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립회관민주화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와 정립회관이 소중한 회원들의 모임이 각각 지난 20일 정립회관 앞 마당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정립회관 사태가 ‘정립회관이 소중한 회원들의 모임’의 발족으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정립회관민주화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이하 정립공대위)가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완수 이사장 퇴진운동에 이어 이사진 전원 퇴진운동으로 투쟁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정립회관이 소중한 회원들의 모임’(이하 정소모)이 발족식을 갖고 공식 활동에 돌입하면서 정립공대위측의 투쟁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

지난 20일 오후 정립공대위는 정립회관 앞마당에서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 이사진 전원퇴진을 위한 투쟁결의대회'를 진행했으며, 정소모도 같은 날 오후 정립회관 앞마당에서 발족식을 가졌다. 이날 같은 장소에서 서로 입장이 다른 두 조직이 집회를 벌여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양측은 별다른 물리적 충돌 없이 각각 집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양측은 집회의 합법성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정소모측 몇몇 회원들은 정립공대위가 오후 2시 20분경 먼저 집회를 시작하자 “집회신고를 내지 않은 집회는 불법”이라며 “이는 우리의 집회를 방해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항의했다. 하지만 정립공대위측은 “그쪽 집회를 방해할 의도가 없으며, 우리는 매주 해오던 대로 집회를 진행하는 것일 뿐”이라며 “사유지에 집회신고를 받은 경찰 측이 이상하다”고 맞섰다.

정소모측은 정립공대위측 집회장소 바로 옆에 차량을 대고, 사이렌을 틀어 집회의 합법성을 주장했으며, 정립공대위측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예정대로 집회를 진행했다. 정립공대위측이 오후 4시경 집회를 마치자 정소모측은 사이렌을 끄고 발대식을 진행했다.

그동안 정립공대위측은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가 이완수씨를 이사장으로 선임한 것은 231일간의 투쟁 끝에 이룬 합의를 파기한 부당한 처사라며 이완수씨의 이사장직 결정 철회를 요구해 왔다.

정립공대위측은 이완수씨는 지난 농성기간 동안 폭력을 사주한 인물로 자격이 없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최근에는 투쟁의 수위를 높여 정립공대위측은 이완수씨를 이사장직으로 결정한 이사들도 전원 퇴진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서도 정립공대위측은 이완수씨 이사장직 결정 철회와 이사진 전원 퇴진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결의했다.

정립회관은 올해로 개관 30주년을 맞아 내주 기념식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반면 정소모측은 발족문을 통해 이사회의 결정은 적법한 절차를 거친 민주적인 것이었으며, 폭력 동원과 관련해서도 경찰 측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며 공대위의 주장은 단지 투쟁을 이끌어 가려는 선전적 구호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정소모측은 정립공대위가 이사들의 직장과 집을 투쟁의 장소로 삼고 있고, 송영욱 전 이사장이 모친상을 당했을 때 자택에 가서 집회를 벌이는 등 반인권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으로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소모측은 정립공대위에 감정적 집착에서 벗어나 모두를 아우르는 장애인운동의 올바른 대열에 다시 서라고 요구했다.

현재 정립공대위측은 매주 목요일 집회를 계속할 예정인 가운데, 정소모측은 11월 4일까지 정립회관에 집회 신고를 내놓은 상황으로 양측의 대립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양측 사이에서 정립회관 사태와 관련한 공개토론회 개최 건이 오고가는 등 대화의 통로는 열려 있는 상황이다.

한편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정립회관은 오는 27일 오후 개관 30주년 기념식 및 정립가족의 날, 지역주민 노래 한마당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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