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부터 새로 적용되고 있는 서울시장애인콜택시 운영규정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에이블뉴스

서울시 장애인콜택시가 새로 만들어 11월 1일부터 적용하고 있는 이용 규정들이 장애인을 차별하는 한편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요 장애인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해 서울시를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서울시로부터 장애인콜택시 사업을 위탁받아 시행하는 서울시설공단은 지난 10월 23일자로 홈페이지에 안내문을 올려 요금인하 후 왕복운행 및 장시간 대기 요구 증가로 콜택시 이용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아서 차량 회전을 증대하기 위해서 왕복운행을 폐지하고 경유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음주 후 탑승, 욕설, 행패, 성희롱, 개인용무 요구 등의 행위가 있을 시 차후 이용을 제한하겠다고 밝혔고, 신분 확인에 협조하지 않으면 이용을 제한시키겠다고 제시했다. 치료 목적으로 병원에 가는 경우에 우선 배차하겠다고 밝히면서 여가 목적으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는 행위를 자제해달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일반인이 장애인을 대동해 이용하는 행위는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5개 장애인단체 비판 성명 "장애인 차별행위" 백지화 촉구

이에 대해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를 필두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장애인위원회,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가 잇따라 성명서를 내고 일제히 새로운 규정을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우선 왕복운행과 경유 폐지에 대한 지적이 크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는 "지난 7월 요금인하로 인해 이용자가 급증해 대기시간이 1시간을 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며 이에 따른 고객불만과 민원이 폭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이를 시내 왕복운행 폐지나 경유를 하지 않는 것으로 해결하려하는 것은 이용하는 사람에게 불편을 감수하라는 책임전가라고 할 수 있으며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장애인위원회도 "이동권은 아무 조건 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그러나 이번 공단의 시행 안내문은 ‘이동권’이라는 개념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왕복운행이나 경유운행을 제도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중증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권을 제한하는 것이며 특별교통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안 하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음주 후 탑승 제한과 여가목적 탑승 제한에 대한 규정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음주 후 탑승을 제한하는 것은 장애인의 사회활동을 지나치게 간섭하고, 탑승목적보다는 탑승상태를 문제 삼아 거부하는 것은 차별행위나 다름없다"며 "순수한 이동의 목적에 벗어난 탑승조건이 이용의 기준이 된다면 복장이 불량하다고 탑승거부를 할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음주나 여가 선용의 이용을 거부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음주를 하여 업무에 지장이 있다는 것도 아니고, 단 한 모금만 마셔도 거부하는 것인지, 탑승한 장애인이 여가용으로 이용하는 것인지 외출의 목적을 일일이 밝히라는 것인지, 뒤를 조사하여 무슨 일로 이동을 하는지 뒷조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신분확인에 협조하지 않으면 이용을 제한시킨다는 규정에 대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외관상으로도 구별이 확실한 중증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인을 사칭한 불법 이용은 복지카드 확인으로 굳이 해야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대동해 이용하는 행위를 자제해달라는 규정에 대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비장애인이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기 위해 장애인을 대동하는 행위를 자제해달라는 것은 장애인 당사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지 않는 이상 정확한 의도를 짐작할 수 없다"며 "장애인 당사자의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장애인의 관리자 입장에서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이동권 보장인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시설공단측 "일부 표현상 오해…왕복운행 폐지 등 유지"

이러한 장애인단체들의 비판에 대해 서울시설관리공단측은 안내문을 간결하게 하다보니 일부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나 대부분의 내용에 대해서는 실제 장애인 이용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해명했다.

먼저 왕복운행 폐지에 대해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차량이 정지해 있을 때 요금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에 대해 장애인 이용자들 사이에서 먼저 왕복운행을 폐지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면서 "차량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이 돌아올 교통수단이 없는 서울 외곽이 목적지인 경우는 계속해서 왕복운행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유 폐지에 대해서는 "노점상 등 극히 일부 이용자들만이 반복적으로 경유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많은 장애인들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 일부 장애인들이 희생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주 후 탑승시 이용제한에 대해서는 "음주 후 콜택시를 이용하면서 기사에게 욕설을 하거나 폭행을 하는 한편 여성 운전자에 대해 성희롱을 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면서 "정도가 심하고 반복적인 사람들을 파악해서 이용을 제한하려는 것인데, 단순히 음주 후 탑승금지로 잘못 받아들여져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밝혔다. 여가목적의 이용 제한에 대해서도 "병원에 가는 등 정말 급한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오해가 있을 수 있는 문구만 수정을 해서 다시 안내문을 뿌릴 예정"이라며 "왕복운행 폐지나 경유 폐지 등 장애인 이용자들이 오히려 환영하고 있어서 계속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장애인단체들의 성명서에 대해 "장애인단체들이 문구상 오해가 있는 부분이 있으면 우리한테 먼저 설명을 듣고 성명서를 내보내야하는데 문제를 부각시키려는데만 초점을 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청 교통국 관계자는 "지난 7월 요금인하로 인해서 장애인들의 대기시간이 증가하고, 탑승에 성공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어서 서울시설공단측에 개선책을 요구해서 새로운 규정이 나왔다"면서 "일부 표현상에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 수정해 다시 안내문을 뿌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현재 서울시설공단측에 위탁해 혼자 힘으로 이동이 불편한 1~2급 지체 및 뇌병변장애인과 휠체어를 이용하는 1~2급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24시간 총 220대의 장애인콜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설공단이 11월 1일부터 새롭게 적용하고 있는 운영 규정들. ⓒ서울시설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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