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 성모상을 가져다 놓고 촛불을 켰다. “하나님 당신의 뜻대로 하소서, 내 마음에 믿음이 생기게 하소서,” 처음 수술을 하고 퇴원할 때는 걸어 나가는 줄 알았다. 그래서 언젠가는 걸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기도 하는 게 너무나 즐거웠다. 많은 교우들이 찾아 왔는데 그 남자 즉 강도를 욕하는 소리가 듣기 싫었다.

김철진씨와 연애시절.

이해인 수녀님과 교류를 가지게 되면서 이웃에 사는 전신마비 시인 임종욱(타계)을 만났다. 이해인 수녀님은 임종욱과 우창희를 자주 찾아와서는 격려해주었다. 그들과 어울리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고 또 받았다.

그 무렵 같은 아파트에 전기 감전 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된 청년이 있는데 과외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만 해도 휠체어를 타고 나가면 택시를 태워주지 않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성당에서 알게 된 척수장애인 몇 사람이 서로 정보도 교류하고 필요하면 도우자면서 「하나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하나회는 나중에 부산척수장애인협회로 발전하였다.-

어느 날 「하나회」모임에 그 청년 즉 김철진(현재나이 54)씨가 나타났다. 말끔한 정장차림에 에스페로를 타고 왔는데 집에 갈 때 태워 준다는 것을 싫다고 했단다.

“회의를 한다고 해서 당연히 정장차림으로 갔는데 가서보니 거의가 잠바나 추리닝차림이었고 정장을 입은 사람은 저 밖에 없었습니다.” 김철진씨의 말인데 첫인상이 너무나 말쑥하고 뺀질거리는 것 같아서 싫었단다.

당시만 해도 그녀 주변에는 결혼 하자는 남자들이 많았다. 그들은 비장애인이었지만 그녀는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런데 김철진씨가 운전을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차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 보았지만 운전을 배우기가 두려웠는데 김철진씨는 끈질기게 설득을 했다. 결국 김철진씨에게 운전을 배우면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데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바람에 가로수를 들이 받아 차가 왕창 망가졌으나 김철진씨는 괜찮다고 했다.

“그 때는 별로 돈에 대해서 구애(拘礙) 도 안 받았고, 그리고 여자를 꼬실라면 무슨 짓을 못하겠습니까?” 김철진씨의 말이다.

낚시터에서 김철진 우창희씨 부부.

김철진씨는 끈질기게 구애를 했으나 둘 다 몸이 이런데 어떻게 결혼을 하겠느냐. 싫다했더니 안 만나주면 약 먹고 죽는다고 협박을 하면서 그녀가 가는 곳 마다 따라 다녔다. 10년을 버티었으나 “얼마나 좋으면 저럴 수가 있을까” 싶은 동정심도 생겼고 또 하나의 이유는 아버지도 연세가 드셔서 딸을 업고 4층까지 오르내리기가 힘에 부치셨던 것이다.

김철진씨를 만나고 10년만에 결혼을 하고 같은 아파트 1층에 집을 하나 얻어 휠체어로 생활할 수 있도록 수리를 했다.

그동안 가난했지만 마음은 언제나 부자였다. 더구나 생활은 부모님이 하시므로 한 번도 돈에 대해서 구애 받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막상 결혼을 하고 보니 부자인 줄 알았던 신랑은 카드빚까지 있어서 당장 생활이 힘들 정도였다.

부모님과 조카들과 제주도여행.

관리비를 못 내서 수도가 끊기고 전화가 끊기고. “이렇게 살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나님은 다시 나를 시험 하시는가” 그동안 별로 절망을 모르고 살았는데 결혼을 하면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는 어릴 때부터 침착했고 참을성이 많았다. 하는 수 없이 수급자 신청을 했다.

“김철진씨는 보상비도 많이 받았을 터이고 잘 나가는 과외선생으로 수입도 많았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 돈은 다 어떻게 했어요?” 필자가 물었다.

우창희씨 부부의 응접실 모습.

“처음 병원에서는 3년을 못 넘길 거라고 했습니다. 심심해서 과외를 시작했는데 학생들이 많았지요. 그러나 언제 죽을 지 모른다니까 다 써 버렸습니다.”

우창희씨를 처음 만날 때만 해도 돈을 흥청망청 썼다. 그러나 우창희씨가 결혼을 결심할 즈음에는 목숨은 아직도 붙어 있었지만 돈이 그의 곁을 먼저 떠났던 것이다.

“사고 난 지 20년도 넘었느니 지금은 덤으로 사는 셈이지요.”

김철진씨는 씁쓸하게 웃었다.

“나는 어쩌면 김철진씨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제 참고 살만해지니까 남편 김철진씨의 신장이 급격하게 나빠져서 4개월 전부터 혈액투석을 하고 있다.

“주어진 십자가를 잘 지고 갈 수 있도록 힘을 주소서.”

우창희씨는 오늘도 기도한다. 끝.

[리플합시다]2007년 황금돼지해, 장애인들의 소망은 무엇인가?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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