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열린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시각장애인의 다양한 직종 및 직업개발을 위한 간담회. ⓒ에이블뉴스

‘2015년 장애인통계’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의 취업률은 34.8%에 불과하다. 장애유형별로 보면 지체장애인 36.9%, 지적장애인 22.0%, 청각장애인 10.3% 뇌병변장애인 8.7%, 시각장애인 7.7%로 이들 가운데 시각장애인의 취업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최근 시각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고 직무욕구를 반영한 직업 및 직종개발 기초연구를 위한 간담회가 열려 눈길을 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하 개발원)은 지난달 29일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효명리더스클럽 시각장애 대학생들과 ‘시각장애인의 다양한 직종 및 직업 개발 방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개발원 정책연구실 서원선 박사와, 직업재활부 사업평가팀 문용준 팀장,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의 효명리더스클럽 시각장애 대학생 10여 명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개발원은 이에 앞선 지난 9월 5일과 10월 26일 대구대학교와 나사렛대학교를 찾아 시각장애인과 시청각중복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먼저 시각장애 대학생들은 취업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취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 등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연세대 사학과 한성현 학생은 “사실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공·사기업에 취업하는 것은 어렵다고 주위에서 말한다. 뭘 해야 할지 이런저런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나사렛대 기독교학과 김경희 학생은 “특수학교 다니던 학생들을 보면 결국 직업이 많지 않고 돈을 벌어야 하다 보니 바리스타나 안마사로 가더라”며 시각장애인의 취업현실을 대변했다.

단국대 영문과 김건우 학생은 “국회사무처 등에서 직업연수를 받았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 것은 없었다. 미리 직업을 체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서울대 교육학과 강민영 학생은 “교직 공무원이 꿈이다. 문서작성 방법, 결제 방법 등을 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간담회에서는 교육 현장에서의 차별적 요소 해소와 함께, 안정적인 일자리를 위한 인프라 구축도 필요함이 지적됐다.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열린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시각장애인의 다양한 직종 및 직업개발을 위한 간담회. ⓒ에이블뉴스

건국대 경영학과 김한솔 학생은 “이번에 처음으로 시험시간이 연장되고, 학교 호실도 점자로 알려주고 점자블록도 설치됐다”며 재대로 배울 수 있는 교육환경이 갖춰져야 함을 강조했다.

공주대 특수교육과 안재영 학생은 “직업을 가질 때 희망하는 것은 안정적인 일자리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이를 위한 보조기기 등의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서강대 사회과학부 한재희 학생은 시각장애인 일자리로 “시각장애인의 독서를 위해 일반 문자를 점자로 번역하고 교정하는 점역교정사를 보다 활성화 시키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피력했다.

다양한 의견들에 개발원 서원선 박사는 “선진국인 미국은 시각장애인 직종이 따로 없다. 시각장애인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정부가 모든 것을 최대한 지원한다”며 미국사례를 제시했다.

서 박사에 따르면 미국은 직업재활을 장애인 복지의 핵심적인 목표로 간주하고 있으며, 이에 가능한 많은 장애인들이 직업을 찾아 자립을 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이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하면 요리사가 되기 위한 학원부터 무료로 제공해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에 회계사, 행정직원, 고객서비스 직원, 요식업관련 노동자, 재정분석가, 상담사, 사회복지사, 컴퓨터 프로그래머, 요리사 등 300개 이상의 직업군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미국 시각장애인의 직업재활 직종을 분석한 결과 전문·기술·관리업 4.9%, 사무·판매업 6.5%, 서비스업 8.3%, 농업·수산업·산림업 외 관련업종 12.3%, 제조업 12.9% 등이었다.

서 박사는 “현재 우리나라 각 기업은 장애인식개선 교육, 성폭력 예방 교육 등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의 경우에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직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건복지부의 복지 플래너(사례 관리사)도 하나의 직업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도 유사한 재활상담사가 많다”고 덧붙였다.

서 박사는 또 “지금까지의 간담회를 보면 시각장애인의 욕구가 다양하다. 몇 가지 직종만 만들어놓고 훈련시켜 취업시키기 보다는 개별욕구에 따라 서비스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서 박사는 무엇보다 “시각장애인 채용 이후 고용유지도 당연히 중요하다. 그렇다면 뭐가 개선돼야 하는지도 함께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개발원은 시각장애 대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내년 본격적으로 시각장애인 직종개발 등의 연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단순히 직종개발에만 머물지 않고 현 시스템에서 개선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 바로 잡아 시각장애인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용준 팀장은 “시각장애인연합회 등의 취업현황을 보면 1년에 수천 명이 취업을 하지만 헬스키퍼 등 안마업에 대다수가 종사한다. 나머지는 간혹 사무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도 선진국 시스템 도입(개편)이 필요하다. 대학교를 다닌 학생도 그렇지 못한 학생도 있다. 안마를 떠나 새로운 일자리를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다”고 강조했다.

문 팀장은 “내년에 관련 연구를 하게 되면 상·하반기 중 중간결과가 나오고 적용이 가능한지에 대한 시범사업, 본사업 등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사렛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시각장애인의 다양한 직종 및 직업개발을 위한 간담회.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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