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4-01-08 10:22:11

한글자막이 없는 한국영화를 청각장애인의 영화관람 권리를 침해하는 장애인 차별이라는 진정이 인권위에 제기돼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농아인협회(회장 주신기)는 8일 ‘열정, 대한민국영화 1954~2004’ 행사를 주최하고 있는 허리우드극장 대표와 대한민국영화 1954~2004 준비위원회장, 영화진흥위원회장을 상대로 “영화제에 한글 자막이 없어 청각장애인들의 관람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우편으로 진정을 접수했다.

진정서에 따르면 허리우드극장, 영화진흥위원회 등이 지난 1일부터 열고 있는 이번 영화제(오는 15일 폐막)는 1954년부터 올해까지 50년 동안의 한국영화사를 50여편의 영화를 통해 뒤돌아보는 일종의 한국영화회고전이다.

특히 이번 행사를 열며 주최 측은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내국인 관객뿐 아니라 한국문화의 심층적 이해를 위해 영화를 보고 싶지만 언어의 장벽 때문에 선택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던 외국인 관객들의 바람과 요구까지를 고려 한국영화회고전의 모든 상영작은 영어자막과 더불어 상영된다”고 밝혔으나 정작 언어장벽 때문에 한국영화를 볼 수 없었던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자막은 준비되지 않았다.

실제 청각장애인 정모(37·청각장애2급)씨와 최모(35·청각장애1급)씨는 지난 5일과 7일 사이에 개별적으로 이 영화제에 영화를 보러갔지만 한글자막이 없어 영화관람 도중 극장에서 나와야했다.

이번에 이들을 대신해 진정을 제기한 한국농아인협회는 “수차례 이번 행사에 참여하고 싶은데 자막 지원이 되고 있는지 문의하는 전화를 받았다”며“청각장애인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영화의 역사에 동참하고, 영화를 감상할 권리가 마땅히 주어져야 한다고 판단해 진정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농아인협회는 진정서에서 “이 행사의 주최측은 우리나라 청각장애인들을 한국어를 몰라 영화를 보지 못해 영화 관람의 기회를 제공받는 외국인보다 못한 이방인과 같은 존재로 전락시키고 말았다”며 “허리우드국장과 영화제 준비위원회가 이 행사를 공동으로 주최하고, 진행하며 청각장애인에게 차별을 조장했으므로 인권위에서 이를 조사하고, 현재의 차별과 향후에 발생할지 모를 차별을 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농아인협회는 이 행사를 후원하고 있는 영화진흥위원회에 대해서도 이 행사를 직접 주최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영화진흥정책을 짊어지고 있는 영화진흥회원회가 이 행사와 관련해 차별을 조장하는데 간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반적으로 소리를 듣는데 어려움이 있는 청각장애인들은 한글자막과 보청시스템, 진동시스템 등의 지원을 통해 영화를 관람할 수 있으며, 이는 네 차례에 걸친 장애인영화제를 통해 시연된 바 있다.

소장섭 기자 ( sojjang@able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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