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지난 8월 24일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의 소개로 ‘장애인의 종류 추가신설에 관한 청원’을 국회에 냈다. 척수장애를 지체장애에서 분리해 별도의 장애유형으로 신설해달라는 것이 이 청원의 내용이다.

이 청원과 관련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척수장애 장애유형 신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다음 글은 한국척수장애인협회가 본지에 보내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에 대한 반박 글이다.

장애인의 종류 추가신설 청원 검토보고서에 대한 의견

□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이하 검토보고서)가 제시한 법정장애의 확대범주 선정기준을 척수장애인에게 적용시켜 볼 때 다음과 같은 의견임.

○ 장애인의 수 : 재활의학계에서 추정하고 있는 척수장애인의 수 13만명은 현재의 15대 법정 장애 중, 안면장애인 수(1,114명)의 약 117배에 해당하며, 간질장애인 수(5,180명)의 약 25배에 해당하는 수임. 또 1·2단계 장애범주 확대 이전부터도 선정되어 있던 주요 장애범주인 정신지체장애인 수가 119,207명임을 감안한다면 척수장애의 장애유형 신설은 당연한 숫자임.

○ 장애인의 중증도 : 척수장애인은 손상된 척수부위 이하의 신체가 마비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척수장애인은 하반신 마비 혹은 전신마비의 장애를 갖게 되므로 대다수가 1급의 중증장애인임.

○ 의료비 등 장애로 인한 비용지출 : 장애의 특성상 대부분 휠체어 혹은 전동휠체어 등의 이동용 보장구를 비롯하여, 욕창방지용 방석이나 매트리스, 상·하지 운동 보조기구, 대·소변 위생처리용품 등을 사용하여야 하며, 척추수술, 재활치료, 욕창치료 등이 잦아서 많은 의료비를 지출하게 됨.

○ 그밖에도 객관적 장애판정기준 개발의 기술적 가능성은 의학적으로 명확히 개발되어 있는 상태이고, 사회적 편견 등 비경제적 고통, 전문가를 포함한 사회 여론, 외국의 현황 등 또한 장애유형 신설에 충분하다고 사료됨.

□ 검토보고서는 척수장애의 경우 지체기능의 영속적 장애가 주 증상이라는 점에서는 여타 지체장애인과 분리하여 범주화할 타당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음. 하지만 뇌병변장애가 기존의 지체장애로부터 분리하여 범주화되었던 전례를 비춰볼 때에도 이는 잘못된 견해임. 1단계로 장애범주가 확대 이전까지, 단지 증상이 비슷하단 이유로 전체장애인의 67%나 되는 장애인들을, 그 다양성을 무시한 채 지체장애라는 하나의 유형으로 동일시하면서 생기는 여러 문제점들을 보완해야할 필요성에서 뇌병변장애가 분리되었던 것과 같은 이치로, 척수장애인 또한 분리 타당성이 높음.

□ 검토보고서는 원인의 대부분이 후천적이어서, 재활치료의 필요성이 크고, 호흡기․성기능 등에 중복장애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는 측면에서는 특수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 바, 이는 매우 적절한 지적이며, 아울러 척수손상으로 인한 대·소변의 배뇨장애, 성기능 장애 또한 다른 장애 유형에서는 볼 수 없는 특유의 증상으로 척수장애인들에게 큰 어려움이 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적절한 정책적 대응이 절실함.

□ 검토보고서는 선진국에서 신경계장애로부터 척수장애를 분리하여 범주화하고 있지 않다고 하였는데, 이는 깊이 있는 연구를 하지 않은데서 기인한 부적절한 분석임. 미국의 경우 신경계장애를 이미 지체장애와 분리해서 범주화하고 있는 바, 중추신경에는 뇌신경와 척수신경이 있으므로 신경계장애는 뇌신경장애(뇌병변장애)와 척수신경장애(척수장애)를 의미하는 것으로, 뇌병변장애와 척수장애를 이미 지체장애와 분리하여 범주화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음.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지체장애와 분리된 신경계장애는 뇌병변장애 뿐임. 따라서 지체장애와 분리되면서 빠져버린 척수장애를 범주화하는 것이 당연함. 미국·일본·프랑스·독일 등에서 비뇨기장애를 별도로 범주화하고 있는 것도 척수장애의 범주 신설과 유관한 것으로 사료됨.

□ 검토보고서는 장애인복지법시행규칙 별표의 “중복장애의 판정”조항 활용과, 중증 중복장애인 경우 1급으로 명시하는 등의 방안 검토를 권고하고 있는데, 이 또한 척수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데서 기인한 부적절한 견해임. 상기한 바와 같이, 척수장애인들은 경수·흉수·요수의 중추신경 손상으로 인한 전신 혹은 하반신 마비의 장애인이기 때문에 대부분 1급의 장애를 가지고 있음. 이미 1급의 장애를 가진 장애인에게 중증이거나 중복의 장애가 있으니 1등급 위의 급으로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임.

□ 검토보고서는 ‘<표 3> 장애등급판정기준 비교’에서 장애인복지법과 국가유공자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비교, 제시하고 있는데, 해당 표 장애인복지법의 조항은 ‘척수장애’가 아니라 ‘척추장애’에 대한 조항인 바, 전문위원들이 ‘척수장애’와 ‘척추장애’의 차이조차도 이해하지 못한 채 검토보고서를 작성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임. ‘척수장애’는 척추 속에 보호되고 있는 중추신경이 척수가 손상된 장애이며, ‘척추장애’는 척수를 보호하고 있는 척추뼈에 만곡 등의 장애가 있는 경우로 각기 전혀 다른 장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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