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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는 싸우지 말고, 민생 챙겨라”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난 장애인들

“기념식 도시락보다 민생 해결 약속을…”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4-04-20 23:06:50
 20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한 장애인활동가 이경호씨가 장애인 차별철폐를 외치고 있다. <이기태 기자> 에이블포토로 보기 20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한 장애인활동가 이경호씨가 장애인 차별철폐를 외치고 있다. <이기태 기자>
장애인의 날-17대 국회에 바란다

“나는 국회의원들에게 별로 바라는 게 없는 사람이다. 제발 싸우지만 말고 민생부터 챙겨줬으면 한다.”

지난 20일 오전 제24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가 열린 서울 올림픽경기장 체조경기장 앞에서 만난 서울 강동구 천호4동에 사는 고재열(남·58·지체3급)씨는 17대 국회에 이렇게 주문했다. ‘생일날’을 맞았지만 그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사는 한정순(여·지체4급)씨도 “오늘 아침 뉴스에서 벌써부터 국회가 싸우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제발 싸움 좀 하지 말고 조용히 일 좀 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이숙기(43·지체장애3급)씨도 “책상머리에 앉아서 싸움 좀 하지 말아라. 공약부터 챙겨라”고 말했다.

한국장애인부모회 채수현 간사는 “특정한 날만 주인이 아니라 365일 장애인이 평등하고 인간답게 살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 장애인이 국회의원이 됐으니 소신 있게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6년째 교사생활을 하고 있다는 고양고 특수학급 박종숙(52) 교사는 “법·제도적 장치는 돼 있는데 실천이 되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 제발 있는 것이라도 잘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민을 위하는 정치인들이 됐으면 좋겠다. 이건 장애인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탁을 드리는 것이다. 이런 장애인의 날 행사를 하면 뭐하냐? 오늘만 지나면 다 끝이다. 이런 행사 좀 하지 말고, 정부나 정치인들이 장애인을 잘 사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해줬으면 한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사는 김병기(72·지체1급)씨의 마음도 똑같았다. 김씨는 김씨가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유에 대해서는 “내가 여기 오는 이유는 같은 동료들을 만나서 위로를 얻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장애인의 날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장애인은 김씨만이 아니었다.

한국뇌성마비장애인복지관에서 왔다는 이윤준(남·29·뇌병변1급)씨도 아예 “일반인의 날이 있냐? 왜 따로 구분해서 이런 날을 만드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장애인의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명규(지체장애1급·55)씨는 “하루만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인을 위해 매일 생각해주고 평등을 실천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기념 행사장에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없다는 구체적인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성기(남·64) 관리과장은 “오늘 같은 이런 장애인을 위한 큰 행사에 임시로라도 해 놓아야하는데 점자안내 표지판이나 유도블록이 전혀 없다”며 “편의증진법이 만들어진지 5년이 지났는데도 공원에 점자유도블록 하나도 안 깔려 있고, 공공기관 행사에도 촉지도도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날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약 300명의 장애인들이 모여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만들어야한다”며 “체육관에 장애인들 불러놓고 도시락만 주지 말고, 1년 365일 장애인을 차별하고 있는 사회부터 뜯어고쳐라”고 촉구했다.

정부기념 행사에 참여한 장애인들이나 차별철폐 결의대회에 참여한 장애인들이나 똑같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장애인복지에 종사하고 있는 종사자들도 한마음이었다. 서울시립정신지체인복지관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는 윤현호(33)씨는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 되어야 한다”며 “장애인의 날이라는 특정한 날을 지정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소장섭 안은선 정유민 기자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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