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송파 세모녀법’ 이라는 이름을 달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및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19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이번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통해 ①급여별 선정기준 다층화 및 상대적 빈곤 개념 도입을 통해 탈수급유인 촉진, 보장수준 현실화를 예측했고 ②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를 홍보하고 있다. 특히 교육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법안의 세부내용은 이러한 정부의 주장과는 다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들 개정안이 ‘실효성 없는 대책’에 불과하거나 오히려 빈곤층의 권리를 심대히 훼손하는 ‘개악안’이라는 것을 밝히는 바이다.

개별급여 도입했지만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은 제자리에 있거나 후퇴

정부는 마치 개별급여 도입 그 자체가 사각지대 해소에 도움이 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개별급여를 도입할 뿐, 정작 중요한 수급자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은 제자리에 멈춰있거나 오히려 후퇴하게 된다.

기존 수급자 선정기준이었던 최저생계비는 중위소득 기준40퍼센트 정도다. 이 중 현금으로 직접 지급받는 급여는 31%로 그 수준이 너무 낮다는 비판이 이어져왔다. 그러나 개별급여가 도입된다고 해도 각각의 선정기준은 생계급여 30퍼센트, 의료급여 40퍼센트, 주거급여 43퍼센트로 그대로이거나 진전이 없다.

그나마 수준이 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주거급여는 자기부담금과 기준임대료 신설로 기존 수급자들의 급여가 대부분 줄어들고, 신규 수급자의 급여수준은 너무 낮아 빈곤대책이라고 하기에 민망한 수준이다.

개별급여 도입을 통해 70만명의 수급자가 늘어날 것을 홍보하고 있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기존에도 교육법에 따라 교육급여를 받고 있던 수급자에 불과할 것이다. 새로운 것을 주는 것도 아니고 상황이 나아지는 것도 아닌데 정부는 실제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홍보를 통한 치적쌓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기만적인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사각지대 해소

부양의무자 소득기준 완화가 매우 큰 폭으로 이뤄진 것처럼 정부는 홍보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신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급자는 12만명에 불과하다. 12만명은 현재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한 사각지대 117만명의 1/10 남짓이며, 지난 3년간 기초생활수급자격을 박탈당한 20만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교육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 법 조항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은 폐지되지 않았다(법12조3항).

특례조항(법12조의2)으로 가능성을 열어둔 수준인데, 이 특례조항은 기준 교육법에 의거한 것에 불과해 지역별 교육청의 예산 계획에 따라 얼마든지 탄력적으로 조정될 것이다(법43조의2).

결국 정부의 새로운 책임은 전혀 없이 기존 교육부 예산으로 수업료 등을 면제받던 이들에게 ‘수급자’ 명칭만 부여하는 것으로 사각지대 완화 생색을 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고, 부양의무자 조항을 완전히 삭제해야 할 것이다.

최저생계비 무력화, 빈곤층의 권리후퇴로 이어질 것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2013년 5월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의 발의로 논의되기 시작했지만 2년간 통과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최저생계비 삭제를 비롯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내용이 포함되어 민생보위를 비롯한 노동사회시민복지단체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단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일부 수정하였다고 하나 핵심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았다. 정부는 최저생계비 개념이 잔존하기 때문에 권리 후퇴 우려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사실 상 급여별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이 해당 부처 장관들의 재량에 위임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복잡다단해지는 절차와 부재한 권리구제절차는 수급자들을 무권리상태로 방치할 것이다. 이미 수급신청에 소요되는 기간은 최대 30일에서 60일로 변경되었고, 주거급여를 받으며 월세를 체납할 시 집 주인의 신고로 급여를 중단할 수 있다는 주거급여법 시행령이 버젓이 존재한다.

송파 세모녀법 이라는 이름을 걸고 통과된 이번 법안은 빈곤문제의 실제 해결에는 관심 없고 본인들의 치적 쌓기에만 열중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세모녀가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는 원인이었던 ‘추정소득’, ‘조건부 수급’에 대한 개선은 전혀 없다.

세모녀가 긴급복지지원제도를 신청해도 지원받을 수 없는 원인이었던 긴급복지지원법 2조 지원 대상에 대한 개선은 전혀 없다.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대한 법률이 제정된 들 발견한 사각지대를 지원할 제도가 없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 3, 4월 진행된 <빈곤 사각지대 전국 일제조사>를 통해서도 밝혀졌다. 발굴된 사각지대 대부분은 지원받지 못하거나 민간지원으로 연결되었을 뿐이다.

내용물은 없이 홍보로만 가득 찬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비롯한 세모녀 법은 포장지만 그럴듯하고 먹을 것은 없는 이른바 ‘질소과자’를 보는 듯하다. 기초생활보장법이 과자와 비할 수 없는 점이 있다면 빈곤층의 생사가 기초생활보장법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에 따라 새로운 지원을 기대할 빈곤층들은 정부가 새롭게 만든 복잡하고 좁은 문 앞에 또 다시 죄인처럼 서야만 할 것이다.

우리는 가난 때문에 사람이 죽음을 선택하게 만드는 이 나라에서 ‘종합빈곤대책’ 기초생활보장법이 제대로 만들어지기를 간곡히 바란다.

민생보위는 이번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비롯한 세모녀법을 규탄하며, 빈곤층의 권리 후퇴를 막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을 밝히는 바다.

2014년 12월 10일

기초법개악저지! 빈곤문제해결을 위한 민생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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