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장애인 김정우 씨(33세).ⓒ한국척수장애인협회

추석연휴에 갑작스러운 척수손상…

“2013년 추석연휴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네요. 그날도 평소 여느 때와 같았어요. 가족과 함께 추석을 맞았고 특별할 게 없던 일상이었죠. 제가 갑자기 쓰러지지만 않았다면 말이죠.”

척수손상 당시를 회상하던 김정우 씨(33세, 지체4급)는 이제 덤덤히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다며 대화를 이어갔다.

“갑작스럽게 척수 부위에 뭉쳐있던 피가 터지면서 척수가 손상되었어요. 병원에서는 몇 만분의 일의 확률이라며 놀라했죠. 저 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받아들이기 어려웠죠. 그렇게 경수 4,5,6,7번이 손상되었고, 지금은 이렇게 휠체어를 타고 있네요(웃음).”

그는 척수손상 후 일상복귀 과정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을 묻자 바로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라며 말했다.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의 정보메신저를 만나다

“제가 지금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저 혼자 스스로 잘해서 이루어 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모두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의 체계적인 지원 덕분이었죠. 척수손상 후 병원에 계속 오랜 기간 입원해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입원한 병원에서 ‘정보메신저’라는 분을 만나게 된 거죠.”

그는 입원했던 병원에서 충청남도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 소속의 정보메신저를 만났고, 다양한 재활정보를 제공받으며 사회복귀 계획을 함께 수립했다.

사회복귀에 성공한 척수장애인 당사자로 구성된 정보메신저는 대학병원, 재활병원 등으로 파견되어 척수손상환자를 대상으로 동료지지 서비스를 제공하며, 척수장애와 관련된 올바른 재활정보 및 복지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현재 예산 부족으로 전국의 모든 대학병원, 재활병원에 정보메신저가 파견 나가지 못하는 실정인데, 마침 그가 입원한 병원에 정보메신저가 파견되고 있었다.

그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보메신저를 만난 건, 제 인생의 행운이자 터닝포인트 였던 것 같아요”라며 미소를 띄었다.

첫 번째 도전, 준비된 일상복귀 계획 수립 후 퇴원

“병원에서 같은 척수장애를 가진 정보메신저를 만난 순간, 휠체어를 탄 삶을 살아갈 용기가 생겼던 것 같아요. 일상으로 복귀할 계획을 함께 세우고 퇴원을 했죠. 퇴원 후에는 정보메신저가 ‘지역사회복귀훈련’ 프로그램를 안내해 참여했어요.”

지역사회복귀훈련은 초기 및 칩거 척수장애인을 대상으로 대상자의 거주지를 기본으로 한 일상생활훈련, 사회적응훈련을 하는 전환재활 프로그램이다. 이 또한 척수장애인 당사자가 코디네이터가 되어 직접 대상자와 함께 맞춤형 훈련을 진행하게 된다.

“제가 앞으로 살아갈 지역에서 코디네이터와 함께 훈련을 했고, 그 훈련을 통해서 저는 완전하게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샤워하는 방법부터 휠체어에서 침대로 옮겨 앉는 방법까지 집 안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일상생활훈련을 가장 먼저 했어요. 그 후에는 저희 집 근처 마트 장보기부터 시작해서 은행, 주민센터, 복지관, 우체국, 영화관, 체육관 등 평범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함께 사회적응훈련했죠.

‘그런 걸 하는데 무슨 훈련이 필요해?’라고 생각하고 계시죠(웃음)? 비장애인으로 살다 갑작스러운 척수손상으로 휠체어에 앉아 살아가려면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듯 하나부터 열까지 다 새로 익혀야 하더라구요. 저도 비장애인일 때엔 몰랐어요(웃음).”

두 번째 도전, 척수손상 후 직업을 갖다

척수손상 전, 쓰레기 수거차량 운전직으로 근무했던 정우 씨는 재활지원센터 직원의 상담을 통해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되었다.

충남 천안지역에 있는 사회복지기관에 사무직으로 취업했고, 성실한 자세로 근무하며 직장동료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었다.

직장생활 이외에도 천안 지역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모임을 결성하는 등 왕성한 지역 활동을 이어갔다.

그런 모습에 작년 10월 5일에 개최된 ‘제9회 충청남도 척수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자랑스러운 충청남도 척수장애인'으로 선정되어 표창을 받았다.

“자랑스러운 충청남도 척수장애인…. 너무나도 영광스러운 상이였습니다. 저한테 주신 상이 아니라, 저를 일상복귀하도록 이끌어 준 정보메신저와 코디네이터 분에게 주신 상이라고 생각해요.”

전국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 실무자들 (가운데가 김정우씨).ⓒ한국척수장애인협회

세 번째 도전, 초기·칩거 척수장애인을 지원하다

올해 1월 정우 씨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바로 ‘충청남도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에 직원으로 근무하며 지역의 초기 및 칩거 척수장애인을 지원하는 것이다.

“저도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병원에서 평생을 살 것 같은… 무기력한 마음으로 하루 종일 병원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만 했었는데, 지금 이렇게 씩씩하게 당당하게 잘 지내고 있잖아요(웃음). 제가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저도 이제 다른 사람을 돕고 싶어요.”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 덕분에 지역사회 커뮤니티에 잘 안착할 수 있었고 성공적으로 일상복귀할 수 있었어요. 올해부터는 저도 센터 직원으로써 충남지역의 초기·칩거 척수장애인을 발굴하고 일상복귀를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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