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맹학교 초등부 5학년 황인상 학생이 20일 오전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제21회 전국장애인부모대회에서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엄마, 아빠에게!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많이 부는 가을이빈다. 엄마, 아빠 안녕하세요? 저 인상이에요. 이렇게 편지로 인사를 드리니 쑥스럽기만 합니다.

엄마가 큰 이불을 빨고 계실 때 힘들어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발로 큰 이불을 밟으면서 힘들다고 하시던 엄마! 밖에서 일도 하시고, 집안에서는 가정일 하시느라 늘 허리가 아프다는 엄마의 한탄 소리에 늘 가슴이 아파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옆에서 아무런 도움도 드리지 못하고 컴퓨터에 정신없이 빠져 들었습니다. 제가엄마 어깨를 주물러 드릴께요. 제가 덮던 이불도 제가 빨고요. 이젠 엄마의 고생을 덜어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재가 할 수 있는 일은 제가 스스로 하겠습니다.

언제인가 제가 피아노를 배우러 가야 하는데, 머리가 아프다고 거짓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엄마, 아빠께 고백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과외공부와 피아노 등 ‘많은 것들을 배워라’ 하시면서 학원에 보내 주십니다. 그 마음 알지만, 때로는 친구들과 놀고 싶고, 아빠와 놀고 싶기도 합니다. 엄마, 아빠! 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내주세요.

제가 앞이 안 보여 어려움이 있지만 기억력이 좋으니 엄마, 아빠가 잊어버리는 것들이 있으면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항상 저의 눈과 발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가 집에서 매일 컴퓨터 많이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럴 때마다 컴퓨터 못하게 한다고 엄마, 아빠께 짜증을 냈는데, 말없이 받아주신 엄마, 아빠에게 죄송스런 마음만 가득합니다. 죄송해요!

엄마, 아빠 저에게 회초리를 드실 때 저는 살이 아프지만, 엄마, 아빠의 속마음은 찢어지는 것 같죠? 그런 속마음까지도 알면서 왜 이렇게 부모님 걱정만 끼치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는 내 자신이 밉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를 위해 애쓰시는 두 분께 효도할께요.

부모님! 사랑해요.

2005년 10월 20일 황인상 올림.

*이 글은 한빛맹학교 초등부 5학년 황인상 학생이 20일 오전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제21회 전국장애인부모대회에서 장애인부모님들께 드리는 편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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