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철교를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던 사단법인 대한안마사협회 소속 시각장애인들이 승합차에 불을 질러 지하철 2호선 운행이 한때 전면 중단됐다.

18일 오전부터 잠실철교 옆 강변역 방향 편도 1차선 도로를 점거하고 농성 중이던 시각장애인 30여 명은 이날 오후 5시쯤 정부와의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시너 등 인화물질을 싣고온 승합차에 불을 붙였다.

일부 시각장애인들은 지하철 선로로 뛰어들어 LPG가스통을 열고 선로를 점거하기까지 했다.

불은 대기하고 있던 소방차에 의해 3분여 만에 꺼졌지만 불이 난 차량에서 엄청난 양의 검은 연기가 흘러 나온데다 농성 해산을 위해 나선 경찰력이 지하철 선로로 투입되면서 지하철 2호선 양방향 운행이 5시 5분부터 25분까지 전면 중단됐다.

경찰은 소화기를 뿌려가며 농성 중이던 시각장애인들을 제압했으며 이를 피하려던 시각장애인 2명이 한강으로 투신했다.

잠실철교는 검은 연기와 흰 소화기 분말가루가 뒤섞이면서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으며 1m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분말가루가 넘쳐났다. 투신한 시각장애인들은 대기 중이던 한강 수상구조대의 구조작업으로 곧바로 건져 올려서 인근 아산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시각장애인 26명을 현장에서 모두 연행해 각각 송파, 성동, 광진경찰서로 옮겨 조사를 벌이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은 이날 오전 11시 30분쯤부터 잠실철교 옆 편도 1차선 도로를 승합차 3대를 이용해 점거하고 피부미용사에게 허용된 전신마사지를 전면 금지하라고 요구하던 중이었다.

이들은 보건복지부가 헌법과 법률로 보장된 안마업을 비장애인인 피부미용사에게도 허용했다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

이들은 보건복지부가 오후 5시까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승합차에 불을 붙여 지하철 고압선로를 끊겠다며 복지부를 압박했고 이에 복지부 과장급 대표와 시각장애인 대표들이 오후 4시부터 교섭에 착수했다.

하지만 교섭이 난항을 거듭하자 잠실철교에서 농성하던 시각장애인들은 예고대로 오후 5시 정각에 승합차 1대에 불을 질렀다.

경찰은 잠실철교 주변에 경찰관 100여 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면서 자진해서 농성을 풀 것을 종용해 왔지만 이들이 끝내 불을 지르고 선로로 뛰어들자 곧바로 진압작전을 펼쳐 10여 분 만에 모든 상황은 종료됐다.

CBS사회부 강현석 기자 wicked@cbs.co.kr/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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