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련 질의할 시 국정감사장 전경. ⓒMBC News Youtube 캡처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의 첫 번째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도 장애인들이 겪는 이슈들이 다뤄지고 있다.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활동지원 소외 및 돌봄 문제, 실효적이지 않고 형식적인 장애인의무고용제, 장애인 편의 증진 사안 등등. 물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힘’ 간 갈등으로, 국정감사가 중단돼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얼마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가운데, 장애인 당사자 대표하는 장애 예술인이 단 한 명도 없음은 물론, 역대 소위원회 위원 296명 중 장애 예술인은 단 한 명에 불과하다는 게 국정감사 결과 밝혀졌다는 소식을 접했다. 심지어 소위원회 구성 시 2020년 현장소통소위원회 공개모집 외엔 대부분 비공개로 모집되었다는 것도 말이다.

장애인 문화예술이 장애 감수성, 창의성, 다양성 등이 담기며, 장애인의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하려면 장애가 있는 당사자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문화예술정책을 결정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이들의 참여가 사실상 배제되어 있기에, 장애인 문화예술정책은 상상력과 창의성이 담기기보단 치료와 치유 중심의 정책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또한,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전체 27개 학과 중 무용원, 전통예술원 등 신체를 활용하는 실기과 포함한 11개의 학과에서 장애학생 선발하는 특수교육대상자 전형도 없다는 소식도 접했다. 이와 관련해 무용원에선 소수 장애학생을 위한 별도 수업 진행의 어려움, 비장애 학생과 같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등이 그 이유였다.

전통예술원에선 전통악기 배우는 것과 창작곡 쓰는 과정 등이 끊임없는 인내를 감수하고, 작품 완성도를 만들어 가기에 신체적‧지적 장애 학생에겐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자폐 성향 중의 하나인 ADHD가 있는 아동과 성인이 음악과 미술 등 예술에 관심과 열정이 있는 경우, ADHD를 결함이 아닌 다양성으로 본다면 이는 오히려 예술 분야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창의성 등의 뛰어난 기질로 활용될 수 있다.

예술 분야를 배우는 ADHD의 활동적 기질 등과 비장애 학생 간의 공통점을 잘 고민해 ADHD가 있는 학생들에게 맞는 합리적 조정(정당한 편의)을 제공한다면, 이들도 수업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창의성과 음악 등의 예술에 대한 열정이 결합하고, 이들에게 맞는 정당한 편의가 제공된다면 이들은 음악가, 예술가 등으로 활동할 수 있다. 외국에선 그런 예들을 얼마든지 볼 수 있으며, 스웨덴의 작곡자인 스벤 앤더스 바게(Sven Anders Bagge)와 미국의 기타리스트인 조 보나마사(Joe Bonamassa)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본다.

정부심의 1일 차가 끝난 직후 장애인 당사자들을 포함한 심의 대응 연대에서 심의에 대해 평가하고, 다음 날 심의에 대비해 위원들이 해야 할 질문들을 논의하는 모습. ⓒ이원무

하지만 장애를 다양성으로 보지 않고, 정당한 편의를 권리로 생각하지 않는 우리 사회니, 장애인의 문화예술영역 참여는 아예 낮거나 사실상 배제 수준으로 가고 있다. 결국. ‘국민의 힘’ 김예지 의원은 장애인의 정책·사회 참여 배제 현실을 문화예술 영역을 통해 드러낸 거다.

그런데 이와 같은 것은 비단 문화예술 영역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논의 시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 당사자와 신경다양인들은 초대도 받지 않았으며,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 참여에서도 배제되는 건 계속되고 있다.

올해 여름 극심한 폭우로 신림동 반지하 일대가 물에 잠기며 거기에 있던 지적장애인과 그 가족이 사망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후가 변화하면서 앞으로는 이런 일들이 자주 발생할 것이 우려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탄소중립위원회가 있는데 그 곳에 장애인 당사자 위원이 단 1명도 없다. 그러니 이런 일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장애아동도 자신과 관련한 사안과 이슈에 있어선 의견을 낼 수 있고, 또한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청소년정책위원회, 지자체 내 아동참여기구에 장애아동의 참여는 보장되고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장애아동은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자 권리 객체로 전락하고 있다.

비자의입원이 이뤄진 이후 입원 등의 적합성 여부를 심사하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정신장애인 당사자 참여 없이도 위원회 구성엔 아무런 문제가 없게끔 정신건강복지법에 만들어 놓았고, 심지어 정신장애인을 대변할 수 있는 위원의 참여마저 어렵게 돼 있다.

이렇게 장애인 당사자들은 정책·사회 참여에서 사실상 배제되다시피 하고 있고, 장애인의 삶의 질은 낮아지고 있다. 이런 현실들이 계속되고 있고, 이를 본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장애인 당사자의 정책, 사회 참여 등과 관련한 우려와 권고 등에서 무려 10번이 넘게 언급했다. 1차 때 4번 언급한 것보다도 많을 정도로 이 부분을 중시했다.

그래서 정부는 앞으로 장애인 당사자들이 정책사회 참여를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식적 통로를 마련하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하는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게 할 때 장애인권리협약의 정신인 ‘Nothing about us, without us(우리 없이 우리에 대해 말하지 말라)’를 따르는 것이니까.

하지만 정부는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이에 대한 이행 의지가 별로 없는 듯하다. 향후 이에 대한 정부의 방향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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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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