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서 필요하다면 조사할 수 있다는 규정에 의한 직권조사라는 것이 조사를 하고 하지 않고는 인권위 마음대로라는 의미이다.

마치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도와주고 싶은 상대가 있으면 일반 모금으로 기부한 기업에 전화하여 지정기부로 고쳐 달라고 부탁만 하면 서류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수혜기관에서 금액이 큰 요구를 해 오면 규정을 들어 거부하는 그런 장치가 인권위에도 아주 편리하게 마련되어 있다. 인권위가 하고 싶으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인권위의 판단에 신뢰가 갈 경우에 정당성이 성립된다.

그런데 이것이 잘못 이용되면 첫째 여론에 의해 사회적 관심이나 문제가 제기되면 의혹해소 차원에서 직권조사라는 제도를 이용하여 조사를 하게 되어 일종의 여론형 마녀사냥 효과가 생길 수 있다. 다음으로 인권위 실무자나 지휘자 한 명에 의해 얼마든지 직권조사를 할 것이냐 아니면 기각할 것이냐가 결정된다. 인권위도 사람이 결정을 하는 것이고 사람이 판단하는 이상 객관성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인권침해를 받은 사람이 진정한 사건에 대하여 기각을 하거나 조사를 하는 선택권이 인권위에 있다는 것은 청구권의 침해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재판을 요구한 사람에게 재판할 필요 없다며 사법부가 재판 자체를 거부해 버리면 청구권은 엉망이 될 것이다. 항소에 대한 기각은 이유 없음이 가능하지만 원심 자체를 거부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인권위는 원심에 대한 각종 기각 사유를 가지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권조사를 발동하여 얼마든지 취사선택을 자의적으로 할 수 있다. 인권위에서 현병철 위원장에 대한 인권침해를 직권 조사한다고 한다. 피감기관이 조사기관이 되어 해 보겠다는 것에 대하여 그 진정성과 객관성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부터 의심된다.

장애인들이 인권위를 점거하였을 때에 전기와 난방을 끊은 것은 사실이다. 중앙난방이라 개별적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국회에서 발표를 하였는데, 이것의 진위를 그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인권위가 조사를 하지 않고는 알 수 없을까?

전기는 관리실에서 층별로 스위치가 있고, 관리실에 전화로 요청만 하면 얼마든지 단전이 가능하고, 보일러 역시 층별로 가동을 중지시킬 수 있다. 필자도 아는 사실을 인권위가 그 건물을 사용하면서 조사를 해야만 아는 것일까? 그리고 재판장이 재판의 피고석에 앉아서 위아래를 왔다 갔다 하면서 재판을 하겠다는 것인지, 그 모양새가 몹시 궁금하다.

전방위적 조사를 한다면 단전과 난방을 끊은 것으로 인한 피해에 대하여도 조사를 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추웠다거나 불편했다거나 하는 것은 농성자들을 일일이 불러 물어 보아야 하는 것인지, 그래서 불편한 것을 어떻게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게 된 사람에 대하여 간접적 영향이 있었는지는 조사의 항목으로는 오히려 사건을 애매한 논란의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 조사의 영역이 아닌 고심의 문제이기도 하다. 농성에 참여했다는 사실, 평소 지병과 장애가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사망했다는 사실과의 연관관계를 어떻게 퍼즐로 맞출 수 있을까?

그리고 사망에 이른 일까지 있었는데, 진정이 있기 전에 그런 소문도 들은 적이 없고, 책임감을 느낄 어떠한 고민도 그 동안 하지 않았다면 그것이야말로 인권침해가 아닌가 한다. 진정을 하면 그제서야 직권조사를 하는 것이 직권조사의 의미는 분명 아니다.

한병철이 침해를 했다는 것인지, 현병철이 대표인 인권위가 피감인지도 아주 불분명하다. 그 동안 인권위는 한 가지 사건에 대하여 조사를 하고 그 대표자나 감독기관 등 연관된 모든 기관에 대하여 권고안을 내었는데, 인권위와 그 직원 모두에게 해당되므로 사실상 인권위는 포괄적 피감 대상자들로서 조사 자격조차 없다.

검찰이 자기 스스로를 조사할 경우에도 그 객관성은 의심받으며 그 경우에는 그래도 각자가 독립된 수사기관이고, 별도의 지휘체계라도 있는데, 인권위가 바로 직속 지휘자를 피감자로 조사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인권침해라고 판단이 되었다고 가정한다면 권고안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도 문제이다. 침해 판단에 대하여 인권위가 할 수 있는 것은 원상회복과 재발방지책이다.

이미 상처를 입은 사람에 대하여 원상회복을 할 방법은 없다. 원상회복은 근로에 있어 배치가 잘못되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재발방지책인데, 이에 대한 기준이 없어 과거에는 주로 인권교육을 받을 것을 요구하여 재발방지책으로 삼았다.

최근 들어 인권교육을 받을 것과 더불어 직원의 해고 등을 권고하고 있는데, 인권위가 인권위 전 직원과 위원장에게 교육을 몇 시간 받을 것이라고 판결을 할 것인지, 아니면 위원장을 해고하고 교체하도록 판결을 할 것인지, 아니면 대국민 사과를 할 것인지, 스스로가 가해자가 되고 다시 조사자가 되고 그 결과 대국민 사과를 한다면 그럼 직권조사는 스스로 반성하고 대국민 사과를 하는 과정을 말하는 것인가?

전화 한 통이면 알 수 있거나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조사라는 절차를 가지고 행사를 하고 있는 폼새가 독립된 엄중한 인권보호 장치라니 한심스럽다. 다른 기관에 가해자에 대하여 침해자의 태도가 불성실하다거나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는 인권위가 스스로는 조사라는 절차를 내세우고 있으니 말이다.

인권위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관장하고 있으며, 그 법에는 장애인의 웹접근성을 준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인권위의 홈페이지는 장애인 접근성이 되지 않아 웹접근성 품질마크 획득을 위한 심사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스스로가 이것을 지키지 못하고 있으니 당연 웹접근성에 대한 차별의 진정은 모두 기각이 되는 것이 아닐까?

아집과 권위와 인권 관련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집단간의 모임으로 구성된 국민의 대표성과 모든 시민단체와는 무관한 특정집단화로 변해가는 인권위를 보면서 현병철 직권조사 결정을 들으니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조사 결과 조소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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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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