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0일부터 서울 송파구 방이동 대한장애인체육회를 점거농성을 벌여온 장애인체육인권익쟁취위원회(위원장 유희상, 이하 권익쟁취위원회)가 지난달 22일 대한장애인체육회와 합의점을 찾고 44일간의 점거농성을 접은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장향숙 회장 퇴진 점거농성=권익쟁취위원회는 대한장애인체육회 장향숙 회장이 장애인체육 발전을 위해 별로 한 일이 없고 장애인체육 발전을 위한 비전 제시도 못하고 있으며 지난 정부의 인사로서 이명박 정부와 제대로 소통이 안 되고 있다는 점을 제기하며 퇴진을 촉구하는 장애인체육회 점거농성을 벌여왔다.
점거농성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권익쟁취위원회는 장 회장과 두 차례 만남을 가졌으나 이 만남은 서로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했을 뿐이었다. 이사회를 통해 장 회장의 퇴진 여부를 묻기로 하고 지난해 12월 20일 간담회 형태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사회가 열렸다. 이사들은 장 회장의 퇴진을 찬성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으며 그 이후로 사태는 진전 되지 못했다.
결국 권익쟁취위원회의 점거농성은 해를 넘겼다. 장기화 되는 이번 사태의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15일 권익쟁취위원회와 대한장애인체육회가 합의점을 찾기 위해 가진 만남부터다.
이 자리에서 대한장애인체육회는 권익쟁취위원회의 장애인체육인들의 권익을 확보하라는 요구에 대한 협상카드를 제시했다. 이 같은 제안에 권익쟁취위원회는 상임위원회 회의를 통해 협상에 응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그리고 18일 오후 난상토론 형태로 진행된 회의에 이어 19일에도 대한장애인체육회와 권익쟁취위원회의 협상은 지속됐다.
▲장애인체육회 점거농성 어떻게 정리됐나=지속적인 협상을 벌인 결과, 대한장애인체육회와 권익쟁취위원회는 장애인체육발전을 위한 의견수렴을 위하여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약속했다.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1월 22일 타결점을 찾은 것이다.
또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사 결원 시 장애인체육인 출신을 우선 위촉하는 등 현 정관에서 제시한 기준보다 점진적으로 장애인체육인 이사의 비율을 늘려나가도록 노력하며, 생활체육지도자 배치 시 장애인체육인을 우선해 채용한다고 약속했다.
또한 장애인스포츠지도자 자격의 법제화 시행 시 기존 관련 자격 수료자에 한해 취득절차 일부(이론 또는 실기)를 면제토록 하며, 이천종합체육시설 개관 준비를 위한 TFT 구성시 협의체에서 추천한 장애인체육인을 포함하기로 약속했다.
이와 함께 종목별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시에는 장애인선수 출신에 대한 가산점을 부여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의 개정을 추진하고, 2010년 예산부터 종목별 경기단체 및 유형별 단체의 지원예산이 상향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한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대한장애인체육회 직원 채용 시 장애인선수 경력을 반영하는 등 장애인체육인 고용확대를 위해 제도를 개선하며, 장애인체육 실업팀(직장운동부)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고 약속했다.
▲장애인체육회 공식 입장은=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한장애인체육회는 홈페이지에 올린 장 회장의 새해인사로 공식입장을 대신했다.
장 회장은 “대한장애인체육회와 체육가족들이 지난해 12월초부터 최근까지 미래를 위한 또 하나의 도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소간의 혼돈과 시련을 겪었다. 최근 몇 년간 장애인체육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체육인 당사자의 권익과 복지향상에 충분히 마음을 쓰지 못했던 점에서 기인한 결과라 생각한다”며 “다행스럽게도 체육인들과 대한장애인체육회 임직원들이 슬기롭고도 한결같은 자세로 서로를 신뢰하며 이 어려움을 극복해 냈다"고 밝혔다.
또한 장 회장은 “이번 사태를 대한장애인체육회가 본분에 충실해 열심히 일하라는 격려의 채찍이라 생각한다”며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듯 앞으로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이번 일을 금과옥조로 삼아 사업계획 실행에 있어 체육현장의 목소리에 늘 귀 기울이며 장애인체육 활성화와 이를 통한 장애인체육권익 및 인식개선에 무한히 노력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장향숙 퇴진, 어떻게 되나=권익쟁취위원회와 대한장애인체육회의 협상 과정에서 장향숙 회장의 퇴진 문제는 논의 테이블에 아예 오르지 않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던 장 회장의 퇴진 여부에 대해서는 합의를 하지 않은 것이다.
장 회장의 진퇴에 대해서 권익쟁취원회는 계속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권익쟁취위원회는 “본인이 적절한 시기에 결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하며, 추후에도 회장 사임 건에 대해서는 계속 지켜보며 필요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