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형 선거공보를 만들어도 장애인 차별을 피할 수 없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6.2지방선거에서 연출되고 있다. ⓒ한국점자인쇄

"후보자는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선거공보 외에 시각장애선거인을 위한 선거공보를 작성할 수 있다. 이 경우 점자형선거공보는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책자형 선거공보에 게재된 내용을 줄이거나 그 내용과 동일하게 작성하여야 한다."(공직선거법 개정전)

"후보자는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선거공보 외에 시각장애선거인을 위한 선거공보 1종을 작성할 수 있다. 이 경우 제2항에 따른 책자형 선거공보의 면수 이내에서 작성하여야 한다."(공직선거법 개정후)

6.2지방선거를 맞아 시각장애인들의 참정권은 이전 선거보다 축소됐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선거공보 면수를 책자형 선거공보 면수 이내에서 작성하도록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30일 국회를 통과해 올해 1월 25일 공포돼 이번 선거부터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장애인계에서는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이 점자형 선거공보를 제작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공직선거법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시각장애선거인을 위한 선거공보 1종을 작성할 수 있다'는 조항은 실제 후보자들이 점자형 선거공보를 만들지 않아도 아무런 구속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장애인들의 입장은 모든 후보자들이 책자형 선거공보에 담긴 내용 그대로 점자형 선거공보를 작성하도록 의무화해야한다는 것. 하지만 이번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후보자들은 오히려 점자형 선거공보 제작을 기피하게 됐다. 점자형 선거공보를 만드는 것 자체가 장애인 차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국 시각장애인을 대표하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회장 최동익)에 따르면 책자형 선거공보 내용을 그대로 점자형 선거공보로 옮기려면 책자형 선거공보 면수보다 최소 3배가 늘어나게 된다. 점자의 특성상 12면짜리 책자형 선거공보를 점자형으로 만든다면 36면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점자형 선거공보를 분석하면 후보자 정보를 담는데만 4면 정도가 쓰이고, 면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장애인 혹은 복지와 관련된 공약 정도만 축약해서 점자로 싣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책자형 선거공보에 담긴 내용을 그대로 옮기지 않은 것은 시각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이라며 "현행 공직선거법은 후보자들이 시각장애인을 차별하도록 조장하고 있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발행된 점자형 선거공보를 수집해서 분석한 다음 투표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인차별로 진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0지방선거장애인연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측에 이미 이 같은 문제점을 담은 정책질의서를 전달했으나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답변만이 선관위측으로부터 돌아왔다.

선관위는 2010지방선거장애인연대에 보낸 답변에서 "이번 6.2지방선거는 8개 선거를 동시에 진행해 선고공보의 분량이 지나치게 많아 부득이 면수를 제한했다"며 "향후 치러질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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