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내 지역 정신지체인에게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 Ray Gaham Association. <사진 이인영>

①Ray Graham Association

*지난 4월 24일 정신지체인부모운동에 연이 있었다는 이유로 미국의 IFDD(International Friends for the Developementally Disabled 대표 Neil Juhn) 라는 기관을 통해 미국 시카고에 있는 정신지체인 기관인 Ray Graham Association이라는 기관과 관련 단체 등을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가장 비중 있는 복지소비자이면서도 여전히 장애인복지나 운동영역에서 외곽에 있을 수밖에 없는 정신지체인을 위해, 그리고 노심초사하는 부모님들을 위해 개인적 경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경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기회가 허락되는 한 약 5회에 걸쳐 기고하고자 한다.

내가 미국에서 처음 방문한 기관은 시카고내에서는 세 번째 정도의 규모를가지고, 지역의 장애인 약 2천명에게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는 Ray Graham Association 이다.

Ray Graham Association 이라는 기관이 미국 장애인복지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우리나라에서 장애인복지관이나 시설의 현황이 장애인복지 현실을 가장 극명하게 설명해주듯이 Ray Graham을 통해 미국 장애인복지 현주소를 알게 되었다 해도 크게 곡해되지는 않을 듯 싶다. 더욱이 Ray Graham은 약 50여년의 역사를 통해 미국내에서도 인지도나 신뢰도가 꽤 높은 편이었기에 미국 장애인복지의 현주소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Ray Graham은 시카고 지역내 정신지체인에게 서비스를 집중시키고 있는 기관으로 조기치료, 주거, day care , respite care, 고용, 레저, 지역 활동등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실시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지역사회재활시설과 장애인생활시설(흔히 복지시설)로 구분을 하고 있고 대부분 운영주체도 구분되고 있는데 반해 Ray Graham은 이런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또한 우리는 지역사회재활프로그램을 종합적으로 시행하는 곳이 대체적으로 장애인복지관에 한정되고, 복지관 안에서 시행되는데 반해 Ray Graham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지역안에 분산해서 운영하고 있었다.

즉 지역사회재활서비스이던, 주거서비스이던 그 모든 것이 지역안에 분산된 장소에서 다양하게 실시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와 복지시스템이 다른 탓인지 레이그레암의 이런 시스템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관계자는 이런 시스템은 “탈시설화의 흐름에 맞춰 기관운영도 대형에서 소형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답하고 있다.

그런데 단지 소형화하여 분산한 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분산과 함께 그 모든 프로그램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연계되어 있었다.

Ray Gaham Association의 운영전반을 방문자들에게 상세하게 설명해준 대표 Cathy Ficker Terrill과 함께. <사진 이인영>

예를 들어, 아침이면 어김없이 자신의 주거센터에서 나와서 지역활동센터(community learning center)로 이동을 하고, 지역활동센터에서는 또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지역활동센터로(예를 들어 레저나 오락을 위한 센터로), 직장으로, 자원봉사활동터로 이동하면서 하루 동안 정신지체인이 활동에 다양한 변화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한 활동은 경증정신지체인은 물론 최중도 정신지체인까지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래서 지역활동센터나 주거센터에서 최중도 정신지체인들의 이동을 위해 각고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틀림없이 “뭐 그리 복잡하냐? 이동으로 인해 돈도 들고, 힘도 드니 모든 것을 시설안에서 해결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의아해하고 틀림없이 반문하게 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대다수 장애인복지시설이 이렇게 운영되는 것이 다반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장애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주거시설안에서 답답하고 단순한 일상이 반복되는 것을 탈출하게 되는 것일 뿐 아니라 성인이면 아침에 눈을 떠 그 나이 또래에 맞게 어딘가 출근할 곳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일깨워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것이야 말로 ‘정상화’(normalization)를 실현하는 원칙이 아닐까? 이동으로 인한 노력과 경비가 더 많이 투여되는 것을 생각한다면 분명 어리석은 짓임에 틀림없지만 말이다.

이것이 바로 정상화를 위한 실천전략일 수 있고, 이것이 바로 탈시설화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싶어진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꿈도 꾸기 어려운 현실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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