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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어가는 몸, 서재에서 적어 내려간 희망

[인터뷰] 20년째 시인으로 활동 중인 김진우씨

"절망 극복 위해 잡은 펜, 문학계 인정 받고싶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08-18 16:09:10
근육장애인 김진우 시인은 20년째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근육병 환우 생활시설 ‘더불어사는집’에서 거주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근육장애인 김진우 시인은 20년째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근육병 환우 생활시설 ‘더불어사는집’에서 거주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오전 9시, 인천 효성동에 위치한 근육병 환우 생활시설 ‘더불어사는집’에 거주하는 김진우 씨(44세, 지체1급)의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사회복무요원의 도움을 받아 세수와 식사를 마치면 비로소 서적이 빼곡히 꽂힌 자신의 책상 앞에 앉는다. 화상키보드로 남아있는 미세한 근육을 이용해 세상살이를 둘러보고 독수리 타법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시를 적어나간다. 진우 씨는 이 작은 공간을 ‘늘 희망이 푸른 서재’라고 칭했다.

‘일 년에 한 번 진료하는 봄비 한의사는
구름 침통이 비워지면 다른 환자를 찾아간다‘

-’봄비 한의원, 김진우作 중에서-


진우 씨는 최근 ‘제27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7월11일 서울 대학로 이음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진우 씨는 수상작인 ‘봄비 한의원’을 낭독하며 큰 박수를 받았다. ‘봄비 한의원’은 봄비를 침으로 비유해 새싹이 돋아나는 희망을 표현한 시다.

진우 씨는 지난 2001년 ‘바람에 스치는 그리움’을 시작으로 총 3권의 시집, 연합시집 참여 등을 발간했으며 2008년 시인으로 등단했다.

1974년 1월, 강원도 삼척 산골마을에서 9남매 중 8째로 태어난 진우 씨는 또래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뒷산을 다니며 다람쥐와 까투리를 보고, 산딸기를 먹던 밝은 아이였다. 그런 그가 11살이 되던 해부터 다리에 힘이 없어지며 ‘픽픽’ 잘 넘어졌다. 부모님은 소아마비라고 생각했으나, 진단명은 진행성인 근육병이었다.

읍내와 학교가 멀어 중학교에는 진학하지 못했다. 외로웠던 그를 달랜 것은 형들과 누나들의 책과 카세트테이프 뿐 이었다. ‘공부를 못 하더라도 책은 많이 봐야겠다’던 진우 씨는 점점 책 읽는 재미와 함께 직접 쓰는 법도 깨우쳤다.

제27회 대한민국 장애인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김진우 씨.ⓒ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제27회 대한민국 장애인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김진우 씨.ⓒ에이블뉴스DB
“형이 근육병으로 먼저 돌아가셨어요. 어둡고 절망했던 내용을 적었던 시가 방송에 소개됐죠.”

21살 되던 해, 같은 병을 갖고 있던 형제가 숨졌다. 심정을 담은 시와 사연을 담아 우연히 알게 된 KBS1라디오 ‘내일은 푸른 하늘’에 보냈더니 방송에 소개됐다. 비로소 시 쓰는 즐거움을 알게 된 진우 씨는 그때부터 ‘희망’을 썼다. 지금까지 쓴 시는 무려 1000 여 편에 달한다.

진우 씨는 현재 ‘솟대문학’, ‘관동문학’, ‘제천문학’, ‘포항현대문협’, ‘시사문단’, ‘세계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역문화축제인 ’도시락콘서트‘, ’시가 흐르는 서울‘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장기능이 점점 약해지고 심장약도 먹고 있어요. 무리하지 않는 상황에서 작품 활동하고 먹는 거 잘 먹고, 좋은 생각을 하면 진행 속도가 늦어진다 하더라고요. ”

어릴 적 발병한 근육병은 벌써 진우 씨를 매일 매일 괴롭힌다. 장기능과 심장도 나빠졌다. 2007년부터는 폐렴이 걸리며 호흡이 힘들어져 호흡기도 끼고 있다. 몸을 많이 움직이지 못하는 진우 씨는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작품을 만들어낸다. ‘6시 내 고향’ 등의 TV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을 간접체험 하기도, 타인의 SNS 속 일상을 보며 시를 적어내려 간다. 자다가도 영감이 떠오르면 밤새 몸을 뒤척이기도 한다.

자신의 서재에서 화상키보드를 통해 시를 쓰는 김진우 시인.ⓒ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자신의 서재에서 화상키보드를 통해 시를 쓰는 김진우 시인.ⓒ에이블뉴스
진우 씨는 오는 9월12일부터 14일까지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2017 장애인문화예술축제’ 개막식에 올라 축시를 낭독할 계획이다. ‘광화문 네거리/ 무지개등이 내걸린다’로 시작하는 시도 이미 완성해놨다. 청소년기부터 틈틈이 작성한 자전에세이도 완성하는 것은 진우 씨의 오랜 목표다.

가을을 좋아해 가을 속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담아 진우 씨는 호를 소추(小秋)로 정했다. 1년 동안 힘들게 지내다 열매를 맺는 만큼, 진우 씨 또한 결실을 맺고 싶단다. 물론 ‘늘 희망이 푸른 서재’에서 ‘시인’의 이름으로 말이다.

장애인 문학하면 문학적 수준으로 생각 안하고 동정의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어요. 열심히 하게 도와줘야 한다는 그런 인식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문학성으로 평가받아 두각을 나타내는 장애문인들이 많습니다. 문학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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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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