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각지대, 사회적 낙인과 편견에 놓인 정신장애인을 위한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김춘진, 정신보건법 바로잡기 공동대책위원회 등 14개 단체는 2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정신장애인복지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신 장애인들은 다른 유형의 장애인에 비해 교육, 취업 등에 있어서 사회적인 낙인과 편견으로 더 많은 어려움 겪고 있다.

하지만 신체장애 위주의 장애인 관련법과 의료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정신보건법은정신장애인의 사회적 통합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발달장애인법이 마련된 것처럼 별도의 법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김춘진 국회의원의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 대표발의에 앞서, 초안을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였다.

공익인권법재단 염형국 변호사가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 제정의 필요성과 내용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정신장애인 복지지원법 무엇?=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가 발표한 초안에 따르면 이 법은 정신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촉진하고 정신장애인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먼저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신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정신장애인지원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계획수립 및 정책의 수립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장관 소속으로 중앙정신장애인복지위원회를 시·도지사 소속으로 지역정신장애인복지위원회를 설치 운영하도록 했다.

또한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은 복지서비스의 신청을 받은 즉시 관할 지역의 지역정신장애인복지지원센터에 복지서비스 대상자 여부 등에 관한 심사를 의뢰하고, 그 심사결과를 고려해 복지서비스 대상자로의 선정 여부 및 복지 서비스 내용 등을 결정하도록 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신장애인을 위해 복지서비스 개발, 고용 및 직업훈련 지원, 평생교육 지원, 문화·예술·여가·체육 활동 지원, 소득보장, 직역사회 거주·복귀 지원, 심리사회적 재활지원 등을 실시하도록 했다. 또한 정신장애인의 가족을 위해 정보제공과 교육 및 상담지원, 휴식지원 등의 실시도 명시돼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통합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중앙정신장애인복지지원센터를 설치하도록 하고,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은 복지서비스 대상자의 심사, 정신장애인의 권리보호 활동, 정신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상담 등을 담당하는 지역정신장애인복지지원센터를 설치하도록 했다.

■제정 ‘공감’…일부 내용 아쉬워=이에 대해 토론자들은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락우 대표는 “적어도 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된 법이기 때문에 법이 제정되면 당사자가 이 땅에 발을 붙이는데 조금이라도 도움 될 것”, 조현증이 있는 동생을 둔 김미희 씨도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은 현재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정신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으로 실행된다면 정신장애인과 가족이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은 “현행 정신보건법은 병원 입원과 치료 등 의료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어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통합을 위한 지원과 권리는 제정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며 공감을 나타내면서도 정신장애인들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개선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냈다.

이 사무차장은 “법안 제16조 고용 및 직업훈련 지원, 제17조 평생교육 지원 등이 임의 조항으로만 명시됐다”면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의무에 대한 문제가 발생되면 법안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안 제7조 6항 정신장애인의 인권과 추진사항에 관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매 5년마다 백서를 발간 공표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정신장애인의 상황을 파악해 개선책을 마련, 시행하기 위해서는 매년마다 연차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2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정신장애인복지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토론회 전경. ⓒ에이블뉴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강석훈 법사위원은 “정신장애인의 삶의 매우 열악한 점을 고려할 때 정신장애인의 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법의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지역정신장애인복지지원센터의 역할이 정신보건법 상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역할과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기능의 일부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시정신건강증진센터 서용진 센터장도 “법에서는 장애인복지법상 정신장애인 외에도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 복지지원이 필요한 자로 인정된 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거의 모든 정신질환자가 정신장애인의 범주에 포함돼 등록된 중증 정신장애인들의 혜택이 감소되고 다른 장애 영역과의 갈등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박찬수 사무관은 “별도법이 제정되면 실태조사와 서비스 등이 중복될 수 도 있어 행정적으로 비효율적일 수 있다”면서 “활동보조서비스가 시범사업을 거쳐 제도, 법이 된 것처럼 먼저 서비스에 대한 모델을 만들고 발전시킨 다음에 법이나 제도로 이어지는 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신보건법 바로잡기 공동대책위원회에서 법안을 준비했던 염형국 변호사는 “법안을 만들 때 최우선으로 고려했던 부분은 발의가 아니라 통과를 위한 법을 만들자는 거였다”면서 “초반에는 권리 등 필요한 내용을 다 포함시켰는데 법안이 너무 광범위해지고 통과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일단은 지역사회 기반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염 변호사는 이문희 사무차장이 지적한 임의조항에 대해 “강제조항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법통과 가능성이 낮아져 임의조항으로 뒀다”면서 “한 단계 진전을 위해 일단은 근거조항을 만들고 이후 해당 주무부처나 기재부를 설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비스 전달체계가 중복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일리 없는 지적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정신보건센터는 보건소와 정신과 의사가 중심이 돼서 진행돼 온 체계기 때문에 그 안에서 복지를 담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센터는 국민 전체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가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고, 정신장애인의 복지부분은 별도의 체계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염 변호사는 또한 “정신장애인의 범주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었다”면서 “모두가 정신장애인 등록을 하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면 그게 최선이라고는 생각하는데, 현재 숫자가 적고 등록되지 않았다 할지라도 정체성을 가지고 살고 계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범주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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