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0일 LPG 축소에 항의하는 LPG 제한철폐 및 면세유 쟁취를 위한 범장애인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열린우리당 당사 앞에서 전경들과 대치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키워드로 되돌아본 2004년 장애계

올 한해 장애인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키워드로 ‘LPG사태’가 선정됐다.

지난 12월 7일부터 21일까지 에이블뉴스가 장애인 당사자 및 관련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설문조사에서 ‘LPG사태’가 총 2천512표(1인당 3표까지 투표 허용) 중 총 474표(18%)를 획득해 2004년 최고의 키워드로 꼽혔다.

장애인연금과 고용장려금이 각각 208표와 186표를 획득해 2, 3위를 차지했고, 장애인차별금지법(161표), 가짜장애인(131표)이 뒤를 이어 5위권 안에 들었다. 5위에서 10위까지는 줄기세포(128표), 장애인국회의원(118표), 장애인누드(114표), 장애인이동보장법(105표), 정립회관사태(99표)가 각각 올랐다.

이상 1위에서 10위까지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지난 한해를 되돌아봤다.

▲1위 LPG사태(474표, 18%)=지난해 1위를 차지한 장애인연금을 제칠 만큼 ‘LPG사태’를 둘러싼 장애인계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문제로 장애인계는 역대 최대 규모의 시위를 벌이며 항의했지만, 정부의 방침은 변화될 기미가 보이고 있지 않다. 열린우리당과 정부가 LPG축소를 강행한 반면 한나라당은 LPG 특소세 폐지를 추진하고 있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기도 하다. 장애인들이 다른 어떤 이슈보다 LPG사태에 큰 관심을 기울인 것은 생존권과 직접적인 연관이 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평이다.

▲2위 장애인연금(208표, 8%)=지난해 1위에서 2위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장애인연금은 장애인들의 큰 관심사임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공약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아 무산위기에 놓였던 장애인연금에 대해 올해 정부는 연구용역을 실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애초 연구용역 결과가 지난 10월말 나올 예정이었지만,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연구기간 연장신청을 해 결과는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 연구가 완료되고, 결과가 공개되면 본격적인 도입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3위 고용장려금(186표, 7%)=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점거농성으로 올 한해가 시작됐을 만큼 고용장려금 축소에 대한 장애인계의 반발은 매우 컸다. 특히 고용장려금축소철회를 위한 중증장애인사업장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목요시위, 사이버시위 등 조직적인 반발운동을 전개했다. 지난 국감에서는 ‘고용장려금 축소 후 중증·여성장애인들의 해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와 고용장려금 축소파동의 여파를 실감케 했다. 정부는 고용장려금 철회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4위 장애인차별금지법(161표, 6%)=노무현 정부가 국회 시정연설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재차 강조할 만큼,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참여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과제다. 민간에서도 지난해 초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를 구성해 직접 법안을 만드는 활동을 전개해왔다. 장애인계는 지난 11월 최종안을 만들어냈지만, 아직 국회에 넘기지는 못한 상황이다. 한편 정부가 국가인권위로 차별시정기구를 단일화함에 따라 장애인계가 만든 법안의 내용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5위 가짜장애인(131표, 5%)=올해 3월 전주지검이 가짜장애인을 양산하고 있는 의사, 브로커 등 165명을 적발했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보도됐다. 그 이후로도 장애인등록증을 허위로 사고파는 등의 행위를 한 의사와 비장애인들이 검거됐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고 전해졌다. 이외에도 장애인차량표지 부정사용자, 고속도로할인카드 부정사용자 문제가 지속적으로 터져 나오는 등 장애인혜택을 노리는 비장애인들의 행동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6위 줄기세포(128표, 5%)=올해 2월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이 미국 미시건대와 공동으로 인간복제배아에서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실험에 성공, 척수장애인도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다. 또 조선대 송창훈 교수팀 등이 탯줄혈액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척수에 이식해 하반신이 마비된 장애인 황미순(여·37)씨의 신경을 되살리는 실험이 성공하는 등 줄기세포 임상실험의 성과가 하나둘씩 공개돼 장애인들의 기대를 부풀게 했다.

▲7위 장애인국회의원(118표, 4%)=열린우리당 장향숙, 이상민, 한나라당 정화원, 심재철 의원 등 장애인국회의원이 4명이나 탄생해 화제가 됐다. 이중 장향숙, 정화원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들어가 장애인계와 밀접하게 교류하며 국회 내에서 장애인문제를 이슈화하고, 해결하는데 큰 활약을 펼쳤다. 특히 이 두 의원은 국감에서 나란히 국감 베스트의원에 선정되는 등 장애인 국회의원의 역량을 보여줬다.

▲8위 장애인누드(114표, 4%)=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는 중증장애인 이선희씨의 누드가 지난 10월 초 에이블뉴스를 통해 공개된 후, 장애인 성문제에 대한 전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졌다. 이선희씨의 누드를 상업누드와 결부시켜 폄하하는 목소리도 제기돼 장애인의 성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수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선희씨의 누드 공개는 장애인이 무성적인 존재라는 편견을 깨는 단초를 제공했다.

▲9위 장애인이동보장법(105표, 4%)=지난 2001년부터 장애인이동권연대를 중심으로 꾸준히 계속되고 있는 이동권 투쟁이 올 한해는 장애인이동보장법 제정에 집중됐다. 장애인계가 만든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교통수단이용및이동보장에관한법률은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에 의해 대표 발의돼 현재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서 심의되고 있다. 장애인계는 이 법안의 핵심인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를 관철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0위 정립회관사태(99표, 3%)=관장 임기문제로 시작된 정립회관 사태는 사용자측의 용역깡패 동원 의혹이 제기되면서 일파만파로 확산, 전 장애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때 대화국면이 열리기도 했지만, 각종 현안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아직까지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용자, 직원 등 정립회관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이 양분돼 있는 상황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사태는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기타순위=11위 자립생활(85표), 공동 12위 장애인교육권(75표), 공동 12위 전동휠체어(75표), 13위 장애인올림픽(67표), 14위 장애인추락사(63표), 15위 활동보조인(62표), 공동 16위 장애인인권(55표), 공동 16위 장애인운전면허(55표), 17위 장애인당사자주의(52표), 18위 저상버스(46표), 19위 장애인체육업무이관(40표), 20위 장애여성(22표), 21위 중증장애인(19표), 22위 장애인야학(18표), 23위 지방이양(17표), 24위 장애인운동(16표), 25위 국제장애인권리조약(12표), 26위 기업활동촉진법(9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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