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인 석창우 화백 모습.ⓒ에이블뉴스

“예술은 배고픈 거라고는 하지만 장애예술인들은 너무나 배가 고프다 못해 굶주릴 정도입니다. 우리 후배 장애예술인들이 당당히 예술인으로써 활동할 수 있게 정부에서 장애예술회관 건립 등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8일 종로구 운니동 한국문화정품관에서 개관기념 ‘의수화가’ 석창우 화백의 초대전이 열렸다. '고독한 중심, 달리는 선'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새롭게 시도한 도자기 위에 그린 작품 등 신작 40여 점과 함께 지난 런던올림픽 기간 선수단을 응원한 작품도 함께 선보였다.

이날 오프닝 작품 시연회를 펼치기 위해 고운 개량한복을 입고 참석한 석 화백(57세, 지체1급)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올해로 24년째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는 석창우 화백은 대중들에게도 익히 알려진 '의수 화가'이다.

1988년도 서른 초반에 들어 처음 붓을 잡았다던 석창우 화백은 그림과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아온 평범한 전기공이었다. 공고와 공대를 나와 기업의 전기관리사로 근무하며 산업화시대의 ‘공업화’라인을 타고 왔지만 지난 1984년 10월 전기 사고로 양 팔과 발가락 일부를 잃었다.

그렇게 병원에서 1년 반 정도를 지내며 12차례의 수술을 받은 후 결국 양팔을 절단했다. 장애인이 된 석 화백은 가족과 함께 전주로 내려가 몇 년간 요양을 지냈다. 그가 의수로 붓을 들게 된 것은 그로부터 4년이 지난 후다.

오랜 노력 끝에 붓을 잡은 지 10년 만에 1998년도에 첫 개인전을 열게 된 후, 현재까지 총 34회의 개인전을 마친 그는 어느덧 유명화가가 됐다. 장애인들과의 경쟁이 아닌 처음부터 비장애인들과의 경쟁을 펼쳤던 그는 장애예술인들이 길을 잃어 방황하는 모습에 이 말만은 꼭 전하고 싶단다.

“장애예술인들이 주목받고, 예술인으로써 인정받으려면 장애인들의 경쟁에 안주하지 말고 비장애인들과 함께 경쟁해야 합니다. 비장애인들의 그룹전에 끼어들도록 해야 하고, 스스로도 더욱더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발전이 없습니다.”

지난 9월 방귀희 대통령 문화특별보좌관이 추진했던 장애인예술회관 건립이 1차 예산 탈락으로 ‘물거품’이 된 것에 대해서도 석 화백 또한 아쉽기 그지 없다.

석 화백은 “설 곳없는 예술후배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회관 조차 정부에서 외면하는 거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며 “먹고사는 복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제는 장애인들도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석 화백은 “장애예술인들이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이다. 경제적으로 가족들이 뒷받침되어주지 않으면 혼자서는 예술을 마음껏 즐길 수 없다”며 “정부에서 장애예술인들의 경제적 뒷받침 해줄 수 있는 제도 등을 마련해 그들이 예술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공익적 차원의 공연에서 장애예술인을 일정 비율 출연시키고, 문학이나 미술작품도 비율을 정해서 공공기관에서 구입하는 것을 장애인예술 공공쿼터 제도가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장애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장애인 활동지원제도. 혼자 작품 활동이 어려운 석 화백도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해봤지만, 시간이 너무 적어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재는 활동보조인 대신 가족들과 제자,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예술 활동을 하기 위해 활동보조인이 필요해 신청을 했더니 한 달에 60시간 나오더라. 지체1급인데도 걸어 다닐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루에 2시간도 채 못 받아 ‘받으나 마나’여서 그냥 중단했다. 작품 활동이 힘든 장애예술인들에게 활동보조인을 제공해주는 제도도 함께 마련됐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편, 석 화백의 34번째 개인전은 8일부터 오는 27일까지 한국문화정품관 3층 갤러리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초대전에 전시된 석 화백의 작품.ⓒ에이블뉴스

초대전에 전시된 석 화백의 작품.ⓒ에이블뉴스

작품 시연회 중인 석창우 화백.ⓒ에이블뉴스

이날 초대전 오프닝에는 방귀희 문화특보와 가수 강원래씨도 함께했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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