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 learning center내 원예활동시설

문득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라는 어느 한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 복지도 하나의 서비스라고 한다면 고를 수 있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복지서비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아직까지 복지서비스를 고른다는 것. 아니 정신지체인을 복지소비자로 생각하고 맞춤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조차 사실은 아직 뚱딴지같은 소리로 들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Ray Graham Association이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돌아보면서 적어도 고루는 재미, 선택은 아직 어렵다하지만 ‘맞춤서비스’정도는 된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적어도 동일한 장애유형에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장애정도에 맞는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는 점. 그만큼 서비스가 다양하다는 것이었고 우리나라보다는 장애인 소비자의 관점에 한발 다가가 있다는 것은 확연했다.

레이그래암이 시행하고 있는 다수의 프로그램 중 우리가 직접 방문하고 눈으로 보게 된 것은 주로 주거프로그램과 지역활동프로그램이었다. 아무래도 이용자가 많은 주프로그램인만큼 기관에서 역점을 두는 프로그램인 것은 당연한 사실일 것이다.

주거서비스프로그램만을 보더라도 Specialized Living Community(SLC), Community Integrated Living Arrangements,(CILA), Support Living Arrangements(SLA) 등이 운영되고 있었는데 모두 장애정도에 따라 거주하는 정신지체인이 달랐다.

예를 들어 SLC의 경우에는 24시간 타인의 돌봄을 상시로 필요로 하는 정신지체인, 주로 간질이나 뇌병변 장애를 동반하는 중복정신지체인들이 주거하고 있었으며, SLA의 경우에는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아주 경증의 정신지체인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CILA의 경우는 그 중간형태로 우리에서 현재 다수 운영되고 있는 그룹홈 형식이라고나 할까?

Hanson Center 내 정신지체인들이 직접 만든 작품들

SLC의 경우에는 중복정신지체인들의 주거시설인만큼 전문의료인이 상시 거주하고 있었고, 비교적 규모도 컸다. 우리가 둘러본 레이그래암의 SLC의 경우 약100명의 인원이 함께 주거하고 있었는데, 주거건물이 모두 6개. 보통 한 건물에 16명에서 18명씩 거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 건물의 규모가 사실 대형건물이라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충분한 공동공간과 식당, 복도 등을 갖고 있었고 공동공간을 중심으로 각 정신지체인의 방들이 둘러있는 형태였다. 그리고 1개방에는 통상 2인정도의 침실과 개별욕실 등이 구비되어있었다.

SLA의 경우에는 아주 경증의 정신지체인들의 주거시설로 지역내 아파트에서 각기 개별적인 독립생활이 지원되고 있었다. 보통은 2인이 1개의 독채 아파트에서 개인의 취향대로 독립세대를 구성하여 각기 요리, 청소 등 개인의 책임하에 생활이 이뤄지고 있었고, 취업을 한 경우 직장으로, 취업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각 지역활동센터 등을 이용하고 있었다. 생계도 각기 자신의 소득과 주정부에서 지원하는 사회보장프로그램에서 지원되는 생활비로 아파트 임대료를 지불하고,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 경우 기관에서는 생활인의 안전이나 필수적인 문제들만을 지원한다고 전한다.

CILA의 경우에는 중도정신지체인 4-6명, 그리고 스텝이 함께하는 주거시설로 지역내 단독주택에서 일상적 거주공간을 확보하고 있었다. CILA의 경우에는 외형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그룹홈의 형태와 유사했지만 현재 우리의 그룹홈이 대체적으로 경증장애인이 중심이 되고 있는데 반해 CILA의 경우에는 의료적인 지원이 필요하지 않는 즉 SLC에 입소할 정도의 중복장애가 아닌 경우의 정신지체인이기에 우리나라보다는 상당히 독립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노령정신지체인을 위한 nursing home 등의 다양한 주거프로그램이 있다고 전해 들었지만 시간 제약상 직접 보고오지는 못했다.

그런데 장애정도에 따른 서비스지원은 이러한 주거프로그램만이 아니었다. 지역활동센터(community learning center)의 경우에도 레이그래암이 운영하고 있는 7개의 지역활동센터가 모두 장애정도에 따라 혹은 연령에 따라, 욕구에 따라 서비스 지원을 다르게 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현재까지 정신지체인 주거시설이라고 하면 시설에 따라 비공식적으로 중․경증정도의 차이 정도는 두고 있지만 선택권을 가질 수 없는 단일한 구조, 그룹홈이 있지만 그룹홈이라는 주거프로그램만으로도 장애정도에 따라, 특히 나이듦에 따라 복합적인 질환이 수반되는 정신지체인에게는 분명히 달라지는 복지서비스욕구에 대응하기에는 어려운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 아닐까싶다.

언제쯤 우리도 정신지체 장애인이 자신의 장애정도에 따라 주거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을지, 선택은 적어도 어렵더라도 장애정도에 맞는 맞춤서비스 정도는 지원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부러운 마음이 앞섰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