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생존권 보호 차원에서 정부와 사회에 대해 안마사의 권리를 당당히 요구하겠다.”

지난 6일 대한안마사협회 신임회장에 오른 나종천씨의 취임 일성이다. 이 발언은 최근 스포츠마사지, 척추교정, 경락마사지, 카이로프라틱 등 유사안마행위를 하는 업종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안마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현실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 안마업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는 세력은 적지 않다. 지난 3월 22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한국수기요법단체총연합회가 ‘마사지직종에 대한 정부정책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려다 시각장애인들의 반발로 무산된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안마사 자격을 시각장애인에게만 허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비장애인 4명이 제기한 소송사건이다.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된 이 소송사건은 최근 결말이 났다. 대법원은 결국 시각장애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사건 일지=지난 2003년 비장애인 송모(65)씨등 4명은 대한안마사협회에 안마사 자격인정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시각장애인이 아니고, 안마사에 관한 규칙에서 규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안마사 자격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에 이들 4명은 같은 해 안마사에 관한 규칙 제3조 제1항의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의 부분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직업의 자유와 교육을 받을 권리, 평등권, 소비자 결정권 등을 침해하는 위헌이라며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04년 9월 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한기택)는 1심 재판에서 기각 판결을 내리자 이들은 곧바로 항소를 한다. 하지만 지난 7월 29일 서울고등법원 제4특별부(부장판사 이광렬)는 다시 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결국 대법원까지 갔다. 최종 승리는 역시 시각장애인들의 것이었다. 지난 11월 16일 대법원 제2부는 상고심에서는 기각 판결을 내렸고, 3년여에 걸친 행정소송은 이렇게 종료가 됐다.

▲소송사건의 쟁점=이번 소송 건에서 송씨등이 패소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이들이 시각장애인이 아니라는 이유에 앞서 안마사의 자격인정을 받을 수 있는 교육자체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시행령 ‘안마사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안마사의 자격은 ‘특수학교 중·고등학교에 준하는 교육기관에서 안마사 교육과정을 마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나 ‘중학교를 졸업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안마수련기관에서 2년 이상의 안마수련과정을 마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한정된다.

송씨등은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스포츠마사지 교육을 받았을 뿐이지 ‘안마사에 관한 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기관에서 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1심 재판에서 “규칙조항에서 규정한 교육과정을 마친 증명서 또는 안마수련과정 이수증을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안마사의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는 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안마사 자격 신청서를 반려하는 처분을 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 제4특별부는 항소심에서 1심 판결과 똑같은 이유로 시각장애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상고심에서 송씨등이 패소하게 된 이유는 상고장에 상고이유를 기재하지 않았고, 법정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안마업은 헌법에서 보장=송씨등은 이번 소송을 제기하면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만 안마사 자격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 된다”고 위헌 주장을 제기했다.

또한 송씨등은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만 안마사 자격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 이외의 사람들을 비례원칙에 반해 차별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11조에 위반 된다”고 주장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을 제외한 다른 사람이 안마업에 종사할 수 있는 자유를 절대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직업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고, 안마업에 종사하려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을 제외한 다른 사람의 희생이 지나치게 커 법익의 균형성이 결여돼있으므로 과잉금지원리에 위반 된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서울특별시장과 대한안마사협회 측은 “안마사제도의 유래, 안마사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형성, 신체장애인에 대한 보호를 국가의 의무로 규정한 헌법 제34조 제5항,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의 생존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직업의 선택의 자유보다 우선적으로 보호돼야 하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안마사에 관한 규칙’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며 맞섰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안마사 자격을 시각장애인에게만 허용하는 것은 위헌으로 볼 수 없다는 것으로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그 장애의 성격으로 말미암아 종사할 수 있는 직업이 극히 제한되어 있으므로 특별히 보호할 방법이 필요하고, 그 방법의 하나로 국가가 안마사의 독점적인 자격인정이라는 방법을 택한 것이 부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의 안마사에 대한 권리는 생존권으로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직업의 선택의 자유에 비해 월등하게 중요하고,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직업을 가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최소한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야 하기에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만 안마사 자격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해 그렇지 않은 사람과 차별적인 대우를 하고 있으나 이는 사회적 약자인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을 보호함으로써 실질적인 평등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며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시각장애인에게만 허용하고 있는 현행 안마사자격제도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것임이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아직 송씨등이 ‘안마사에 관한 규칙’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은 아직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어서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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