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내 눈에 콩깍지’는 나승현 극본, 고영탁 연출의 일일드라마다. 드라마는 남자 주인공 장경준(백성현 분)과 여자 주인공 이영이(배누리 분)의 얽히고설킨 사랑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

이영이는 의사인 김도진과 결혼했다. 시댁에서는 이영이를 반대했지만, 김도진이 고집을 부려 이영이와 결혼했으나 김도진은 6년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남편은 죽고 이영이는 딸 김미리내(윤채나 분)와 시댁에서 살고 있다.

이영이 딸 김미리내 장경준. ⓒKBS
이영이 딸 김미리내 장경준. ⓒKBS

이영이는 TS 리테일에서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었는데 빈 병을 팔러 왔던 어르신 장훈(이호재 분)이 사실은 TS 리테일의 회장이었다. 장훈은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손자 장경준을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취직시켰다. 이영이는 장경준이 불쌍한 고학생이라 여겨 3년간의 노하우를 전부 전수해 주었다.

그 후 TS 리테일에서 직원 모집에 장경준과 이영이가 인턴으로 합격했다. 이영이는 장경준이 유학생임에도 자기를 속였다고 노발대발했지만.

장경준의 아버지는 TS 리테일 사장 장이재(김승욱 분)이고 어머니 차윤희(경숙 분)는 부사장인데 차윤희는 새엄마이다. 차윤희에게는 친아들 장세준(정수환 분)이 있었고 차윤희는 친아들 장세준을 TS 리테일 후계자로 만들려고 사사건건 장경준에게 트집을 잡았다.

장경준은 6년 전까지는 시각장애인이었다. 이복동생 장세준은 엄마 차윤희와는 달리 형 장경준을 잘 보살펴 주었는데 6년 전 장경준은 개안수술을 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었다. 그동안 시각장애인으로 살다가 개안수술을 하고 미국으로 떠났다는 것도 이해 안되는 일이지만.

이영이에게 트집잡는 김해미 팀장. ⓒKBS
이영이에게 트집잡는 김해미 팀장. ⓒKBS

필자가 짐작건대, 6년 전 장세준이 교통사고를 냈고 엄마 차윤희가 장세준을 빼돌려 뺑소니가 되었다. 그날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이 김도진(신경준 분)이고 장경준이 김도진의 각막으로 개안수술을 한 것 같았다.

그동안 장세준은 그날의 기억이 혼미했고 잠을 자지 못해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러다가 장세준의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는데, 장세준의 기억에는 자신의 아버지가 장이재라고 알고 있었는데 어떤 사진을 보고 생부가 심원섭(안홍진 분)인 것 같아서 너무나 괴로웠다.

장세준은 괴로움을 못 견뎌 어느 바닷가 낚시터에서 술에 취해 낚시꾼들과 시비가 붙었고 한 남자가 이를 말렸는데 장세준이 그 남자를 밀쳤다. 남자가 쓰러지자 장세준은 겁이 나서 엄마 차윤희에게 전화했다. “걱정하지 마, 엄마가 다 알아서 처리할게” 차윤희는 심원섭에게 전화하고. 심원섭은 그 남자를 물에 빠뜨렸고 나중에 뺑소니 교통사고로 위장한 모양이다.

장세준을 말리던 김도진. ⓒKBS
장세준을 말리던 김도진. ⓒKBS

장세준의 엄마 차윤희는 가족들에게 충분히 보상했다고 했지만, 왠지 엄마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직접 알아보니 유가족에게 보상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그날 죽은 김도진의 아내가 형 장경준이 사귀는 이영이라는 것을 알고 너무나 놀랐다.

이영이의 남편 김도진은 어촌 마을에서 공보의로 지내고 있었다. 그날 김도진은 아내 이영이가 출산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고 바닷가로 배를 타러 나왔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그래서 김도진의 제삿날이 딸 김미리내의 생일날이다.

이영이는 식품개발부에서 장경준과 같이 일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점점 장경준에게 끌렸다. 실제로 이런 일이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장경준이 죽은 남편 김도진과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고 딸 김미리내(윤채나 분)하고도 잘 지냈다. 장경준이 김도진의 각막으로 개안수술을 했다는 밑밥을 이렇게 깔아 놓았다.

차윤희에게 전화를 거는 장세준. ⓒKBS
차윤희에게 전화를 거는 장세준. ⓒKBS

장경준을 짝사랑했던 식품개발부 김해미(최윤라 분)팀장이 두 사람을 질투하여 여러 가지 음모를 꾸미기도 했지만. 장경준과 이영이는 씩씩하게 이겨내고 있었다. 이영이는 딸 미리내와 함께 시댁에서 살고 있었는데, 시어머니는 이영이가 장경준과 사귄다는 것을 용납하지 못했다.

장경준은 자신에게 각막을 기증한 사람에게 어떻게든 보상하고 싶었다. 장경준은 장기기증센터를 통해 기증자에게 여러 차례 의사를 전했는데 드디어 기증자로부터 편지가 왔다.

장기는 돈을 주고 사고팔 수가 없다. 그래서 친인척을 제외한 지인은 엄격한 심사를 거치고 그 외에 장기이식센터을 통할 경우 누가 누군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순서에 따라 이식한다. 그런데 서신 교환 등 교류 활동을 지원하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법제처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법제처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 약칭: 장기이식법 )

제10조 ⓶항 4호에 국립장기이식관리기관에서 하는 일 중에는 “장기등기증자등과 장기 등을 이식받은 사람 간 서신 교환 등 교류활동 지원”이라고 되어 있었다.

장기기증센터에 장기를 기증할 경우 모든 것은 무료이다. 만약 기증자(寄贈者)와 수혜자(受惠者)가 서로 교류를 할 수 있다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기증자가 수혜자에게 돈을 달라고 하지는 않을까,

만약 서신 교류 등이 장기이식센터를 거쳐서 오간다면 개인 신상정보는 기재할 수 없도록 장기이식센터에서 서신 검열을 한다는 것일까?

장기기증과 수혜자 서신교환. ⓒ복건복지부
장기기증과 수혜자 서신교환. ⓒ복건복지부

필자가 아는 시각장애인 중 개안수술을 한 사람들이 더러 있지만 기증자와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관련법을 찾아보았더니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6조의3(상호 서신 교환의 방법 등)에 장기기증자와 이식받은 사람 간의 상호 서신 교환은 가능하지만, 국립장기이식관리기관의 장을 통하여 서로 교환하는 방법으로 할 수 있다. 이 경우 국립장기이식관리기관의 장은 서신이나 전자우편 작성자의 동의 없이 해당 서신이나 전자우편의 내용을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블로그에 서신 교환은 할 수 있지만,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정보나 연락처, 금전, 물품이나 이에 준하는 것을 요구하거나 주는 내용이나 만남을 시도하는 내용 등을 기재해서는 안 되며, 만약 이를 어길 경우 서신 교환을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드라마에서는 이영이의 남편 김도진이 죽었고 김도진의 각막이 장경준에게 이식되었다는 것은 처음부터 예견된 상황인 것 같았는데 드디어 사실을 알게 되는 모양이다.

이영이를 찾아 온 간호사. ⓒKBS
이영이를 찾아 온 간호사. ⓒKBS

김도진은 어촌마을의 공보의였는데 당시 김도진과 같이 근무했던 간호사가 이영이에게 만나자는 연락을 했다. 어떤 젊은 남자가 찾아 왔었다고.

이영이는 혼자 간호사를 만나러 가기가 겁이 났다며 장경준과 같이 나갔다. 간호사는 어떤 젊은 남자가 찾아와서 이것저것 당시 상황을 묻고 갔는데 자기가 누군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젊은 남자라면 그날의 기억이 돌아온 장세준일 것이다. 젊은 남자는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자기가 아는 사실의 퍼즐을 맞추는 것 같았다고 했다.

간호사 : “김 선생님은 참 좋은 분이셨어요. 그래서 마지막 가는 길에 앞을 못 보시는 분을 위해 각막도 기증하셨잖아요.”

장경준 : “각막 기증이요?”

이영이 ; “어머니는 반대를 많이 하셨지만, 남편의 뜻이었으니까요.”

편지 글씨체를 맞춰보는 장경준. ⓒKBS
편지 글씨체를 맞춰보는 장경준. ⓒKBS

장경준은 집으로 돌아와서 장기기증센터에서 받아 온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 자기는 잘 살고 있으므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세상에 어쩌면 이런 우연히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장경준은 이영이의 근무일지에서 편지 글씨와 맞춰 보았다. 글씨체가 같았다. 장경준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우연이었다.

이영이는 가족들에게 장기기증을 받은 사람과 편지를 주고받겠다고 했다. “그쪽에서 우리가 잘 사는지 늘 걱정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누군지 밝힌 건 아니고 우린 도진 오빠를 그리워하지만 잘사는 모습을 하늘에서도 볼 수 있게 노력하며 살고 있으니 당신도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이야기했어요.”

장경준은 이영이의 편지를 들고 장기이식센터 앞에서 기다렸다. 이영이가 수혜자의 감사 편지를 들고 나오다가 장경준을 만났다. 그 편지는 제가 쓴 거예요. 이 편지는 이영이 씨가 쓴 거고요.

장경준과 이영이의 만남. ⓒKBS
장경준과 이영이의 만남. ⓒKBS

장경준과 이영이는 그렇게 재회 아닌 재회를 했다. 드라마에서는 예견된 수순이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우연이었다.

여기서 이영이가 들고 나온 편지는 수혜자 장경준이고 기증자는 이영이의 남편 김도진이다.

기증자(寄贈者) 또는 공여자(供與者) : 주는 사람.

수증자(受贈者) 또는 수혜자(受惠者) : 받는 사람.

기증자란 장기 등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는 사람이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서는 수증자나 수혜자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고 장기이식자라고 했으나 보건복지부에서는 기증자와 수혜자라고 했다.

아무튼 기증자와 수혜자 간 서신교류에서 기증자가 개인 신상정보는 밝힐 수가 없고 금전이나 물품을 요구하는 내용은 안 된다고 했으므로 그것은 일단락된 것 같지만 남은 문제가 있었다.

장세준이 김도준을 밀쳤는데 그때는 살아 있었겠지만, 심원섭이 김도진을 물에 빠뜨렸다. 드라마에서 김도진은 뺑소니 사고의 실족사로 처리되었다.

김도진의 각막은 장경준에게 이식되었는데 바닷물에 빠진 시신의 각막도 이식할 수 있을까, 장애인복지 관계자들에게 문의했으나 모두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문의했다.

바닷물은 크게 상관이 없고 각막은 12시간 이내에 추출하면 되지만, 이식을 할지 안 할지는 담당 의사가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어디보자 우리 아들인가. ⓒKBS
어디보자 우리 아들인가. ⓒKBS

장경준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겠다고 했다. 새엄마 차윤희도 장경준이 김도진의 각막을 이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여러 가지 선물을 준비 해 보냈다.

이영이와 장경준은 식구들을 방으로 불러서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시어머니 오은숙(박순천 분)은 아들 김도진이 이영이와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도 반대했지만, 이영이 때문에 아들이 죽었다고 구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장경준과 재혼을 하겠다고 하자 시어머니는 더 어이없어 하며 만약 장경준과 재혼을 할 경우에는 딸 미리내는 절대 못 데려간다고 했다.

이영이의 딸 미리내는 이영이가 출산이 임박했다고 남편 김도진에게 전화하는 바람에 아들이 죽었다고 이영이를 구박해서 이영이는 미리내를 혼자 울면서 낳았다. 그래서 김도진의 제삿날이 미리내의 생일이므로 이영이는 식구들이 김도진의 제사를 지낸 후에 아무도 몰래 미리내의 생일을 축하하곤 했는데 올해 미리내의 생일에는 장경준이 축하 선물을 보내 주었다.

그런데 시어머니 오은숙은 김도진의 각막이 장경준에게 이식되었다는 사실을 알자 장경준을 반색했다. “어디 보자 우리 아들인가?” 오은숙은 장경준의 얼굴을 맞잡고 그 눈을 들여다보았다. “맞네 우리 아들 맞아!” 장경준은 빨리 상견례를 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이영이)시댁인데, 이영이가 자기는 여기가 친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장경준은 괜찮다면 자기가 들어와서 살겠다고 했다.

장경준이 김도진의 봉안당을 찾아서. ⓒKBS
장경준이 김도진의 봉안당을 찾아서. ⓒKBS

다음 날 장경준은 이영이와 딸 김미리내와 함께 김도진의 봉안당을 찾았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오은숙은 죽은 아들 김도진 대신 장경준이라는 새 아들을 얻었다. 장경준이 이 집에서 사는 게 아들을 잃은 오은숙에게는 위로가 될까?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경준이 장세준의 이복형이 아니라는 것, 차윤희와 심원섭의 농간으로 김도진을 죽게 한 것 등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장경준의 실명도 차윤희와 심원섭 때문이라는데 과연 그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아무튼 장경준은 어릴 때 실명했고, 개안수술을 안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6년 전 김도진의 각막으로 개안수술을 했다. 이영이와 장경준은 “우리 손잡고 같이 걸어가요.”라고 다짐했다.

장기기증 홍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장기기증 홍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장기기증은 각막뿐 아니라 모든 장기를 기증할 수 있다. 불의의 사고, 생활 속 부상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인체조직 손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체조직기증은 조직에 손상을 입어 기능적 장애가 있는 환자의 조직을 재건하고 각종 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의 치료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많은 분들에게 인체조직기증이 필요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인체조직 기증이 많지 않아 이식재의 약 95.9%(2020년 기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1명의 뇌사 장기기증으로 최대 9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할 수 있는데 현재 장기이식 대기자는 4만 명 정도인데 기증자는 442명이란다.(2021년 기준)

장기기증이란 건강한 삶을 살다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장기를 대가 없이 기증하는 것으로 가장 고귀한 나눔이므로 모두가 그 고귀한 나눔에 함께 할 수 있기를.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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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남 원장은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는 결코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이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원장은 또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하는 아름다운 마음 밭을 가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일성은 이 원장이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면서 장애인이 받고 있는 불이익을 현장에서 몸으로 뛰며 실천하면서 얻은 교훈이다. 이복남 원장은 현재 장애인 상담넷 하늘사랑가족<하사가>를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 홈페이지: http://www.988-7373.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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