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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설 수 없는 세상을 향한 외침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3-04-15 08:59:20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World Blind Union)은 지난 4월 5일 UN 경제사회위원회 (ECOSOC)에 지속적 개발의 촉진과 새천년 개발계획(MDG)의 성취를 위한 과학, 기술 및 혁신 그리고 문화적 잠재력에 관한 의견을 제출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과학, 기술, 혁신 및 문화의 의미(The Implications of Science, Technology, Innovation and Culture for Blind and Partially Sighted Persons)”라는 제목의 의견서를 통해 오늘날 전 세계 시각장애인의 현실에 관해 언급하고 시각장애인 등 장애인의 입장에서 향후 과학, 기술, 문화의 발전방향에 관해 건의했다.

이 문서를 통해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는 10가지의 개발 및 혁신 방향을 제시했다. 여기에 관해 살펴보겠다.

1. 회원국, 사설 기관 및 시민사회의 모든 웹사이트들은 W3C의 웹접근성 준수지침 2.0을 준수하고, 국제장애인권리협약 제9조 (접근성) 제1항 A, 제2항 F와 G 등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시각장애인들이 완전히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2. 교통 분야의 과학적, 기술적 진보는 국제장애인권리협약 제9조 제1항 A에서 규정한 보편적 설계 (UD)를 완벽히 준수한 점자안내판, 확대문자로 된 안내판, 색대비의 활용, 음향신호 등 시각장애인의 접근성 욕구와 문제들을 고려해야 한다.

3. 진보된 기술에 기반을 둔 모든 제품들은 생산자 혹은 제조사의 본질이나 지휘에 관계없이 국제장애인권리협약 제9조 제2항 B와 같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완전히 접근 가능해야 하고 보편적 설계 (UD)에 부합해야 한다.

4. 모든 이해당사자들은 장애인권리협약 제9조 제2항 H와 같이 접근가능한 정보, 통신기술 및 체계의 설계, 개발, 생산, 배포를 초기단계에서 장려함으로써 이들 기술과 체계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접근가능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5. 시각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장애인권리협약 제32조에 따라 국제협력을 통한 개발도상국 간의 거대한 기술 발달의 교류와 공유를 촉진하는 것은 적정한 가격에 해당 기술에 접근하는 것이다.

6. 모든 회원국은 시각장애인에게 이롭거나 자기개발을 위해 들여오는 보조공학기술과 보조공학기기에 대한 수출입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

7. 시각장애인의 이익을 위해 접근성과 보편적 설계 (UD)를 촉진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배포하는 사기업을 포함하여 전략적 관계에 있는 모든 이해당사자들은 개발도상국 시각장애인들이 지불가능한 비용에 해당 제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체계적이고 의식적인 시도가 있어야 한다.

8. 사기업과 시민사회단체를 포함하여 모든 활동가들은 오락과 정보습득을 목적으로 이용하는 텔레비전,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 및 디지털 텔레비전 수신기 분야에서 진보된 기술의 적용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레크리에이션, 레저, 예술 및 문화에 대한 평등한 접근성을 촉진해야 한다. 화면해설, 큰 글씨 자막 및 디지털 점자는 텔레비전과 영화의 제작과 배포에 있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9. 모든 박물관, 문화 및 관광 시설들은 음성해설, 디지털 점자 및 큰 글씨 자막을 통해 자신들의 프로그램이나 문화적 활동들이 시각장애인들이 접근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갖추어야 한다.

10. 대학 및 교육·학술 기관들은 시각장애인들이 적정한 비용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의 창출을 위하여 보조공학기기, 보조공학 및 접근성 기술 분야의 연구를 장려해야 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는 국제장애인권리협약 제9조 (접근성)에 명시한 내용을 근거로 하여 웹사이트, 교통, 통신, 보조공학과 그 기술을 이용하여 생산되는 장비, 여행을 포함한 문화활동들에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내용을 건의하고 있다.

특히 대학을 포함한 교육·연구 기관들의 관심과 노력을 강조함으로써 공적, 사적 영역의 총체적인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세상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고 자고 나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시각장애인들이 활용하기 어렵다.

건의서 초반부에서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는 데이지 컨소시엄의 조사결과를 인용하여 95%의 시각장애인들이 이렇게 개발되고 보급되는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특히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는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이러한 격차가 훨씬 더 커지고 있다.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는 그 원인을 적정하지 못한 비용에서 찾고 있다. 실제 건의사항 10가지 원문에서 적정한 (또는 지불가능한) 비용이라는 의미의 “Affordable cost”가 여러 차례 언급되어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는 추가비용의 지불에 대해 언급한다. 수많은 과학기술이 소개되고 이를 활용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이들에 접근하기 위해 추가적인 비용의 지불을 감수해야 하는 시각장애인의 불평등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편적 디자인의 원칙을 준수하여 주기를 언급하고 있다.

스마트 시대라는 말이 “정보화 사회”라는 말을 대신하고 있는 오늘날 시각장애인들의 접근성 실태는 심각한 수준에 처해 있다. 더 많은 정보와 기술을 더 빨리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 할수록 시각장애인들은 더 적은 정보와 기술을 더 느리게 활용하게 된다.

실제로 국내에서 윈도우 95가 출시된 지 거의 5년이 지나서야 한글윈도우용 화면읽기 프로그램이 개발되었고, 현재 윈도우 8에서 구동하는 한글 화면읽기 프로그램은 외국에서 개발되어 국내에서 시판되기 시작한 제품 1종 뿐이다.

스마트폰의 활용을 생각해 보자. 현재 한국 기업이 제조·판매하는 스마트폰의 일부만이 시각장애인의 접근을 허용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20만원 이상의 비용을 추가적으로 지불해야 가능하다.

시각장애인들이 애국심이 부족해서 외국 기업이 판매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추가적인 비용의 지불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방송이 시작되고 새로운 형태의 방송서비스가 시작되었지만 시각장애인들은 디지털 텔레비전이나 스마트 텔레비전이라고 불리는 제품을 사용하기 어렵다. 특히 전맹 시각장애인의 경우 전원 조작, 볼륨조절, 채널 변경 외에 수많은 기능을 사용하기 어렵다.

스마트라는 말이 붙은 냉장고나 세탁기가 속속 출시되고 있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어떤 시각장애인은 차라리 단순한 기능 밖에 없었지만 과거 반자동 세탁기가 훨씬 더 쓰기 편했다고도 말한다. 같은 값을 치르고 구입한 제품이지만 그 활용에 있어서는 천양지차이다.

이러한 불평등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장애가 개인에게 발생하는 문제이므로 장애인 스스로 감수하고 넘어갈 문제인가?

세상 누구도 장애를 가지고 살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사고나 질병 등 개인의 책임으로만 여기기 어려운 원인에 의해 개인에게 발생하는 것이 장애이고 그저 장애를 갖게 되어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불평등은 사회가 장애인들과 함께 책임지고 개선해야 하는 과제이다.

21세기 통신 및 비디오 접근성 보장법 (The 21st Century Communications and Video Accessibility Act)라는 법률이 미국에서 곧 시행을 앞두고 있다. 법률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디지털방송과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오늘날 전자제품 및 방송서비스에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이다.

미국 장애인법이 1990년대 교통 및 공적 사적 서비스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라면 이 법률은 21세기 스마트 시대의 ADA와 같은 법률이라고 백악관은 주장한다. 그만큼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들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불평등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법률에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것이 2010년 10월 8일이라는 사실이다. 놀라운 일이다. 미국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가 있지만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단연 세계 최고가 아닐까?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가전접근성포럼의 출범을 논의했고 올해부터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이 활동에서 고무적인 것은 장애인계, 학계 뿐만 아니라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의 제품개발관계자들도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욕구나 필요가 있는 소비자들만의 모임이 아니라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형태의 바람직한 활동이 시작된 것이다. 가전접근성포럼의 작은 시작이 창대한 미래를 장애인들에게 선물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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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하성준 (pigha197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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