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들이 국회 출입을 요청하자 국회경비대와 서울영등포경찰서 소속 전경들이 출입문을 봉쇄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시각장애인은 국민이 아닙니까? 왜 국회에서 열리는 공청회에 참석할 수 없다는 것입니까?”

22일 오전 12시 40분경 대한안마사협회 소속 시각장애인 회원 30여명이 국회경비대 및 서울영등포경찰서 소속 전경들과 국회 헌정기념관로 들어가는 출입문에서 실랑이를 벌였다.

시각장애인들이 한국수기요법단체총연합회(회장 송기택) 주최로 오후 2시로 예정된 ‘마사지직종에 대한 정부정책 이대로 좋은가' 마사지관련직종분야 시민사회단체 대토론회에 참석 의사를 밝히자, 국회경비대측은 “초청인사이외에 출입을 허락할 수 없다”고 밝히며 출입을 거부했다.

국회경비대 관계자들은 약 160명의 초청인사 명단과 출입자들의 주민등록증을 대조해가며 명단에 포함되어 있지 않을 경우, 출입을 통제했다. 이들 초청인사 명단에는 대한안마사협회 소속 시각장애인들은 전혀 포함되어있지 않았다.

국회경비대측에서 토론회 참가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모습을 촬영하자 촬영을 거부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국회헌정기념관 안팎서 1시간동안 마찰

토론회 주최측 사설경호업체 동원 ‘논란’

오후 1시경 국회헌정기념관 2층 대강당 출입문 앞에서는 시각장애인 20여명이 검은 양복을 입은 청년 30여명 사이에서 고성이 오고갔다. 시각장애인들은 이날 오전 차를 타고, 미리 출입했던 대한안마사협회 소속 회원들이었다.

이들 시각장애인들은 “왜 사설 경호업체 직원들이 공청회 출입을 막느냐? 문을 열어 달라”며 반발했다. 이에 검은 양복을 입은 청년들은 “우리는 한국사회체육진흥회 소속 직원들이다. 소란을 피우지마라”고 반박했다. 급기야 이들은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했고, 대강당 출입문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국회경비대 관계자들이 나서 이들의 몸싸움을 말렸다. 동시에 국회헌정기념관 주변에는 서울영등포경찰서 소속 전경들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시각장애인들은 국회경비대 관계자들에게 “사설경호업체 직원들이 국회에서 열리는 공청회를 통제해도 되느냐”고 항의하자, 국회경비대 관계자들은 “누가 사설경호업체 직원들이냐? 우리는 전해들은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약 1시간에 걸쳐 국회헌정기념관 안팎으로 시각장애인들과 공청회 주최 측과의 마찰이 계속되자 국회사무처 관계자들은 “공청회가 최소 됐으니 모두 돌아가 달라”고 말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열린우리당 우제황 의원실에서 안마사들과 스포츠 마사지사들 간의 갈등이 심해 토론회를 개최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 공청회 취소를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우제황 의원실, “입법 추진계획 전혀 없다”

안마사협회, “우제황 의원 물러나라” 반발

검은 양복의 청년들이 공청회장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사회체육진흥회 직원들이라고 밝혔으나 시각장애인들은 사설경호업체 직원이 아니냐고 따졌다.(좌측) 시각장애인들이 사설경비업체 동원 의혹을 국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우제황 의원은 이날 토론회 주최 측에게 국회헌정기념관 대강당을 대관해준 장본인이다. 대한안마사협회 한 관계자는 “우 의원이 토론회를 무리하게 개최하려고 해 취소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토론회를 강행했다. 그러면 참관이라도 하게 해달라고 미리 요청하고 왔는데 출입을 막고 있어서 반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대한안마사협회는 지난 16일 이번 토론회에 대한 입장문을 보내 “다른 직업이 수만 가지가 됨에도 불구하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시도된 바 없는 장애인의 공멸을 전제로 한 상가의 공청회는 그 자체가 시각장애인의 최저생존권을 위축시키고, 불법업자들에게 마치 입법화 과정인양 오인케 해 불법인 상황에서 무자격자들의 활동을 독려하게 된다”며 토론회 최소를 요청했다.

우 의원실 한 관계자는 “시각장애인들과 스포츠마사지사들이 상생할 수 있는 좋은 의견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토론회장을 대관해줬으나 시각장애인들이 토론회가 편향적으로 흐를 수 있다고 반발해서 토론회 주최측과 협의해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각장애인들이 우리가 입법 추진을 하고 있다고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한쪽 편을 들고 있지 않으며, 마사지직종과 관련한 법 제정이나 개정 작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시각장애인들은 우 의원에 대한 반발심을 강하게 표출했다. 토론회 취소가 결정되고 난후 국회헌정기념관 출입문 앞에서 시각장애인들은 “헌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안마업에 대한 시각장애인들의 권리를 우 의원이 짓밟으려고 하고 있다”며 “열린우리당은 우 의원을 제명하라”고 외쳤다.

정화원 의원, “장애인 유보직종은 세계가 시행”

대한안마사협회 김찬원 회장, “끝까지 지킨다”

대한안마사협회 김찬원 회장과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 <에이블뉴스>

이 자리에 참석한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은 “연금도 주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시각장애인들의 안마업에 대한 권리는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며 “인도에서는 분필, 스웨덴에서는 복권 등을 시각장애인들의 유보고용 직종으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특히 정 의원은 열린우리당 우제황 의원이 국회헌정기념관 대강당을 대관해준 것과 관련해 “국회의원이 나서서 장소까지 빌려주면서 토론회를 개최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며 “시각장애인 여러분들이 나서서 권리는 지키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시각장애인들을 격려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국수기요법스포츠·발마사지샵전국총연합중앙회 한 간부는 “현재 이 문제는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사항으로 어떻게 결론이 날지 모른다”며 “일단 추슬러서 향후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대한안마사협회 김찬원 회장은 “이번 사건은 헌법재판소, 행정소송 등에서 수세에 몰리자 스포츠마사지측에서 스포츠마사지를 쟁점화하려는 초기단계로 볼 수 있다”며 “헌법으로 인정하고 있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안마업을 끝까지 사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회장은 “열린우리당 젊은 의원들이 스포츠마사지업자들과 야합해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을 침해하려고 하고 있다”며 “안마업은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끝까지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국회헌정기념관에 모인 시각장애인들은 토론회 주최측과 참가자들이 국회헌정기념관 주변을 모두 떠난 뒤에야 국회헌정기념관에서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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