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정비협회에 지도사원은 그에게 딱 맞는 일 같았다. 고장이 났다하면 가서 손봐주고, 1주일에 한번 정도 지회 사무실에 나가서 서류정리만 하면 되었다.

“폐에는 구찌뽕과 참숯 가마가 좋다며, 참숯 가마를 권유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2015년 12월 29일 김해 장유에 있는 D참숯 가마를 찾았다.

“김해 참숯 가마에 갔다 왔는데 2016년 1월 2일 아침에 못 일어났습니다. 한참 만에 겨우 일어나서 직접 운전을 해서 부산대 양산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폐의 기능이 15% 밖에 안 남았지만, 병원에서는 아무것도 해줄게 없다며 산소호흡기만 처방해 주었다.

“병원에서 처방 받은 산소호흡기는 구청에서 지원해 주었습니다.”

부산대학병원에 2주 동안 입원해 있다가 퇴원했다.

“이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죽을 날만 기다리면서 이리저리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폐이식 환우 카페’를 발견했다.

색소폰 공연. ⓒ이복남

“카페에 가입을 하고 이것저것을 둘러보면서 카페지기와 여러 가지 상담을 하였습니다. 저의 상태로서는 폐이식 밖에 방법이 없는데 신촌 세브란스 병원 백효채 교수가 유명하다고 했습니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전화를 해서 백효채 교수를 찾았다.

“죽으라는 팔자는 아닌 모양입니다. 백효채 교수님에게 연락이 닿아서 바로 예약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월요일에 전화를 했는데, 금요일에 올라오라고 했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부산)내려 가면 죽는다고 당장 입원하라고 했습니다.”

여러 가지 사전 검사를 하고 이식 날짜를 기다렸다.

폐이식이란 뇌사자 등 누군가의 폐를 이식받아야 하는데 공여자와 수술자가 맞아야 가능하다. 혈액형도 맞아야 하고 폐 크기도 비슷해야 하고 기관지, 혈관 등도 맞아야 한다. 이 때문에 대상이 되는 환자들은 먼저 병원을 찾아 여러 가지 검사를 한 후 공여자를 찾게 된다.

폐이식은 폐섬유화 등 폐기능이 떨어진 환자가 마지막에 받는 게 수술이다. 폐이식 환자가 병원을 빨리 찾는다면 성공률은 높은 편이지만 환자의 몸이 거부반응을 일으키면 기관지가 막혀 사망하게 된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폐이식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부산양산대병원 등에서 가능하다고 한다.

“2016년 2월 26일에 이식수술을 했습니다.”

이식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있다가 일반실로 옮겼다.

수술비용은 얼마나 들었을까.

“1억 4천정도 들었는데, 1억 정도는 건강보험에서 부담을 했고, 저는 4천만 원 정도 들었습니다.”

연세대 동문회관 백효채 교수 300례 달성 기념공연. ⓒ이복남

그 밖에 장기 이식을 하면서 공여자의 각종 검사비와 장례비 등인지 약간의 비용을 지불했다고 한다.

“나중에 산재보험에서 2,500정도는 돌려받았습니다.”

폐이식을 하고 부산 집으로 돌아 왔다.

“수술을 하고 집에 오니 동사무소에서 연락이 와서 갔더니 지체가 5급인데 폐이식을 해서 5급이므로 중복으로 4급이라고 했습니다.”

폐이식 후에 특별히 조심해야 될 것은 없을까.

“일단 이식을 했으니 면역억제제는 평생 먹어야 되는 거고, 그리고 회나 과일 등 날 것은 먹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폐활량을 키워야 된다고 해서 색소폰 동호회에 가입했습니다.”

숨이 차서 색소폰을 분다고 했다. 예전에 만난 어떤 장애인은 폐활량을 키우기 위해 하모니카를 분다고 했다.

“폐활량을 키우려고 색소폰 동호회에 나가서 색소폰을 부는데 그렇게 부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백효채 교수 300례 달성 기념식에서도 축하공연을 했고, 이를 계기로 KBS 뉴스에도 보도가 되었다고 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는 2019년 6월 21일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폐이식 300례 달성기념식을 진행했다. 세브란스는 2019년 5월 폐이식 300례를 달성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백효채 폐이식 팀장, 의료진, 환자 등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못 먹어서 조금씩 자주 먹어야 합니다.”

음식점에 가면 보통 사람들이 먹는 양의 절반 정도라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왜 폐섬유화가 되었는지 잘 몰랐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예전에 알루미늄 공장에서 일할 때 석면을 만졌던 게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산재신청을 했다. 알루미늄 공장에 근무했다는 것을 증명하라고 하는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그 공장은 문을 닫은 지 오래라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산재보험급여 청구는 재해를 당한 근로자나 그 유족은 업무상재해가 발생하면 재해가 발생한 사업장 소재지를 관할하는 근로복지공단 지사에 보험급여를 청구한다. 산재보험급여는 업무상 재해 여부가 문제되므로 나중에 회사가 협조를 안 해주면 증명하기가 어려우므로 증거확보가 주요하다.

“A기계가 문을 닫은 지 오래라 제가 산재라는 것을 증명할 길이 없었습니다.”

당시 A기계가 있던 공장도 찾아가보고 관공서에도 가보고 했으나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그러다가 한 가지 생각난 것이 세금은 납부했을 거 아닌가 싶어서 세무서를 찾아 갔습니다.”

세무서에서도 오래전이라 찾을 수 없다고 했지만, 사정사정해서 A기계 그리고 최광암의 납세 기록을 찾았다.

“인천에서 담당자가 내려와서 서류를 검토하고 산재승인이 났습니다.”

산재승인이 나고 2,500만 원 정도를 돌려받았다.

산재승인이 났다면 산재연금을 받게 되었을까.

“아니오. 그때까지도 저는 한국건설정비협회 직원으로 되어 있어서 연금은 안 받았습니다. 제가 입원을 하고 수술을 받는 동안에도 저를 해직 시키지 않은 한국건설정비협회가 참 고맙지요.”

백효채 교수 300례 달성 축하연. ⓒ이복남

한국건설정비협회 지도사원은 퇴원 후에도 계속했고, 2020년 올 봄에야 그만두었다고 했다. 그래서 아직 산재연금은 받고 있지 않는다고 했다.

이제는 한국건설정비협회도 그만 두어서, 색소폰 동회에서 색소폰을 불고 이것저것 운동도 하지만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단다.

코로나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호흡기 바이러스다. 우한 바이러스가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번지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라고 명명했다.

코로나 때문에 팬데믹(Pandemic)니 코호트 격리(Cohort Isolation)니 사회적 거리두기 등 여러 가지 신조어나 유행어가 생겼다.

“코로나 때문에 생긴 신조어 중에서 제가 딱 맞는 신조아가 산스족입니다.”

산스족이란 거리두기와 집합금지로 헬스장도 문을 닫아 혼자 산에 가서 헬스를 한다는 것이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만 마스크를 오래 쓰면 숨이 답답하여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고 홀로 산으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코로나19도 호흡기 문제이므로 호흡기 장애인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호흡기 장애인 되고 나서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해 주고 싶을까.

“사람이 살다가 언젠가는 죽겠지만, 제일 고통스러운 게 저 같은 호흡기질환 같습니다.”

암이나 다른 병은 아프면 진통제라도 맞을 수 있지만 숨을 못 쉰다는 것만큼의 고통은 없을 거라고 했다.

“산소호흡기 외에는 방법이 없으니까요. 지금도 조금만 움직이면 숨이 차지만 저는 그래도 폐이식을 해서 운이 좋은 편입니다.”

모든 장애나 병이 누가 걸리고 싶어서 걸리겠냐 만은 호흡기질환은 특히 조심하고 잘 관리해야 된다고 했다.

“담배 피지 말고, 평소에도 운동도하고, 그리고 만약의 경우 병원에 갈 때는 나중을 위해서라도 꼭 119를 불러서 가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119를 불러서 가야 나중에라도 증명이 된단다.

폐이식은 이식 후 1년가량이 거부반응과 감염증이 위험한 시기지만, 1년이 지난 후에는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여러 가지를 주의하면 기대 수명은 10년 20년이 될 수도 있다고 하므로 코로나19도 잘 이겨내시고 사는 날까지 부디 평온하시기를. <끝>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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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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