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장애인의 영화관람권 보장을 위해 극장사업자가 장애유형에 적합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8민사부(박우종 부장판사)는 7일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 제기한 시·청각장애인 영화관람권 보장을 위한 차별구제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3개 단체는 지난해 2월 법률대리인단(법무법인 지평 등)과 함께 극장 사업자(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를 상대로 시·청각장애인 영화관람권 보장을 위한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주요 청구 취지는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극장사업자들이 장애유형에 따른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피고 측은 영화관람 환경에서 장애유형에 적합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기환경과 비용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법률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이에 재판부는 지난 10월 14일 실제 영화관람 환경에서 보조기기를 활용해 화면해설과 자막을 시연해보는 현장검증을 갖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원고들이 관람하고자 하는 영화 중 제작업자 또는 배급업자 등으로부터 자막과 화면해설 파일을 제공받은 영화에 관해 화면해설 및 자막, FM보청기기를 제공하라"고 결정했다.
이어 "원고들이 영화관에 접근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통해 자막 또는 화면해설을 제공하는 영화의 상영시간 등 편의내용을 제공하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판결 뒤 차별구제청구 소송을 제기한 연대단체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환영의 입장을 표했다.
희망을만드는법 김재왕 변호사는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시청각장애인에게 자막 및 화면해설을 제공하는 미국사례를 제시했고 영화관을 빌려 영화 관람을 돕는 보조기기 시연회를 갖기도 했다"면서 "재판부는 우리가 주장한 모든 것을 인정해 판결은 내린 것 같다. 영화관람에서 소외되는 시청각장애인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처음에는 상영하는 모든 영화에 자막 및 화면해설을 제공할 것을 요구했으나, 제작업자 또는 배급업자로부터 자막과 화면해설 파일을 제공받은 영화로 했다. (이 부분 때문에) 재판부가 우리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 같다"면서 "피고들은 항소하지 말고 계획을 세우고 이행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박승규씨는 "사실 오늘 큰 기대를 안 하고 왔으나, 우리들이 요구한 부분들이 다 받아들여졌다. 법원은 극장사업자에게 이행하라는 판결을 했다"면서 "모든 영화에 자막 및 화면해설이 제공돼 비장애인과 차별 없이 볼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기뻐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대표는 "우린 광화문과 영화관, 영화진흥위원회 앞에서 장애인 영화관람 권리를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이 같은 노력)덕분에 이런 판결이 나온 것 같다"면서 "피고들은 더 이상 다툼을 하지 말고 이행을 위한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