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증 발달장애인은 언어나 의사소통이 어렵고, 운동능력도 부족하고, 감정조절도 힘들고, 사회적응에도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어 일상생활에 많은 제약을 가지고 있다.

장애인복지법이나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서는 발달장애인을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로 구분하고 있다. 그런데 상당수의 발달장애인은 이 두 가지 장애 유형으로 설명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체적 장애 유형의 경우 장애 유형과 등급을 알면 어느 정도 그 사람의 장애에 대해 이해가 되지만, 발달장애인은 그 사람의 특성과 장애 정도를 짐작하기 어렵다.

학습장애가 있기도 하고, 정서적 장애가 있기도 하고, 신체장애나 언어장애를 같이 가지고 있기도 하고, 성격도 남다른 경우도 많고, 공격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실어증을 가진 것 같기도 하고, 누구에게도 눈을 맞추지 않기도 하고, 흥분하여 과민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장애인을 단지 지적 능력이 부족하다거나 사회성이 부족하다거나, 자폐로 인한 증상이라고만 하기에는 너무나 다양하고, 개별적 차이가 많다. 단지 정서적 불균형을 무엇엔가 애착증과 집착증을 가지고 있는 자폐로만 인식하기에는 제대로 그 사람을 이해해 주지 못한다.

장애 원인으로도 시각이 저하된 원인이나 청각이 저하된 원인, 근육이나 신경이 마비된 원인 등과 같이 단순하지가 않고, 원인과 결과 사이의 관계도 설명이 되지 않으며, 심지어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후천적 영향이나 원인불명을 제외하고도 발달장애인과 연관된 증후군만도 수 백 가지다. 같은 염색체 번호에 이상이 있어도 현상은 각자 천차만별이다.

이런 복잡하고 다양한 증상을 우리는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로만 이해하고 있으며, 단지 복잡한 장애를 가지면 중복장애로 이해하고 만다. 중복장애란 장애 유형이 두 가지가 그 사람에게 온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장애가 왔는데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므로 두 가지 장애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을 대상으로 동료삼담가를 양성하는 교육 중에 한 어머니가 별도로 전화로 질문을 하겠다고 했다. 질문 시간이 부족해서이기도 하지만, 조용히 혼자 질문을 하고 싶은 것이다. 같은 발달장애인 아이를 가지고 있지만, 다른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없는 곳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사연들이 있다. 이러한 아픔을 소리 없이 참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 어머니가 전화로 질문한 내용은 우리 아이는 폭력성이 좀 있어서 복지관에서 프로그램에 넣어 주지 않는데, 이것 역시 차별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공격성이 있는 경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참여하지 못한다고 차마 말을 못하여 알아서 빠져 주기를 눈치 주는 경우도 있고, 노골적으로 자신 없으니 집에서 쉬라고 하기도 한다. 프로그램에 포함하여 진행을 하다가 문제를 찾아서 그것을 근거로 마치 학생에게 정학을 시키듯이 쉬라고 하기도 한다.

이런 장애인은 공격성 자체가 장애이다. 장애인종합복지관이라면 다양한 종합적인 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공격성이라는 장애로 서비스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거부나 기피 사유가 된다. 활동보조인도 이런 장애인은 기피하여 서비스 대상으로 판정을 받고도 보조인을 구하지 못해서 서비스를 포기하고 있다. 그렇다고 가족에게 서비스 기회를 주지도 않는다.

복지관에서 공격성을 가진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전문성이 부족한 것이어서 기피를 한다면 이는 윤리적으로는 맞다. 서비스를 줄 수 있는 전문성이 없음에도 전문성을 가진 것처럼 하는 것보다 사실대로 말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아무리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고, 돌발적인 행동을 한다고 해도 그 사람에게도 수급권이라는 권리가 있다. 전문가가 없다고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장애를 이유로 비장애인과 차별하는 것은 아니므로 장차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이런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서비스 프로그램을 별도로 시행하여 주지 않는 것은 서비스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므로 문제가 된다. 수영장에서 장애인 프로그램을 별도로 시행하지 않아 장애인 동등한 이용 가능성을 배제하였다면 이것은 차별인 것과 같다.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장애인이 알아서 이용하든가, 참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욕구에 프로그램을 맞추어야 하고 그러한 것에서 이용 불가능한 장애인이 있다면 이는 차별을 받는 것이다.

장애 종별(단종) 복지관도 있다. 장애 유형별로 특화된 복지관이다. 시각장애인복지관도 있고, 청각장애인복지관도 있고, 뇌성마비 장애인복지관도 있고, 다운증후군 복지관도 있다.

그렇다면 공격성을 가진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복지관을 전문화하여 건립하고 서비스하도록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복지부에 권고하는 것은 어떨까?

어린 아이가 아니면 공격성을 가진 장애인을 부모도 감당하기 어렵다. 힘으로 이기지 못한다. 그리고 사실 힘으로 해결할 문제도 아니다. 심한 경우 정신과 약물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정신과에서는 정신장애인보다 발달장애인이 더 심각한 중증 장애라고 말한다.

치료가 가능한가에서도 발달장애인이 더 어려운 것은 맞다. 정신장애인은 치료법이 상당히 개발되어 있으나 발달장애인은 그렇지도 않다. 발달장애인을 일종의 정신 이상처럼 정신과 영역으로 다루는 것에 대해 먼저 거부감이 있다.

그래도 정신과의 도움은 필요하다. 의사소통을 하지는 못해도 약물로 의사소통을 시도해 볼 준비는 할 수 있으므로 약물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회부적응 발달장애인은 복지관을 지을 것이 아니라 정신과 치료센터처럼 전문병원을 지어야 하는 것일까?

불행히도 부모와 단절은 장애를 악화할 뿐이고, 단지 약물로 과민반응을 잠시 진정시킬 뿐, 일상생활이나 사회적응 훈련을 병원이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의학과 복지와 심리치료 등 복합적인 접근과 교육과 문화참여 등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고, 개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충분히 보조 인력이 제공되는 그러한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현재는 사회 부적응 발달장애인 부모는 다른 장애인에게 민폐를 끼칠까봐 말도 못하고, 장애로 인한 어려움을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거부당하면서도 오히려 미안해해야 하며, 장애인을 집에만 두고 있는 실정이다. 집에만 있으니 장애는 오히려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가족은 장애인 돌보미로서 완전히 묶여져 있다.

발달장애인 관련법이든, 장애인복지법이든, 이러한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여 사회참여와 통합, 아니 재활이라도 시도할 어떤 장치도 없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법에서 진정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이런 장애인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지 못한다.

중증 중에서도 그나마 경증이거나, 행동을 이끌기 쉽거나 말이 통하는 사람만이 혜택을 받고 있다. 숨어서 숨죽여 속으로만 울어야 하는 사회부적응 발달장애인 가족들에게 가족지원으로 하는 휴식은 그저 한번 여행을 보내 주는 것이 고작이다.

수 십 년 장애가족에게 묶여 있다가 하루라도 해방시켜 주는 것만으로도 감격이겠으나, 이제 그들의 서비스 청구권이나 수급권도 인정하고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할 전문 서비스와 시설을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발달장애 학교에서 아이들의 돌발행동이 사고로 연결될까봐 학교에 등교하면 모든 문을 폐쇄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한 특수학교의 담벼락을 쳐다보며, 학교에 갇혀 있다가 학교를 나오면 영원히 집에 갇히는 발달장애인은 과거 한센병(문둥이, 나병) 가족을 집에서 숨겨두는 것같이 장애인 복지 현실이 그러한 수준이 아닌가 한숨 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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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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