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에서 진행된 ‘2017 의사소통권리증진대회’에서 뇌병변언어장애인 이소아씨가 발표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언어장애인인 제가 여러분 앞에서 말을 하고 있어요. 참 신기하죠?”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이하 한뇌협)가 12일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에서 진행한 ‘2017 의사소통권리증진대회’(부제 쇼미 더 AAC – 의사소통의 벽 AAC로 부셔버려!)에 발표자로 참가한 뇌병변언어장애인 이소아씨가 건 낸 말이다.

언어장애인인 이씨가 ‘언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도운 것은 Augmentative and Alterative Communication(이하 AAC)이란 보완대체의사소통 기기다. 이씨는 발표를 위해 AAC 중에서도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시켜주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했다.

이씨는 뇌병변장애와 동반한 언어장애 때문에 의사소통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 끙끙 앓아야만 했다. 비언어장애인도 하고 싶은 말을 못하면 답답한데 사십여년을 참은 이씨는 마음 속에 한이 맺혔다.

“저와 같은 언어장애인은 비언어장애인처럼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때로는 욕도 찰지 게 하고 싶고, 이런저런 일상의 일을 가지고 수다도 떨고 싶습니다. 하지만 신체적 제약 때문에 속으로 끙끙 앓고 있는 거죠.”

이씨는 AAC를 활용하기 전까지는 답답함이 많았다. 머리 속에 단어들은 떠다니는데 바깥으로 내 뱉을 수 없었고, 표현하고 싶은 게 있었지만 상대방에게 전달을 할 수 없었다. 이 때마다 좌절하기도 하고 때로는 소통을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AAC를 활용하면서 이 같은 답답함이 좀 해소됐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현재 언어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AAC 지원체계는 열악하기만 하다. AAC의 종류가 다양하고 쉽지 않은 조작법 때문에 기본적인 활용교육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기기보급에만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기보급 마저도 정해진 기간에 신청을 하지 않으면 많은 비용을 내고 구입해야 한다.

“AAC기기를 운 좋게 지원받았다 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고철덩어리에 불과합니다. 기기를 다루기 위해 필요한 작업능력을 상담받고 알맞은 AAC기기를 소개받고 기기를 손쉽게 다룰 수 있는 주변기기를 찾아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즉 언어장애인 본인에게 맞는 AAC 추천, AAC기기 활용방법 설명, 사후관리 등 종합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이에 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와 관련 서울시의회 김진철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이 뇌병변언어장애인의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서울특별시 의사소통권리 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지만, 1년 가까이 시의회에 계류 중이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가 12일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에서 진행한 2017 의사소통권리증진대회 전경. ⓒ에이블뉴스

국내 장애인인권단체 중 유일하게 한뇌협이 지난해부터 서울시 공모사업으로 ‘서울시 중증장애인 의사소통권리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속사업이 아닌 탓에 사업 담당자들은 지원이 끊길지 모를 불안감 속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씨는 소통을 두려워 않는 언어장애인이 많이 생기길 기대하면서 이를 위한 국가의 지원과 인식변화를 당부했다.

"저는 소통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언어장애인이 많이 생기길 기대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가 의사소통의 권리를 장애인의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인식해야 합니다. 그리고 의사소통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한편 2017의사소통권리증진대회는 김영미(AAC 활용교육 및 실습), 강은주(팀 접근을 통한 중재사례), 이소아(AAC로 장애의 벽을 넘자), 김성현·김유미(AAC 활용사례), 장정환(남산탐방 인터뷰)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선정의 공정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특별한 등수를 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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