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로비에 장식된 타일 벽화는 청소년들의 합동작품(왼쪽, 오른쪽 위). 마을 벽화 그리기를 통해 동네 분들이 장애인에 대한 벽을 허무는 자리도 만들었다(왼쪽 아래). ⓒ부안복지관

-벽화 그리기로 장애인들과 지역 사회와의 융화를 시도했다면서요?

미술교실에 참여하는 장애인들이 근처 마을에 나가 벽화 그리는 사업을 했었어요. 장애인, 자원봉사자, 지역주민 백여 명이 한데 어울려 밋밋한 시골 마을 풍경에 변화를 주었던 거지요. 동네 사람들에게는 장애인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된 계기를, 장애인들에게는 사회참여의 기회가 되었는데요. 마치고 나니 그림 하나로 마을도 달라보이고 참여한 분들의 반응도 굉장히 좋았어요.

기억에 남는 일은요. 뒤풀이 모임에서 한 어르신이 ‘백만 원짜리 마을이 억대 마을이 되었다’고 좋아하셨던 거에요. 처음엔 장애인들이 그림을 잘못 그려 동네 분위기를 다 망쳐놓으면 어쩌나 걱정을 하셨대요. 그런데 막상 함께 그림을 그리다보니까 장애인도 못할 것이 없다고 ‘장애 아닌 장애’라는 말을 하셨답니다. 어울리다보면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다는 걸 느끼게 됐지요.

-복지관 로비에 걸린 대형 타일 그림에도 사연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 그림은 장애인들과 여름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이 조를 나눠 지난 해 여름 공동작업을 해서 탄생한 작품이에요. 흔히 목욕탕 벽면에 붙이는 조각 타일에 그림을 그린 다음 전체적으로 맞춰서 벽화로 완성시킨 것인데요. 장애인과 청소년들의 재기발랄함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공동작업을 하는 동안 서로 소통하고 배려했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걸작이라고 할 수 있죠. 그 그림을 볼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진답니다.

넓찍한 운동장에서 눈 싸움을 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뒤쪽의 둥근 건물과 유리벽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건축물이 부안복지관이다. ⓒ부안복지관

-부안복지관은 특이하게 장애인복지관과 사회복지관이 통합해 운영되는 곳이라고 들었어요.

2006년 4월 저희가 개관할 때만 해도 장애인복지관과 사회복지관을 통합해 운영되는 곳이 거의 없었어요. 건물을 설계할 때부터 통합 운영을 고려했던 건 아니어서 장소는 많이 비좁은 편인데요. 그래서 복지관 방문마다 시간표가 붙어 있어요. 오전에는 장애인들 미술수업을 하는가하면 오후에는 어르신들 서예교실을 하고 이렇게 방마다 시간대 별로 프로그램이 달라져요. 이용하는 분들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서 서로 배려하는 마음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너나없이 드나들다보니 장애인에 대한 편견 또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잇점도 있고요. 통합운영이 갖는 장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건물이 아름다운 데다 운동장이 넓어서 최적의 환경이 아닌가 싶어요.

저희 복지관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을 세 번 놀란다고 합니다. 첫째 복지관이 너무 아름다워서, 둘째 이용하는 분들의 표정이 너무 밝아서, 마지막으로는 직원들이 너무 친절해서 놀란다고 합니다. 하하. 자랑이 심했나요? 특히 도시지역에서 오신 손님들은 넓은 운동장과 고즈넉한 농촌 풍경을 보고 감탄을 하시는데요.

요즘 같은 봄 날씨에는 점심 밥 먹고 난 다음 운동장에서 산책하는 분들이 많아요. 아이들은 공놀이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구요. 눈 쌓인 겨울 풍경도 그만인데요. 눈싸움하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해요. 축구경기가 가능한 크기라서 우리 복지관 운동장은 부안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에도 이용되고 있어요. 그런 일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복지관 홍보도 되고요. 여러 가지로 운동장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죠.

-복지관에 찜질방이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봤어요.

3층에 있는 찜질방은 처음 설계할 때 농촌지역 복지관이란 특성을 살려 만든 건데요. 현재는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돼서 성인장애인 주간보호실과 장애아동 방과후교실로 사용하고 있어요. 방 따뜻하죠, 넓은 세면장 딸려 있죠. 부안으로 연수 오는 분들이 가끔씩 무리지어 묵어가기도 하고요. 일종의 숙박시설이랄 수 있는 곳이 갖춰져 있다 보니 소문을 듣고 종종 문의전화를 주시곤 하는데요. 우리 복지관 사람들은 시골에 있는 기관이라서 그런지 손님들이 오는 걸 워낙 좋아해 모두 반갑게 맞이하고들 하죠.

-장애인 활동보조인으로 일하는 분들이랑 직원연수를 같이 간다고 하던데요?

언젠가 직원연수 때 활동보조 선생님께서 ‘우리는 외근직’이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나네요. 활동보조 일을 하는 선생님들은 기관 밖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아서 복지관 홍보사절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복지관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지역사회에 알리기도 하고 많은 정보를 가져다주시니까요. 우리 복지관에서는 직원연수 뿐 아니라 회식, 교육 등 모두를 다같이 함께 하는데 다른 지역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듣고 보니 지방에 위치한 복지관만이 가질 수 있는 보람이 느껴지는데요.

부안은 인구 6만의 소규모 농촌지역이에요. 어르신, 장애인, 결혼 이민여성, 조손가정 등 사회복지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대상자는 많았지만 우리 복지관이 개관되기 전까진 종합적인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전무하다시피했어요. 사회복지 불모지나 다름없는 곳이었죠.

2006년 우리 복지관이 개관하면서 직원들이 부안 전 지역을 두 번이나 돌며 지역 분들을 만났어요. 그 분들을 위해 복지관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점검하는 과정이었죠. 그렇게 해서 40년 만에 처음으로 외출 나온 장애인도 만나게 됐고요. 인형극 프로그램을 만들어 생애 처음으로 무대에 서는 감격에 기뻐하는 여성 장애인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어요. 많은 장애인들이 우리 복지관을 통해 삶의 기쁨과 행복을 찾고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때면 정말 힘이 납니다.

우리 복지관엔 이런 미션이 있어요. ‘사람 중심, 지역 중심, 네트워크 중심으로 섬김과 나눔의 생태적 복지 공동체를 만들겠습니다.’라는 건데요. 2009년에는 지난 3년을 밑거름 삼아 이제는 새싹을 틔우고 가지를 내고 열매를 맺는 일을 해나가려 해요. 지역사회와 호흡하면서 사회복지 신화를 만드는 게 저희의 꿈이랍니다. 많이 지켜봐 주세요.

*예다나 기자는 ‘장애 경력 19년’을 자랑하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입니다.

“장애인에게 제일의 경력은 장애 그 자체”라고 말하는 예다나씨는 22세에 ‘척추혈관기형’이라는 희귀질병으로 장애인이 됐다. 병을 얻은 후 7년 동안은 병원과 대체의학을 쫓아다니는 외엔 집에 칩거하는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8년간은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했다. 그 동안 목발을 짚다가 휠체어를 사용하게 되는 신체 변화를 겪으며 장애 경중에 따른 시각차를 체득했다. 장애인과 관련된 기사와 정보를 챙겨보는 것이 취미라면 취미. 열 손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을 빠르게 치다가 현재는 양손 검지만을 이용한다. 작업의 속도에서는 퇴보이지만 생각의 틀을 확장시킨 면에선 이득이라고.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도 있다고 믿는 까닭. ‘백발마녀전’을 연재한 장애인계의 유명한 필객 김효진씨와는 동명이인이라서 부득이하게 필명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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