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4-02-13 10:48:23

한국농아인협회(회장 주신기)가 청와대의 장애인 비하발언에 대해 즉각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농아인협회는 12일 성명서를 발표해 “청와대는 이번 장애인에 대한 비하발언에 공개적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며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장애인에 대해 갖는 애정을 국민들에게 보이는 최소한의 예의이며, 비하발언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장애인들의 가슴을 보듬어 안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와대는 지난 11일 ‘오락가락 발언에 장단 맞춘 언론’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브리핑에서 ‘민경찬씨의 펀드모집 의혹과 관련해 여러 차례 말을 바꾼 민씨의 오락가락 발언에 일부 언론이 크게 휘둘리고 있다’며 이러한 언론을 빗대 “청맹과니”, “농자”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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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맹과니’라는 말은 눈은 떠 있어도 실제로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시각장애인을 가리키며, ‘농자’라는 말은 청각장애인을 가리키는 용어다. 이러한 용어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는 용어라는 것이 농아인협회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농아인협회는 “청와대는 ‘줏대 없는 언론’, ‘편파적인 언론’을 빗대어 ‘청맹과니’, ‘농자’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는데 그러면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들은 청와대가 지적한 언론처럼 줏대 없고,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란 말인가”라고 반박했다.

특히 농아인협회는 “장애인복지법 제8조에 누구든지 장애인을 비하·모용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도 행정부의 모범이 되고, 국민의 모범이 돼야할 청와대가 장애인에 대한 비하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편파적인 언론에 장애인을 비유해 일반 국민으로 하여금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심어주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농아인협회는 지난 2003년 11월 27일 방영된 ‘국정진단 대통령에게 듣는다’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글자막이나 수화통역이 전혀 지원되지 않아 청각장애인들이 시청할 수 없었다며 청와대에 항의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시설 애정을 갖고 제안한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해 청와대는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실제 노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전국장애인지도자대회, 장애체험행사 등에 참석하며 장애인들에게 “특권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더 급한 것 같다”며 “집권하면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드는데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강조했었다.

이와 관련 농아인협회는 “청와대는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통해 장애인의 차별해소를 위해 노력한다는 진실된 모습을 하루빨리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소장섭 기자 ( sojjang@able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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