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2월 27일 청주에서 열린 제천시장애인차별공동대책위원회의 집회 모습.<사진=제천시장애인차별공동대책위원회>

"권희필 시장이나 엄태영 시장이나 똑 같다.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차별 행위를 전혀 인정을 하지 않고 있다. 차별 행정을 자행했던 고위 간부들이 아직도 엄 시장 밑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제천시의 장애인차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생각한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2001년 10월 제천시 보건소장 임용에서 탈락했던 이희원(40·신촌정보통신학교 의무과장·지체장애3급)씨는 아직도 가슴에 한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이희원씨의 차별사건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1호 사건으로 접수돼 지난해 4월 11일 '차별'이라는 결론이 났지만 제천시는 아직도 차별을 인정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엄태영 제천시장은 '장애인차별도시라는 오명을 벗겠다'며 권희필 전 시장의 장애인차별 사건에 대해 비판하며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됐으며, 당선 직후 이희원씨를 직접 만나 문제해결을 약속했지만 변한 건 없다. 현재 이희원씨는 아직도 민사소송과 행정소송을 진행하며 차별에 맞서 싸우고 있다.

"제천시와 충북도에 향후 조치 등을 요구하고, 질의서를 보내는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왔지만 제천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으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조차 인정된 사실들을 소송 진행과정에서 '개인의 무능력과 불성실 때문에 자격이 없었노라'고 번복하고 있다. 심지어 제천시는 소송과정에서 '차별을 당했다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낯간지러운 행위'라며 그릇된 인권의식으로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을 또다시 서슴지 않고 자행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이희원씨의 차별사건 해결을 위해 4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구성한 제천시장애인차별공동대책위원회(humanrights1.wo.to)는 지난 9일 보도자료를 내 "제천시는 아직도 장애인차별도시"라며 제천시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공대위는 11일 오후 '차별없는 세상에 살고 싶어요'라는 주제로 제천시민회관 앞 광장에서 '제천시민과 함께 하는 나팔꽃 콘서트'를 개최한다. 이 콘서트에는 차별당사자인 이희원씨를 비롯해 차별진정을 했던 이씨의 스승 서울대 김용익(의학) 교수, 소송을 맡고 있는 안선영 변호사, 도종환시인, 이철수 판화가 등이 참석해 제천시민들과 장애인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처별조항이 포함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고 외치는 이희원씨.<사진=피알한닷컴>
이에 대해 제천시청 한 간부는 "공약사항은 이희원씨 특정인에 대한 것은 아니었으며 앞으로 장애인들이 타 도시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다"며 "이씨 사건은 시장의 재량권으로 풀 수 있는 성질이 아니고,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니 결과를 기다려야할 것"이라고 발뺌했다.

한편 이씨 사건은 최근 논의되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씨 사건에 대해 인권위가 차별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시정권고를 했지만 실질적인 차별 구제가 이뤄지지 않는 원인은 인권위법의 한계로 제천시에 어떠한 강제력도 행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희원씨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백한 장애인차별을 저질러놓고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미안하다'라는 말 한마디로 무마되는 현실을 이제는 끝내야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처벌조항이 분명히 명시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제정돼야한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