 말까를 고려한다. 그렇다면 장애인에게는 장애여부를 의학적으로 봐야하지 않나”라는 것.

이에 “배가 고파 밥 달라는데 위장 찍을 필요 없다”는 한 토론자의 자조 섞인 대답에 플로어에서도 씁쓸한 웃음들이 터졌다. 그동안 장애계가 목 터지게 설명해온 의학적 기준의 문제점을 이해하지 못한 발언인가 싶었다.

우리나라의 장애등급판정 기준은 지나치게 의료적 기준으로만 편향, 의료적으로는 합의될 수 없는 장애 간 형평성의 문제, 현실적이지 못한 판정기준 등의 문제로 장애계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이슈다.

병원의 일반 병실과 중환자 병실의 예부터 잘못됐다. 일반 병실에서 중환자 병실로 옮기는 것은 가족들의 선택과 자신의 선택의 몫이다. 하지만 등급제는 이와 다르다. 자신의 선택이 아닌 타인의 선택에 의해 등급이 매겨지는 것이다. 소고기, 돼지고기처럼 낙인을 찍지 말라는 장애인들의 울부짖음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심지어 그는 현재 장애인만 등급이 있는 것이 아니라며, 노인장기요양, 차상위계층 등도 함께 들으며, 현재 활동지원제도, 연금제도 등에서는 의학적 기준 뿐 아니라 소득, 사회환경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도 ‘잘 하고 있다’는 뜻 같은데, ‘정부는 현재의 제도를 이어가겠다는 의견인가보다’라는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토론 좌장도 이 같은 의견을 정리하고 있자, 갑자기 상기된 얼굴로 마이크를 빼어들며 “아닙니다. 현행 등급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겁니다”고 답변했다.

“어? 의외네요”라는 좌장의 대답에 나도 모르게 웃었다. 곧바로 “의학적 기준과 사회적 기준을 확대해나가며 서서히 폐지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앞뒤 다른 답변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실망스런 부분은 마지막이었다. 그는 얼마 전 기자가 취재 당시 등급판정 기준에 대해 기획단 TF회의가 열리지 않다는 부분에 대해 “3월 중에 열도록 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염두에 두고 진행된 연구가 TF회의 탁자에도 오르지 못한 상황이라, 기획단 내에서도 장애등급제를 위한 논의의 장 마련을 요구하는 의견서까지 전달했다.

하지만 이날 좌장을 맡은 기획단 조한진 단장이 “3월에 한다던 TF회의가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요리조리 피해가기만 했다.

“여러 의견들의 논의 구조가 있다. 새롭게 장애 등록제도 관련해서 새롭게 뭔가 장애계와 정부, 학계 함께 새로운 협의체를 준비해야 하지 않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3월중에 약속한 TF회의는 없었던 것으로 가자는 건가. 앞뒤 다른 복지부의 아리송함. 토론회에 나오기 전에 먼저 의견부터 정리해야 할 것 같다.

토론회장을 가득메운 장애인들.ⓒ에이블뉴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