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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청은 답하라 !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조성남 집행국장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4-04-19 09:57:59
장애해방운동가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조성남 집행국장.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해방운동가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조성남 집행국장. <에이블뉴스>
꿈의 고속철이 개통되었다. 그러나 고속철은 장애인들에게는 그야말로 ‘꿈’에나 탈 수 있는 고속철이다. 10여년이 넘는 준비기간과 수십조원의 예산을 들여 준비했다는 고속철도는 장애인에 대해서는 그저 눈요깃거리 정도의 배려가 존재할 뿐이다.

고속철의 가장 큰 문제는 9백35석에 달하는 좌석중 휠체어용 좌석이 특실에 마련된 두개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장애인용 화장실 역시 제일 앞쪽에 위치한 특실 한칸에만 설치되어 있으며 그나마 형식적으로 만들어져서 전동휠체어가 들어가면 문도 닫을 수 없고 몸을 돌릴 수조차 없게 만들어져 있다. 이는 무궁화호의 장애인용 화장실보다도 못한 것이다. 플랫폼에서 열차안으로 들어가는 출입구 또한 특실 입구를 빼고는 전동휠체어의 출입이 불가능할 정도로 좁게 만들어져 있다.

장애인단체들은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철도청에 시정을 요구해왔다. 또한 지난 4월 1일에는 20여명의 장애인들이 예매를 통해 탑승을 시도했으나, 자기돈 내고 탑승하려고하는 정당한 장애인 승객에 대해 공안과 경찰을 동원해 승차를 막고 폭력을 일삼기도 했다. 또한 다시 예매를 통해 지난 4월 9일 탑승을 시도할 때 역시 공안과 경찰을 투입, 탑승을 가로막으며, 열차 시각 등을 알리는 안내방송을 이용해 ‘장애인들이 집단적으로 몰려와 일반승객들의 탑승을 방해하고 있다’는 등의 막말을 해대고 있다. 정당하게 표를 예매하고 열차에 탑승하려는 장애인들에 대해 철도청은 안하무인격인 폭력으로 탑승을 막고 있는 것이다.

고속철 공단 관계자는 ‘프랑스 떼제베측과의 계약관계상 고속철도 차량의 어떠한 부분도 개조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부분도 전혀 믿을 수 없다. 장애인계 요구가 거세지자 장애인용 좌석을 5석으로 늘리겠다는 내용이나, 최근 불거진 역방향좌석의 문제에 대해 이후 수입하는 열차는 회전식으로 고치겠다는 내용 등은 계약서와 상관없이 개선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UN과 많은 선진국에서 인정하듯이 장애인이 전 인구의 10%라는 통계는 제외하더라도, 전체 9백35석인 고속철도의 장애인에 대한 좌석 비율은 현재 등록장애인의 비율(전인구의 3.18%)인 최소 30석 이상은 되어야한다는 것이 장애인계의 요구이다.

한편 지난 4월초 장애인 승객들의 탑승을 막으면서 고속철 관계자는 ‘이런식으로 하면 장애인 50% 요금할인제도도 없애버리겠다’, ‘세명의 장애인이 탑승을 원할 경우 두명이 먼저 출발하고 한명은 그다음 열차로 가라’는 등의 망발을 서슴지 않았다. 현재 지하철, 비행기, 고속도로 통행료 등의 요금을 할인해주는 것은 장애인들이 노동과 교육, 이동의 문제 등에서 비장애인들에 비해 철저하게 소외되어 있기 때문에 주어지는 권리의 측면이 강한 것이다. 장애인들이 거지인가? 장애인들도 정당한 탑승권리를 달라는 요구에 ‘이러면 할인제도도 없애겠다’는 망발을 서슴지 않는 관계자는 즉각 해임되어야한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문제는 출입구를 넓히고 고속철도의 각 차량마다 8명의 좌석 정도를 접이식 의자로 만들면 일정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선진국에서 운행중인 열차와 같이 출입구에 이동식 수직 리프트 등의 승강설비를 마련하고, 장애인용 화장실을 개조해 장애인이 혼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선방안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현재 70여개의 장애인·시민사회 단체로 꾸려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기획단은 광화문에서 장애인에 대해 가해지는 노동과 교육, 이동, 자립생활 등의 차별을 철폐해야한다는 13개의 요구안을 정부에 제시하며 노숙농성중이다. 몸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중증장애인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길거리에서 투쟁을 하고 있다. 그러나 24일째를 넘기고 있는 농성에 대해 정부는 폭력적인 대응으로 80여명을 연행하는 등의 폭력진압만을 일삼으며 공동기획단에서 요구하는 장애인 문제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10여년을 넘게 큰 예산을 들여 준비해온 고속철도에서 장애인이 화장실에 수동휠체어를 타고 들어가도 문을 여닫을 수 없고, 세사람 이상은 탑승을 거부당하는 상황은, 장애인이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당연한 권리에 대한 사회적 차별인식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철도청은 이번 사태에 대하여 장애인들에게 공개사과해야 한다. 또한 고속철에 장애인 좌석 확보와 화장실 개조 등 장애인편의시설을 즉각 확보해야한다. 그리고 장애인의 정당한 탑승을 가로막고 망언을 일삼은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철도청의 성의있는 답변을 기대한다.


*이 글은 한겨레신문 4월 19일자 왜냐면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조성남 집행국장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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