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제28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영상메시지를 통해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2008년 결산]-⑦이명박 대통령

다사다난했던 2008년이 다 지나가고 있다. 에이블뉴스는 인터넷 설문조사를 통해 선정한 '2008년 장애인계 10대 키워드'를 중심으로 2008년 장애인계를 결산하는 특집을 진행한다. 일곱 번째 순서는 7위로 뽑힌 '이명박 대통령’이다.

“저는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내 모든 지하철 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장애인 콜택시를 만드는 등 장애인들에게 보다 편리한 사회환경을 만드는데 많은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이제 대통령으로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열과 성을 다하겠습니다. 장애인들이 학교와 직장에 가기 위해 자신있게 집을 나서고, 자신이 번 돈으로 가족과 함께 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시스템을 차근차근 만들어 가겠습니다.”(김영주씨에 대한 답장 중에서)

“장애인들에게도 더 따뜻한 배려와 함께 더 많은 기회를 주고자 합니다.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입니다.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들은 국가가 책임지고 보살피겠습니다.”(대통령 취임사 중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장애인에게 약속한 내용은 그리 많지 않다. 대선 때 제시한 장애인공약이 있고, 취임사를 통해서 밝힌 국정운영 철학이 있다. 또 에이블뉴스를 통해 중증장애인 김영주씨가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별로 많지 않은 약속을 왜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민주당 박은수 의원의 국정감사 질의에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대해 대놓고 전부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답변을 들어보고자 질문한 것인데,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못 지키겠다는 것인지…. 장애인정책 주무부처 장관을 잘못 세워서 그런지 이명박 정부를 향한 장애인계의 실망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에이블뉴스가 온라인으로 실시한 2008년 장애인계 키워드 7위를 차지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뽑은 에이블뉴스 독자들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단언컨대 한 표를 던진 배경에는 실망과 분노의 심정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첫째 인사정책의 실패다. 이명박 대통령은 보건복지가족부 첫 수장으로 김성이 이화여대 교수를 선택했다. 김성이 전 장관은 자질 부족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결국 장관에 올라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황당한 정책을 추진했다. 바로 ‘장애인’을 대체할 새로운 용어를 찾는 것이었다. 장애인들의 반응은 싸늘했고, 마땅한 대체용어는 찾아지지 않았다. 김성이 전 장관이 장애인들에게 남긴 것은 그것이 전부였다.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은 한국장애인개발원 낙하산 인사를 주도하면서 장애인들의 큰 원성을 샀다. 장애인단체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고 요청해놓고, 대정부질의 국회 발언대에 서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일이 없다’고 발뺌을 했다. 이 차관은 결국 쌀 직불금 부정수급 논란 속에 스스로 물러나야만 했다.

이명박 정부의 가장 대표적인 인사 실패는 국가인권위원회 김양원 위원의 임명이다. 김 위원은 장애인당사자인데, 오히려 신망애복지재단을 운영하면서 국가보조금 횡령 건으로 이사장에서 물러나야만 했던 장애인시설 비리 당사자이기도 하다. 장애인 부부에게 낙태를 종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애써 피했어야할 인물은 ‘인권의 수장’으로 앉혀놓은 저의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장애인정책도 별 볼일 없다는 게 장애인계의 중론이다. 이명박 정부는 장애인차량 LPG연료 개별소비세를 폐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는 아무런 의지가 없다. 한나라당까지 나서서 장애인차량 LPG연료 개별소비세 폐지를 지지하고 나섰지만, 기획재정부가 앞장서서 반대하고 있으니 법안이 통과될 리 만무하다.

장애인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한 소극적인 예산 편성에 대해 장애인들은 원성을 쏟아내고 있고,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에 따라 행정인력을 충원해야하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반토막 내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장애인들은 크게 비판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수차례 장애인장기요양제도 시범사업 예산도 편성하지 않고, 탈시설 자립생활 정책에 대한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12월 30일자로 발표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성명서를 옮겨본다. “이명박 정부 출범 1년 동안 이 땅 장애인들의 삶은 갈수록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출범초기부터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경제 살리기 기조 하에 그나마 조금씩 확보되어 가던 장애인 관련 각종 제도, 정책, 예산이 점차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현재 이명박 정부는 사회적소수자의 생존권을 밑천으로 부자들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주력하고 있음을 실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실 노무현 정부도 ‘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장애인당사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도 않고, 장애인차량 LPG지원제도의 폐지, 장애인복지사업의 성급한 지방이양, 장애인고용장려금 축소 등을 감행해 장애인복지를 후퇴시켰다는 오명을 쓰게 됐다. 이명박 정부의 장애인복지정책이 성공하려면 노무현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한다는 지적이다. 노무현 정부는 참여정부라는 모토를 내세웠지만, 사실상 장애인당사자들의 참여에 대한 기틀조차 세우지 못했다. 사실 그러한 시도조차 없었다.

장애인당사자들은 입만 열면 참여를 외치고 있다. 장애인정책 결정과정에 장애인당사자가 참여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보건복지가족부 산하로 격하시키려고 하는 시도는 장애인들의 바람을 역행하는 것이다.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가 왜 유명무실한 것인지 그 원인 분석부터 새로 해야 하는 시점이다.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수렴해야하는 시점인 것이다. 다가오는 2009년 새 해에는 이명박 정부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의 앞으로 남은 4년, 과연 기대를 걸어도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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