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장애인 권태윤 씨(사진 좌)가 일상홈을 통해 제2의 인생 출발점에 섰다. 오는 6일 퇴소를 앞두고 강명원 일상생활코치(우)와 함께.ⓒ에이블뉴스

22년 동안 한국철도공사 역무원으로 일해 온 권태윤 씨(남, 44세)가 인생 2막 출발점에 섰다. 지난해 자전거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된 그는 9개월간의 병원생활 후 ‘일상홈’을 거쳐 평범한 일상을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예전에는 아이들 학원 보내느라, 알뜰살뜰 살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해왔는데, 장애인이 된 후 기다림과 느림을 배웠어요.”

평소 운동을 좋아하던 권 씨는 지난해 8월 늦은 밤, 자전거를 타다 도로 옆 배수로에 추락해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화장하라’란 말을 전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걱정하지 말라’며 다독였던 아내와 부쩍 철이 든 두 아이의 응원으로 장애를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내가 ‘죽는 구나’ 했었죠. 마치 망치로 한 대 맞는 느낌이었달까요? 내 다리를 만져보니 고깃덩어리 같고. 무엇보다 ‘애들을 누가 키우나’ 걱정부터 들더라고요.”

병원 동기로부터 알게 된 한국척수장애인협회의 ‘일상홈’. 사고 이전 일상생활로 돌아가길 원했던 권 씨는 퇴원 후 바로 ‘일상홈’에 입주, 오는 6일 퇴소를 앞뒀다.

‘일상홈’은 주거 공간에서 척수장애인을 대상으로 사회복귀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병원에서 지역사회로 복귀 전 준비단계로 1개월간의 체험을 통해 사고 전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 현재 한국척수장애인협회가 바드코리아(주)의 후원으로 전국 1곳만 시범적으로 운영 중이다.

‘일상홈’에 있는 6월 스케쥴. 휠체어 댄스 관람 등 스케쥴이 빼곡이 담겨있다.ⓒ에이블뉴스

1달 여동안 권 씨는 ‘일상홈’을 통해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신변처리, 샤워, 카트렌스퍼 등과 함께 평소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뮤지컬, 영화 관람, 휠체어 럭비 등까지 많은 경험을 했다.

“신변 처리의 경우 보호자의 도움이 꼭 필요했는데, 일상홈을 통해 스스로 하는 법을 배웠어요. 혼자 샤워도 하고 밥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병원에서 설명만 해줬던 일상훈련을 실제로 이곳에서 코치님과 함께 해보니 많은 도움이 됐어요.”

장애인이 된 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그 전까지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장애인들의 불편함이 피부로 와닿았다.

“영화관 휠체어석은 맨 앞에 있어 목이 아프고, 반대로 뮤지컬공연장 휠체어석은 무대가 잘 보이지도 않게 맨 뒤에 있더라고요. 휠체어석이 그저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 거죠. 로얄석은 아니더라고, 적당히 잘 보이는 위치에 있어야 하는 건데.”

척수장애인 권태윤 씨(사진 우)가 일상홈을 통해 제2의 인생 출발점에 섰다. 오는 6일 퇴소를 앞두고 강명원 일상생활코치(사진 좌)와 함께.ⓒ에이블뉴스

오는 10월 직장 복귀를 앞둔 그는 다시 일하기 위한 준비에도 한창이다. 거주하는 집은 이미 화장실 안전바, 경사로 등 수리를 마친 상태며,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 차량 개조도 진행 중이다.

근무지인 안동역 또한 권 씨의 업무 재배치와 편의시설을 개선하고 있다. 또 그는 직장에 복귀하면 역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점자블록 등 편의시설 개선에도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그 전에는 역으로 들어오는 모든 열차를 관리하는 로컬관제원 업무를 했었는데, 휠체어를 타면 사고 시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없거든요. 복귀하게 되면 행정 업무로 하게 될 듯해요. 업무를 하면서 역내 편의시설 개선에도 노력할 예정이고요.”

한편, 한국척수장애인협회의 ‘일상홈’ 지원기준은 ‘퇴원 예정의 척수장애인’으로 일상홈에 입소해 4~5주간 일상생활, 가사활동, 문화·여가프로그램, 교류프로그램 등을 통해 사회복귀를 희망하는 자이면 지원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전화(070-7493-8402)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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