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군장애인복지관 전경. ⓒ박종태

가평군장애인복지관이 지난달 30일 개관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가평장복은 총 36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지하층, 지상 2층으로 건립됐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이용 편의를 배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2일 가평장복을 방문해 과연 장애인들의 편한 이용을 위한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갖춰졌는지 꼼꼼히 점검해 봤다.

먼저 시내에서 떨어진 곳에 지어진 관계로 방문하기가 불편하다. 셔틀버스도 운행되지 않고, 가평군에는 장애인콜택시도 없기 때문이다.

가평장복을 살펴보면 주차장에는 17대의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데, 이중 장애인전용주차장은 2곳뿐이다. 차량을 이용해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주차가능표지'를 발급 받은 장애인들의 이용이 빈번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주차공간을 부족하게 마련해 놓은 것이다.

또한 2층 규모의 건물이지만 화재, 재난 발생 시 중증장애인들이 신속히 대피하도록 하기 위한 경사로사 설치돼 있지 않고, 베란다에 대피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단지 화재가 발생했을 때 위험하고, 중증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없는 좁은 원통형 비상탈출구가 설치돼 있을 뿐이다.

1층 입구에는 시각장애인들에게 건물을 안내해 주는 '점자촉지도'가 있는데, 손가락으로 읽기 힘든 부식형이다. 그 안에는 직원호출버튼과 점자를 읽기 못하는 시각장애인에게 음성으로 안내해 주는 음성유도기가 없다.

각 실 출입구 벽면에는 실과명을 알려주는 점자촉지도, 그 앞에는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었지만 출입문 손잡이가 있는 벽면이 아닌 곳에 설치돼 있어 시각장애인들이 손잡이를 찾기 힘들었다. 또한 바닥의 대리석과 색상이 같은 점자블록을 설치했다가, 최근 문제가 되자 노란색 페인트를 칠했지만 벌써 벗겨져 보기에 좋지 않았다.

각 실의 출입문은 미닫이문으로 휠체어장애인 및 목발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출입이 힘들어 보였다.

장애인화장실은 1층과 2층에 각각 남녀로 구분돼 마련돼 있다. 그런데 장애인들의 이용이 빈번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족하다. 최대 이용인원이 남성 2명, 여성 2명 등 총 4명밖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1층과 2층에는 장애인화장실보다 2배가 넘는 비장애인화장실이 마련돼 있다. 장애인 이용 시설인 점을 생각해 장애, 비장애 구분 없이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화장실이 설치됐다면 이 같은 문제는 해결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남녀장애인화장실 내부를 살펴보면 크기가 큰 세면대 한쪽에만 고정식 손잡이가 설치돼 있어 목발을 이용 장애인의 경우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다. 세면대 양쪽에 모두 손잡이를 설치해야 하는 이유다.

여기에 공간은 좁아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 이용 장애인들의 용변기 접근이 불편했다. 큰 세면대를 줄이고, 고정식 손잡이를 '올렸다, 내렸다'할 수 있는 가동식으로 교체하면 그나마 공간은 더 넓게 사용할 수 있다.

용변기 옆에 설치된 비상호출버튼은 손이 닿지 않아 사용할 수 없었고, 중증장애인들이 용변을 볼 때 기댈 수 있는 등받이가 없었다. 청각장애인들에게 화재가 발생했음을 알려주는 '깜빡이 점멸등'도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반면 휴지걸이는 사용하기 편한 위치에 설치돼 있다.

이 밖에도 가족목욕탕이 1곳 마련돼 있지만 공간이 좁은데다 가정용 욕조가 설치돼 있어 중증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없었다. 홀로 목욕이 가능한 절단 및 중증장애인들을 위한 공용목욕탕이 만들어지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 같은 장애인 편의시설 미흡 문제 때문에 가평장복은 가평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의 점검에서도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현장 점검에 자리를 같이한 가평군 담당자는 "장애인들이 불편한 사항을 개선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1곳 마련된 가족목욕탕. 공간 협소 등으로 인해 중증장애인들의 이용이 힘들다. ⓒ박종태

바닥의 대리석과 색상이 같은 점자블록을 설치했다가, 최근 문제가 되자 노란색 페인트를 칠했지만 벌써 벗겨져 보기에 좋지 않았다. 사진은 출입구 바닥에 설치된 점자블록. ⓒ박종태

1층 입구에는 시각장애인들에게 건물을 안내해 주는 '점자촉지도'가 있는데, 손가락으로 읽기 힘든 부식형이다. 그 안에는 직원호출버튼과 점자를 읽기 못하는 시각장애인에게 음성으로 안내해 주는 음성유도기가 없다. ⓒ박종태

화재, 재난 발생 시 대피를 위해 설치된 좁은 원통형 비상탈출구. 중증장애인들은 대피하기 힘들다. ⓒ박종태

화재, 재난 발생 시 대피를 위해 설치된 좁은 원통형 비상탈출구. ⓒ박종태

남여장애인화장실은 공통적으로 비상호출버튼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설치돼 있어 사용하기 힘들고, 용변기 뒤 등받이 및 손을 말리는 핸드 드라이어기도 없다. ⓒ박종태

장애인화장실의 내부는 좁은데 세면대는 크고, 한쪽에만 손잡이가 설치돼 있다. ⓒ박종태

비장애인화장실은 장애인화장실보다 2배가 넘는 크기다. ⓒ박종태

각 실 입구 벽면에 설치된 점자촉지판과 그 밑에 점자블록은 잘 못 설치됐다. 출입구 손잡이가 있는 벽면과 그 밑에 설치돼야 한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