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여성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자막] 사상인디스테이션 (부산광역시) 2016.04.23

서은경

지금 저는 저와 같은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사람과 예쁜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남자친구가 전동휠체어를 이용하기 때문에 분위기 좋고 맛있는 음식점을 찾으려 해도 계단과 턱이 가로 막습니다

그리고 막상 식당에 들어가도 사람들이 우리를 보는 시선들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여느 비장애인 커플처럼 웃고 떠들고 사랑을 속삭이고 싶어도 남들의 시선이 부담스럽습니다

무슨 신기한 모습을 보기라도 하는 듯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에

본의 아니게 주위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게 되고 의식하게 되어서 둘만의 즐거운 시간을 방해 받는 기분이 들 때가 많습니다

김희정

안녕하세요 여성 뇌병변장애인 김희정입니다

제가 대신 읽어 드릴게요

무엇보다 나에게 전동휠체어가 생긴 게 제일 나의 삶에서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곳저곳 다닐 수 있어 좋다 전동휠체어는 이제 나의 몸과 같다

그래서 그런지 밖에서 지나가는 사람이 함부로 전동휠체어를 만지거나 기대는 게 너무 불쾌하고 싫다

내 몸을 함부로 만지는 느낌이 들어 전동휠체어를 다른 사람들이 만지는 건 너무 싫다

김은주

목 디스크 2~7번이 너무 많이 진행이 되어 신경을 누르고 있어서 수술이 불가피하게 되었습니다

골반 뼈를 떼어내 기둥을 세우고 나사를 12개씩이나 박아 넣는, 15시간이나 걸리는 2번의 대수술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버티느니 ‘아 죽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수술로 이렇게 힘든 나날을 버티고 있는 저에게 간호사들의 무심한 말이 더 큰 상처를 주는 일이 있었습니다

여자라면 당연히 하는 생리기간이었습니다

간호사들이 누워있는 저의 앞에서 “남들이 하는 건 다~ 하네”라는 말을 자기네들끼리 지껄였습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대꾸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장애인 여성을 자기들과 다른, 마치 외계인을 보는 듯 생각하고 있어 수치스럽고 화가 치밀었습니다

이선화

입학 적령기에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어머니의 등에 업혀 가까운 초등학교에 가서 입학상담을 했다

학교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일언지하에 거절을 했다

장애아라서 입학을 시킬 수 없다고 해 어린 마음에도 엄마의 등에 업혀 집에 오는 내내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무학의 상태로 교육에서 완전히 배제와 소외를 당한 채

아이들이 모두 학교에 가고 없는 텅 빈 동네를 바라보며 어린 시절을 무료하게 집에서 보냈다

차별의 시작이었고 입학거부는 앞으로 당할 무수한 차별에 비하면 약과였다

김은희

제 이름은 김은희이고 비장애인으로 살다가 2004년 7월 어느 날 추락사고로 인해서 척수 손상을 입으면서 중증장애인이 되었어요

그리고 퇴원한 뒤 11년을 넘게 만난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되었는데요 결혼까지 생각하고 교제했던 친구라 충격이 많이 컸죠

남자친구 쪽 부모님의 반대가 커서 자존심을 세우면서 제가 먼저...

먼저 헤어지자고 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조금은 후회가 좀 되더라고요

재활병원에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면서 장애인 친구들을 사귀고 자연히 옷에 신경도 쓰고 화장도 하고 다니게 되었어요

그런데 저희 엄마가 하시는 말씀이 입고 벗기 좋은 트레이닝복을 입으면 되지

예전에 제가 비장애인이었을 때처럼 멋 부리고 다니려고 한다고 하시는 거예요 순간 화가 나서 엄마한테 막 퍼부었죠

저는 지금도 몸이 조금 불편할 뿐이지 예전과 다를 바 없는 장애인이기 이전에 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비장애인이었을 때는 저희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은 여자니까 예쁘게 꾸미고 다니라고 말할 때는 언제고

이렇게 장애인이 되고 나서는 다른 말을 하시는 거죠

친한 언니 어머니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신다고 해요 결혼을 하지 말라고...

그래서 제가 너무 놀라서 이유를 물어봤죠 이유는 아주 간단하더라고요

장애로 인해서 이혼하게 되면 언니가 마음을 다칠까봐,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해요

저희 엄마도 제가 결혼하게 되면 꼭 비장애인과 결혼하길 바라세요 그것도 편견이죠

그리고 아기를, 결혼하면 아기를 다들 낳으려고 하잖아요

저희 어머니께서는 뭐한다고 아기를 힘들게 낳노? 너는 낳지 마라, 이런 말씀을 하세요

이런 경우도 저만의 얘기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나의 편이고 내가 가장 의지하고 가까이에 있는 가족들도 잘못된 장애인식을 갖고 있다는 거죠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처럼 결혼해서 예쁜 아기도 낳을 수 있는 행복권이 있는데도 말이죠

그리고 며칠 전에 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산부인과 쪽이랑 방광검사를 하러 병원에 갔었는데

여자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하시는 말씀이 조금 기다려야하는데 아무나 하면 안 되느냐고,

그런 말을 하시더라고요 저 또한 똑같은 여자인데, 똑같은 수치심을 느끼는 여자인데 말이죠

감독 정승천 (daetongreyong@hanmail.net)

*정승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현재 부산지역에서 장애인 문제, 환경 문제 등과 관련한 독립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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