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타는 제시카(출처: 장애세계동영상 캡처).ⓒ샘

'최초', 제시카 칵스가 사랑하는 말이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팔이없다. 팔이 없으면 하지 못하는 것들이 무수히 많다. 그러나 그녀는 팔이 없어 불가능하다는 것들을 비웃는다. 생활 가운데 그녀는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것들을 최초로 해 내는데 희열을 느낀다. 마치 반항아처럼.

그녀가 운전을 한다. 발로. 그녀가 눈에 콘텍트 렌즈를 낀다. 발로. 그녀는 비장애인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것들로는 만족을 못했다. 그래, 하늘을 날아 보는 거야. 발로...

그녀는 해 냈다. 발로 비행기를 조종하는 최초의 사람이 된 것이다.

그녀의 반항심(?)은 끝을 모른다.

팔의 균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파도타기. 팔없는 사람은 상상하지도 못하는 일이다. 그녀는 다시 파도타기를 향해 반항의 깃발을 들었다. 가능할까?

그녀는 조교와 함께 바닷가로 간다. 보드에 올라 가벼운 상체 운동을 한다. 조교와 함께 보드를 밀고 바닷가로 들어간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보드에 올라앉는다. 그리고 흔들리는 보드 위에서 조심스럽게 몸을 세워본다. 될 리가 없다. 그렇게 흔들리는 데 팔없이 균형을 잡는다는 것은... 그녀는 금세 중심을 잃고 풍덩빠진다.

그녀는 물로 떨어지면서 비명은 커녕 입 한번 뻥긋하지 않는다. 그녀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다. 발로 어려운 것을 시도하면서 겪은 실패가 얼만큼인데 이까짓 것 쯤이야...

그녀는 다시 오른다. 올랐다가 넘어지고, 올랐다가 또 넘어지기를 수도 없이 하고 있다. 그녀의 잔잔한 표정은 말하고 있다. 자신 있어...

드디어 반듯하게 서서 중심을 잡았다. 그리고 밀려오는 파도를 타고 해변으로 미끄러져 들어온다.

이제 자신이 붙었다. 제법 높은 파도에도 완벽하게 균형을 잡으며 서핑을 즐기고 있다.

그녀의 동영상을 보고 사람들을 댓글을 통해 혀를 찼다.

또 하나 쉽지 않은 일을 이루어 내고 그녀는 마음으로 승리의 기를 들었다.

* 샘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전 미상원 장애인국 인턴을 지냈다. 현재 TEC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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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지체장애인으로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사회학과를 졸업, 미국 탐 하킨 상원의원 장애국 인턴을 역임했다. 또한 서울장애인체육회 워싱턴 통신원, 서울복지재단 워싱턴 통신원,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했다. 출간한 수필집 ‘사랑, 그 빛나는 조각들’은 1992년 올해의 우수도서로 선정됐으며, 2009년에는 워싱턴 문학 수필부문 가작에 당선됐다. 각종 미국 장애인 소식을 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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