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생활정치실천의원모임이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한 ‘성년후견제 도입을 위한 민법개정의 방향성’ 한·일 심포지움에 참여한 일본성년후견법학회 회장 아라이마코토 츠쿠바대 교수. ⓒ에이블뉴스

지난 9일 생활정치실천의원모임이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한 ‘성년후견제 도입을 위한 민법개정의 방향성’ 한·일 심포지엄에 참석한 일본성년후견법학회 회장 아라이마코토 츠쿠바대 교수가 일본의 성년후견제도의 주요 내용과 문제점에 대해 강연했다. 아라이마코토 교수는 일본 성년후견제를 전하며 “한국이 일본을 반면교사삼아 일본보다 좋은 성년후견제도를 만들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일본 성년후견제, 어떻게 시행되고 있을까?=아라이마코토 교수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지난 2000년 4월 새로운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해 현재까지 시행해오고 있으며, 그간 약 12만여 명이 이 제도를 이용해왔다.

새로운 성년후견제를 도입할 당시 가장 중시된 원칙은 ‘Normalization’(정상화), ‘자기결정권 존중’, ‘신상보호 중시’ 등이다. ‘정상화’ 원칙 아래 ‘금치산자’처럼 차별적 어감을 갖는 어휘를 삭제했고, 피보호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자는 취지에서 지적·정신장애인 및 치매노인 등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이전에는 피보호자의 재산을 유지·관리하는 것에 주로 중점을 둔 것과 달리 ‘신상보호 중시’ 원칙을 내세워 피보호자의 재산을 그의 생활·의료·복지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신 성년후견제의 또 다른 특징은 ‘임의후견제’를 도입한 것과 후견제를 ‘보조’·‘보좌’·‘후견’ 등 3가지로 세분한 것이다. 임의후견제란 피보호자가 현재 후견인을 필요로 하지 않더라도 이후 피보호 상태에 빠질 경우에 대비해 미리 후견을 받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이다.

3가지로 나뉜 후견제 중 주목할 것은 ‘보조’의 신설이다. 가벼운 정도의 치매·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이 사회·직업활동에 전적인 제약을 받지 않고 필요한 경우에만 후견인의 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피보호자의 자율성과 잔존 능력을 최대한 존중하고자 하는 태도가 뒷받침됐다.

이밖에도 가정재판소가 임의후견인에 대한 감독을 선임하도록 해 후견인에 대한 감시체계를 갖췄고, 법인 또는 여러명의 사람도 후견인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이 고민하고 있는 과제는?=새로운 성년후견제가 도입된 후 지금까지 임의후견제의 등록신청자 수는 2만 7,800여 명으로 상당한 수에 이르지만, 후견제 중 ‘보조’의 등록신청자수는 5,156명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아라이마코토 교수는 “임의후견제도와 함께 성년후견제의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리라고 기대했던 '보조'제도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이용자 증가에 따른 '성년후견제의 사회화'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과제로는 3가지 후견제 중 ‘보좌’와 ‘후견’의 폐지를 들었다. “장애인권리조약에 따라 사리식별능력이 낮은 피보호자라 할지라도 가능한 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현재 ‘보좌’, ‘후견’에 등록된 대상자를 ‘보조’로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라이마코토교수는 “성년후견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사회에 정착시킬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라며 “한국이 성년후견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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