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3-05-15 오전 11:20:39

대구지하철 참사 후폭풍이 장애인차별로 이어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지하철 단절 구간을 이어주는 무료셔틀버스에 장애인 탑승 시설이 전혀 없어 장애인들의 이동권 침해가 가중되고 있다. 또한 지하철 역무원과 셔틀버스 기사들이 노골적으로 장애인들을 차별하는 말을 반복,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4일 무료셔틀버스를 이용하려던 허광훈(32·뇌병변장애 1급)씨는 “셔틀버스를 타려면 다쳐도 우리 책임이 아니라는 각서를 써라”는 버스기사의 황당한 요구를 들었다. 이를 거절하자 운전기사는 “그럼 다음부터는 타지 말라”고 신경질 적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역무원들 역시 도움을 요청하면 ‘뭐 하러 나와서 사람을 귀찮게 하는가?’라는 핀잔을 듣거나 “장애인은 원래 셔틀버스를 못 타게 되어 있다”라는 모욕적인 말을 일삼았다고 한다.

허씨는 “지하철 역무원들과 셔틀버스기사들은 우리 장애인들을 귀찮게 여기거나, 동정적으로 바라본다”며 “우리는 단지 인간답게 대우를 받고 싶을 뿐인데”라고 비통해 했다.

원성필(32·뇌병변장애 1급)씨도 지난달 21일 교대역에서 역무원에게 셔틀버스 승차 도움을 요청하자 “만약 다쳤을 때에 역무원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각서를 써라”는 말을 들었다. 물론 각서 작성을 거부하자 역무원은 “다음부터 나올 때에는 항상 보호자와 같이 나오라”는 신경질적인 말을 들었다.

평소 교대역을 자주 이용하는 류재욱(42·뇌병변장애1급)는 “지하철 사고 이후 잘못된 언론보도로 장애인들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이 더욱 차가워 진 것을 피부로 느낀다”면서 “지하철 사고의 최대 피해자는 장애인들이고 그나마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던 대중교통수단인 지하철마저 이제 반 토막이 났다”라고 아쉬워했다.

교대 역을 이용하던 휠체어장애인들이 역무원, 버스기사의 차별적 행태에 대해 잦은 실랑이가 벌어지자 장애인지역공동체는 교대역 항의방문에 이어 지난달 26일 7개 지하철역에서 교대역장의 공개사과, 책임자 처벌, 장애인 수송대책마련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처럼 문제가 커지자 대구지하철공사 측은 뒤늦게 장애인지역공동체를 방문, 사과하는 등 향후 재발방지와 장애인들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개선책을 세워둔 것은 없는 실정이다.

특히 현재 대구시는 지하철 단절구간(교대역∼동대구역 사이 6개 역)에 14대의 시내버스를 투입해 무료로 운행 중이지만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저상버스는 단 한 대도 없다.

저상버스 도입 요구에 대해 대구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저상버스 도입은 장애인문제이기에 우리 부서에서 구체적으로 할 이야기가 없다”고 무책임한 답변을 내놓아 장애인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여기에 대구시 복지정책과 장애인계 담당자는 “우선 저상버스 도입은 기본적으로 기반시설이 되어야 하며 건설교통부와 대중교통과와 먼저 의논되어야 부에서 나설 수 있다”며 “지금으로써는 아무런 계획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애인지역공동체 이상욱 대표(33·지체장애 2급)는 “대중교통수단 이용에 있어서 장애인들이 배제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면서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장애인들의 이동권과 인권이 더욱 침해를 받고 있어 지하철공사와 대구시가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우리는 대구시 장애인들의 권리를 위해 싸울 수밖에 없다”라고 역설했다.

한편 대구시는 이번 사건을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담당 부서는 문제로부터 공문조차 받지 못했다고 하는 등 무성의로 일관하고 있다.

육성완 기자 ( ablenews@able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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