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유명한 말은 T.S 엘리엇의 ‘황무지’란 시에서 유래됐다. 왜 하필 잔인한 달 4월에 장애란 운명을 가진 장애인의 날이 4월 20일에 있는지 장애인들은 불만을 갖는다. 계절의 여왕인 오월이나 시월 상달에 장애인의 날이 하루쯤은 끼어도 되지 않을까.

장애인단체들은 4월은 투쟁의 달이요, 20일은 차별철폐의 날로 규정하고 생존권 보장을 위한 투쟁을 시작했으며 장애인권영화제, 장애인생존권보장 9대 요구안 발표, 장애인의 날 슬로건 공모, 인권토론회 등등 일년치 행사를 4월 한달에 역점을 두고 진행해 기자들만 죽을 맛이다.

기자가 왜 이런 하소연을 하는가 하면 편집회의 때 귀여운 한 후배의 제안 때문이다. 그 제안인즉슨 ‘장애인 당사자가 생각하는 장애인의 날’에 대한 원고이다. 몇몇 원고청탁자의 피치 못할 사정으로 뇌성마비 2급인 기자의 몫이 돼버리고 말았다.

장애인 당사자인 기자가 생각하는 장애인의 날은 기념식도 차별철폐도 아닌 전국민의 장애체험의 날이다. 요즘 후배 기자가 목과 어깨에 담이 들어 고생이다. 옆에서 지켜본 기자는 후배에게 “뇌성마비인들은 항상 목과 어깨 대부분에 담이 들어 통증은 물론 말도 안나오고 고개도 흔들린다”고 일종의 체험교육을 시킨다.

국가가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제정한 만큼 적어도 공무원이나 학생들은 전부 장애체험을 하면 어떨까. 대통령, 보건복지가족부장관, 시장부터 초등학생까지 안대도 하고 흰지팡이에 몸을 맡겨 시각장애인들의 답답한 삶을 느껴본다든지 전동휠체어에 몸을 묶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리프트를 타보는 것이다.

그것도 어렵다면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인 시장을 포함한 각계 대표 비장애인 전부만이라도 장애인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리프트만이라도 한번 타보면 어떨까.

장애인생활신문 이재상 기자 / 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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