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방에 살면서 부산에 있는 대학을 다니는 장애인을 만났다. 기차나 버스로 부산에 와서 부산에서는 지하철로 다닌다고 했다.

지하철 요금은 무료니까. 그런데 부산 사람들은 지하철 교통카드를 발급 받아서 사용하는데 자기는 거주지가 지방이라 교통카드 발급이 안 되므로 매번 무인발급기에서 1회용 종이 승차권을 발급받아야 하는 불편함을 하소연을 했다.

부산지하철 일회용 무임승차권 발급기. ⓒ이복남

필자도 지하철 교통카드는 지하철이 운행되는 곳에 거주하는 장애인에게만 발급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혹시나 해서 129(복지콜)로 전화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하철 운행지역만 가능하다고 했다.

현재 지하철이 운행되는 곳은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 등)과 부산, 광주, 대구, 대전이다. 지하철이 운행되는 곳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무임승차 대상자(만 65세 이상 경로우대자, 장애인, 유공자)에 한하고 있다.

그런데 왜 무엇 때문에 지하철이 운행되는 곳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어야만 할까. 어쩌다 한 번 씩 지하철이 있는 도시로 나들이를 나오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교통카드를 원하는 사람들은 거의 날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거주지는 시골이지만 서울이나 부산 등지에서 학교나 직장을 다니는 사람뿐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 교통카드를 발급 받은 사람들도 서울과 부산 등에서는 1회용 승차권을 다시 받아야 된다.

요즘 서울 지하철은 자동인출기에서 복지카드를 제시하고 500원의 보증금을 지불하고 1회용 교통카드를 발급 받은 뒤, 내릴 때 교통카드를 다시 제출하면 보증금 500원이 나오는 시스템이다. 물론 지하철 사용은 일회용이지만 교통카드는 반영구적이다.

왼손으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장애인. ⓒ이복남

부산의 경우 서울과는 달리 타시도 장애인은 무인발급기에서 장애인복지카드를 제시하고 1회용 종이 무임승차권을 발급 받아야 된다. 65세 이상 어르신카드도 마찬가지다. 부산교통공사에 문의를 해 보니 “지자체(부산시)에서 보조를 받으므로 교통카드는 지자체에서 주는 혜택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뭔가 좀 이상하다. 교통카드가 지자체에서 주는 혜택이라면 타시도 장애인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마땅하거늘, 타시도 장애인도 교통카드만 없다뿐이지 1회용 승차권으로 얼마든지 무임승차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산시로부터 지원금을 얼마나 받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임으로 체크되는 숫자만큼 보조금을 지원한다면 부산시민과 타시도민을 차별해서 구분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시도 장애인에게는 교통카드 발급을 안 해 주다니 참으로 모를 일이다.

교통카드의 전국 통용에 대해 몇 몇 장애인들과 이야기를 해 보니 어차피 무임이라면 부산시민과 타시도민을 구분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또 어떤(?) 사람은 부정수급 때문이라고 했다. 지하철 출입구에 패스카드(승차권)를 대면 불이 들어오는데 유료는 하얀불이고 무임은 초록불이다. 요즘은 각 출입구마다 자원봉사자들이 지키고 있는데 초록불이 들어오는 사람이 장애인이나 어르신이 아니라면 신분증을 보자고 하면 되고, 만약 불법사용이라면 30배의 요금을 물리면 된다. 제발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수급자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하게 되면 ‘견물생심’이라 신용불량자를 양산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있었는데 수급자에게는 체크카드를 발급하면 되지 않을까.

필자는 얼마 전에 지하철 교통카드를 사용하면서 불편한 점 몇 가지를 기사로 쓰고(에이블뉴스, 2016-07-08,) 정부에 건의했었다. 1. 중증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지하철의 여닫이문이 너무 빨리 닫힌다는 것, 2. 교통카드를 대는 곳(터치)이 오른쪽에 있어서 오른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인은 불편하다는 것, 3. 그래서 하이패스 같은 것은 어떨까. 4. 그리고 교통카드를 매번 지갑이나 주머니에서 꺼내는 것이 불편하니 팔찌나 목걸이면 좋겠고, 5. 교통카드가 선불식이라 버스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후불제라면 좋겠다고 했었다.

예전에 사용하던 하나로 교통카드. ⓒ이복남

답변은 부산광역시와 서울특별시 두 군데서 왔는데 1~3번은 여러 가지 여건 상 어려운 문제이고, 4번은 현재 교통카드는 무료로 발급하는데 팔찌나 목걸이 형태는 제작 단가가 높아지므로 불가하고, 5번 후불제는 장애인 복지카드를 신용카드로 신청하면 후불제가 가능하다고 했다.

세상에나, 1~4번은 안 되는 것이고 5번은 필자가 모르고 있었다니……. 간혹 차량을 운행하는 장애인들은 장애인복지카드를 신용카드 또는 체크카드로 하고 있어서 고속도로 도로비나 하이패스 등을 이용하고 있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장애인복지카드로 지하철 무임승차도 되고 버스비도 되는 줄은 잘 몰랐었다. 필자 주위에 지하철 교통카드를 신용카드로 이용하는 장애인은 없었기에.

그래서 롯데카드에 문의를 해 보니 ‘롯데 후불복지카드’에서 지하철 무임은 부산만 가능하고 그 외 지역은 후불버스교통카드는 된다고 했다. 신한카드에서는 ‘장애인복지카드’는 서울 인천 대구 부산은 지하철 무임에다 후불 버스 교통카드 기능이 탑재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필자는 아직 보지 못했다.

참고로 현재 사용하는 카드는 물리적으로는 ISO 7810 공통으로 가로 85.60mm 세로 53.98 mm 두께는 0.76mm 정도라고 한다. 기능은 각 카드마다 조금씩 다르다.

롯데카드(상) 신한카드(하). ⓒ롯데카드와 신한카드

장애인에게 지하철 요금이 무료로 시행된 것은 1993년 4월 20일부터이다. 그 때는 1회용 종이 승차권이었으나 2000년부터 교통카드가 나온 것 같다. 1993년부터 장애인 지하철 요금은 무료였지만 그러나 버스는 아니다.

버스요금은 그동안 많은 변천을 거쳐 왔는데 돈을 내다가 토큰을 내다가 서울에서는 1996년부터 전자카드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부산에서는 1998년 2월 3일부터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 무렵에는 ISO 7810의 규격카드가 아니라 다양한 형태였다. 각 단체에서 사은품으로 교통카드를 나눠주기도 했는데 그 때의 교통카드는 전부 선불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 신용카드가 범람하면서 교통카드도 후불제 교통카드가 사용되었다. 예전에 비해서 교통카드 사용이 엄청 편리해 졌으나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했던가. 후불제 신용카드는 ISO 7810 공통의 직사각형 카드 밖에 없었기에 지갑에 넣거나 주머니에 따로 넣어야 했으므로 사용하는 게 좀 불편했다.

분해한 롯데 터치카드. ⓒ이복남

예전의 하나로카드는 모양이나 크기를 고를 수가 있어서 조그마한 카드를 지갑이나 휴대폰에 달고 다녔으므로 편리했다. 그러나 모두가 선불식이었기에 좀 더 편리한 게 없을까 찾다보니 롯데카드에서 후불제로 터치카드(막대카드)가 있었다. 그래서 필자도 몇 년 전부터 터치카드를 발급 받아 휴대폰에 달고 다녔다. 터치카드는 가로 7cm 세로 2cm (현재는 롯데카드가 파손되어 정확하게는 알 수가 없음) 정도의 막대 모양이었다.

그런데 몇 해 전 휴대폰을 새로 바꾸었는데 새 휴대폰에는 터치카드를 달 곳이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있는 NFC 기능을 활용하기도 했지만 티머니 등에서 후불로 이용 가능한 신용카드가 필자에게는 없었다. 그래서 롯데 터치카드를 가방에 달고 다녔는데 가방을 바꾸면 터치카드도 옮겨야 되므로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그러다가 팔찌 교통카드를 구입했는데 편리하기는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선불이었다. 필자가 아는 장애인들도 팔찌나 목걸이면 좋겠다고 했지만 제작단가가 높아서 안 된다고 했다. 신용카드는 연회비는 별도로 일단은 카드사에서 무료로 발급해 주는데 그 많은 신용카드 중에서 왜 팔찌나 목걸이 카드는 없는 것일까.

아무튼 필자의 팔찌카드가 편리하기는 하지만 선불식이라 매번 충전하는 것이 번거로웠다. 어쩌다 충전을 못하기도 했고. 그래서 예전에 사용하던 후불제 터치카드를 불에 달구어서 휘어 봐도 팔찌로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선불팔찌카드(좌) 후불터치카드(우). ⓒ이복남

고심타 못해 터치카드를 뜯었다. 플라스틱 속에 신용카드가 들어 있었는데 그 카드는 가로 5cm 세로 1cm 정도로 작았다. 그 카드를 감싸는 팔찌를 뜨개질로 짜서 만들었다. 후불제교통카드도 잘 되고 편리하기도 하다.

필자는 부산에 산다. 부산지역에서는 롯데카드와 신한카드에서 후불제 교통카드를 발급한다고 했기에 롯데카드에 문의를 했다. ‘장애인교통카드를 팔찌카드로 해 줄 수는 없느냐’고 물었더니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터치카드도 더 이상은 발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 발급이 안 된다니 유효기간이 끝나면 이 팔찌카드는 어떻게 해야 되나.

인터넷에 보면 호기심 많고 재주 있는 사람들이 후불제 교통카드를 녹여서 다른 것으로 만들기도 하던데 필자도 한번 그래 볼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카드사에서는 왜 장애인이 원하는 카드를 해 주지 않는 것일까. 장애인들이 원하는 것은 서울 부산이 따로가 아니라 전국에서 통용되는 교통카드이다. 그리고 전국 통용카드는 후불제카드이고 팔찌나 목걸이 등 장애인이 원하는 것으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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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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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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