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국회에서 열린 ‘선관위 주최 대선TV토론 발화자별 수어통역사 배치’ 추진 간담회 전경. 농인 유병석 씨가 수어로 발언하고 있는 모습.ⓒ에이블뉴스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수화언어를 사용하는 청각장애(농인) 청년들이 국회를 찾아 선거TV토론에 발화자별 1명씩의 수어통역사를 배치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다이너마이트 청년선대위가 ‘리스너 프로젝트’를 통해 제안된 요구를 당 차원에서 나서 달라며 윤호중 원내대표에 직접 요청한 것.

10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는 윤호중 원내대표와 이동학 최고위원, 오영환 의원, 최혜영 의원, 서난이 청년선대위 공동위원장, 홍서윤 청년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리스너 프로젝트’ 제안자인 손혜영 씨를 비롯해 김하정 농인 유튜버(하개월)과 이샛별 농인 칼럼니스트, 유병석 농인 뉴스 제작자 등 농인 청년 당사자와 조성현 한국수어통역사협회 회장이 자리해 선관위 주최 대선TV토론(2월 21일, 25일, 3월 2일)에 발화자별 각 1명씩의 수어통역사 배치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 당시 장애인단체가 방송사,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모습.ⓒ에이블뉴스DB

■토론자 4명인데, 수어통역사는 1명…인권위 권고도 외면

사실 선거방송토론 수어통역 불편 문제는 이미 예전부터 제기돼왔던 문제다. 공직선거법상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대담․토론회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또는 수어통역 제공은 의무지만, 수어통역사 최소 인원수 명시는 없다.

이렇다보니 주관기관 및 방송사는 수어통역사를 최소인원 1명만 배치하고 있다. 실제 지상파 3사가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토론회에서 토론자별로 수어통역사를 배치한 사례는 전무하다.

이에 한 명의 수어통역사가 장시간 통역을 해 통역의 질이 떨어질 우려 뿐 아니라, 양자대결 구도에서 한 사람의 수어통역사가 2명의 후보자 발언 통역을 모두 소화하다 보니, 어느 후보자의 발언인지 헷갈린다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후보자별 공약 및 토론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참정권 침해’라는 것.

2022년 2월 4일 열린 제20대 대선 첫 TV토론회 방송캡쳐. 한 명의 수어통역사가 모든 후보자의 발언을 모두 소화하고 있다.ⓒ에이블뉴스DB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 당시 장애인 인권 단체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장애벽허물기)이 이 같은 문제를 두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차별진정을 제기했으며, 인권위 또한 2018년 5월, “선거방송 화면송출 시 2인 이상 수어통역사를 배치하라”고 권고 내렸다.

하지만 지난해 4·7재보궐선거 선거방송토론에서도 개선되지 않아, 장애벽허물기는 거듭해서 차별진정을 제기했지만, 20대 대선을 코앞에 둔 현재까지 달라진 점은 없다.

지난 3일 열린 제20대 대선 첫 TV토론회에서도 1명의 수어통역사가 무려 4명의 후보자 발언을 소화했다. 2016년 한국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언어로 인정한 ‘한국수화언어법’이 시행됐음에도 선언 뿐인 법이 되어가는 현실.

간담회에 참가한 농인 청년들은 참정권 보장을 위해 TV토론회 만큼은 각 토론자별 수어통역사 배치가 절실하다고 요구했다.(위)농인 유튜버 김하정씨(아래)농인 칼럼니스트 이샛별 씨.ⓒ에이블뉴스

■농인청년들 “수어통역사 여러명 배치” 한목소리

이날 간담회에 참가한 농인 청년들은 참정권 보장을 위해 TV토론회 만큼은 발화자별 수어통역사 배치가 절실하다고 요구했다.

농인 유튜버 ‘하개월’ 김하정 씨는 “국민이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 대통령 선거 투표를 앞두고, 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지 않는 선거토론방송은 개선돼야 한다. 최소한 누가 어떤 말을 하는지 구분돼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 “40만 청각장애인 유권자를 위해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먼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요청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인 농인 이샛별 씨는 “수어통역사 한 사람이 대통령 후보자 3~4명분의 통역을 하다 보면 누가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1번 후보자의 공약이 2번 후보의 공약인 것으로 헷갈리기 일쑤”라면서 “당사자로서 투표권이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후보자별로 수어통역사가 배치됐으면 좋겠다”고 같은 의견을 전했다.

이와 더불어 이 씨는 선거공보물 속 수어 안내 영상 QR코드 의무화가 담긴 선거법 개정, TV방송토론 속 자막 제공 등 농인 유권자들을 위한 맞춤형 정보 체계 마련도 함께 전달 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에이블뉴스

한편, 이 같은 목소리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농인들의 알 권리 보장에 대해 공감을 표하며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전했다.

민주당은 오는 11일 TV토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발화자별 수어통역사 배치를 요구한 상태며, 이날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는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선관위 주관 토론회에서는 해당 사안이 반영되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후 코로나19 수화서비스 제공, 국회 상시 수어통역 제공을 통해 청각장애인 알 권리 보장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선거, 정치 부분에서 세심한 배려가 부족한 현실”이라면서 참정권 보장에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또한 이샛별 씨의 맞춤형 정보 체계 마련 제안에 대해서도 “청각장애인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선관위 주최 대선TV토론 발화자별 수어통역사 배치’ 추진 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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