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김형우 기자 = 4년 전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상자에 담아 집에 유기해온 30대 여성과 이 여성과 함께 동거했던 내연남의 엽기적인 범행이 경찰 수사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손발이 묶인 상태의 시신은 비닐랩과 이불로 수차례 감겨 이삿짐 상자에 유기된 탓인지 미라 상태로 변해 있었다.

◇호적상 '산 사람'…매달 장애수당 17만원 수령

서울에 살던 김모(31·여)씨가 공범인 내연남 정모(39)씨를 만난 것은 2008년께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정씨와 '은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김씨는 정씨에게 범행을 제의했다.

자신을 자주 폭행하는 남편 박모(당시 36)씨를 살해하라고 요청한 것이다. 당시 박씨는 소아마비를 앓는 지체장애 2급의 장애인이었다.

김씨의 진술을 토대로 경찰은 범행을 결심한데는 장애인인 남편에 대한 불만도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들은 2009년 3월 10일 오후 3시께 박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하고 시신을 비닐랩과 이불로 감싸 상자에 유기했다.

그 직후 택시를 이용, 시신이 담긴 상자를 챙겨 내연남의 고향인 청주로 이사했다.

무작정 청주로 내려왔던 터라 이들에게는 마땅한 생계 수단이 없었다.

내연남 정씨는 이렇다 할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빈둥거렸고, 김씨가 잡일을 하며 겨우 생계를 꾸려갔다.

이들이 청주에서 거주한 4년간 김씨의 남편은 호적상 '살아있는 사람'이었다. 정부가 지원하는 장애수당 17만4천600원이 매달 지급됐다. 김씨와 정씨는 이 돈을 생활비로 쓰는 뻔뻔함을 보였다.

김씨는 살해한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세 자녀에게는 "아빠가 집을 나갔다"고 속이며 태연하게 함께 살아왔다.

세 자녀는 김씨와 내연남이 경찰에 검거된 20일 주민센터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복지시설에 들어갔다.

◇경찰, 제보로 하루 만에 검거

결코 드러날 것 같지 않았던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드러난 것은 내연남 정씨의 '불안감' 때문이었다.

정씨는 지난 14일 술에 잔뜩 취해 4년 전 범행을 지인에게 털어놨다.

냄새가 날 것 같은 시신을 닦아 다시 상자에 담든지 다른 곳에 버리려고 하는데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 지인은 정씨의 말을 듣고 고민하다가 닷새만인 지난 19일 오후 10시께 경찰에 제보했다.

경찰은 20일 오전 해당 지역 동사무소를 방문, 서울에서 살다가 4년 전 청주로 이사한 30대 여성의 신원을 파악, 모 시설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김씨를 검거했다.

김씨는 "별거 중인 남편과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됐고,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잡아뗐으나 경찰의 추궁에 범행을 털어놨다.

김씨와 동행한 경찰은 집에서 잠을 자던 정씨도 긴급체포하고 박씨의 시신도 찾아냈다.

당시 박씨의 시신이 오랫동안 유기돼 미라 상태로 변했기 때문인지 시신에서 날법한 냄새는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한 경찰관은 "자신들이 붙잡힐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지 이들은 조사받는 내내 횡설수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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