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전용상품인 우체국 어깨동무보험 광고 이미지. ⓒ우정사업본부

경기도 시흥시에 살고 있는 K(29·지적장애 2급)씨는 지난 3월 보험가입을 위해 정왕동 우체국에 방문했다. 지적장애인인 K씨는 우정사업본부에서 장애인보험상품인 어깨동무 암 보험을 가입하기로 결정하고 그 자리에서 자신의 명의로 보험 가입을 신청하고 보험료를 지불했다.

그러나 5일 뒤 K씨는 우체국으로부터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내용을 문자로 통보받았다. 보험료까지 낸 상황에서 보험을 가입할 수 없다는 황당한 내용을 전달받은 K씨는 이유를 알기 위해 우체국에 문의했다. 그 결과 K씨는 지적장애인이기에 보험가입이 안 된다는 말을 듣게 됐다.

장애인보험상품으로 개발된 것임에도 청약까지 하고 보험료까지 낸 상황임에도 장애를 이유로 가입이 안 된다는 말을 들은 K씨. K씨는 “우정사업본부가 장애를 이유로 보험가입에 있어 차별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차별 아닌 현행법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것”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K씨는 정신 쪽과 관련된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판단돼 보험심사에서 탈락했다. 우정사업본부측은 K씨가 장애를 이유로 보험가입을 차별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차별이 아니라 현행법에 따른 것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계약자를 다른 사람으로 하면 보험가입이 가능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우정사업본부측은 “보험가입여부는 상법을 계약과 관련해서는 민법을 따르고 있는데 민법에서는 지적장애나 정신장애인 당사자 가입을 금하고 있으며 상법 732조도 심신상실과 심신박약에 대해서는 보험계약을 무효라고 하고 있다”며 “현행법이 이런데 법을 어기면서까지 가입을 한다고 하더라도 추후에 금치산자, 한정치산자는 계약 자체가 무효로 된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측은 “상법과 민법이 지적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의 등의 보험가입을 무효로 말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의 문의가 많아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이들의 보험가입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우정사업본부측은 “이번 일은 보험 상품상의 문제가 아니라 원죄인 법에 있는 것”이라며 “먼저 원죄인 민법과 상법을 개정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어야 보험가입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법 732조 전면 삭제 개정안 국회 계류 중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 2항은 재화·용역 등의 제공자는 장애인이 해당 재화·용역 등을 이용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기회를 박탈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 17조는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제공자는 금전대출, 신용카드 발급, 보험가입 등 각종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제공에 있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37조는 지적 장애인 또는 정신장애인의 장애특성을 이용하여 불이익을 주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상법 제732조는 15세미만자,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현실에서는 장애인의 보험 가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심신박약자에 한해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제731조(타인의 생명의 보험)에 따른 서면 동의를 할 때에 의사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생명보험계약이 유효하도록 예외를 마련하고 있는 정부의 상법 개정안과 제732조를 전면 삭제하는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의 상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장애인계는 곽 의원의 발의안에 지지를 보내고 있으나 국회가 어떠한 결정을 내려 장애인의 보험가입에 대한 차별을 방지할 것인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