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민용은 임현숙 양을 아내로 맞이해 한평생 하나님의 뜻을 따라 길이 사랑하고 존경하며 도와주고 보호하며 고락간 변치 않고 남편 된 본분을 다할 것을 확실히 서약합니다”, “네, 아멘”10일 서울 역삼동
충현교회 제3교육관에서 특별한
결혼식이 펼쳐졌다.
충현복지관을 이용하는 발달장애인들과 부모들, 교사, 지역주민들 등 200여명의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동료를 위해 열창하는 복지관 이용인들, 장가가는 아들을 둔 어머니의 환한 미소 속 섭섭함까지.
신랑
이민용(35세, 지적3급), 신부
임현숙(33세, 지적1급)이 하나가 됐다. 누구는 어렵다고, 힘들다고 가지 말라고 한 그 길을
부부는 나란히 걸었다. 지금 이 설렘, 행복 한평생 변하지 않으리라.
"우리
결혼합시다" 민용씨와 현숙씨는 5년 전 성동 한 복지관에서 처음 만났다. 얼굴부터 마음씨까지 첫 눈에 서로 끌린 이들은 부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년 전 몰래 혼인신고를 마쳤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그들은 서울 면목동 한 빌라 반지하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결혼식장 앞에서 하객들을 맞느라 한창인 민용씨 부모님 이효선(67세), 강영실(61세)씨는 "자식 이기는 부모 없어요"라고 입을 뗐다. 힘든 길이라고, 어렵다고, 강제로 둘을 떼어놨지만 좀처럼 쉽지 않았다.
결혼적령기의 남녀가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욕구지만, 그 둘은 조금 특별하지 않은가. 발달장애인 혼인율이 28.5%에 불과한 우리사회 현실 속 기특하기도, 한편으론 걱정스런 표정도 함께 공존했다. "우리는 부모니까 당연히 걱정스럽죠." 발작이 심한 며느리 때문에 아들의
결혼생활이 힘들진 않을까. 오랜만에 한복을 꺼내 입은 영실씨의 눈가가 촉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