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의원은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부담에 좌절하지 않고, 책임의식을 갖고 할 일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에이블뉴스

25년 동안 장애인활동가, 자립생활리더로 활동한 민주당 이상호 서울시의원(45세, 지체장애 2급)이 오는 6월 말이면 정치계에 입문한지 1년을 맞는다. 이 의원은 당선증을 받던 날 “탈시설과 자립생활에 줄기를 잡고 시정해 날 것”이라고 말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기울여왔다. 성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2011년 서울시 장애인복지 예산’ 확대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 신규·증액된 예산만해도 무려 320억원에 달한다. 특히 서울시의 신규·증액 편성된 장애인복지예산에 대한 집행 거부가 이어지자 108배와 단식을 마다하지 않았다.

에이블뉴스는 지난 11일 서울시의원회관 이 의원의 사무실에서 이 의원을 만나, 1년 동안의 성과와 함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의원은 인터뷰에서 장애계의 추천을 받아 등원한 만큼 심적 부담이 컸지만, 책임의식을 갖고 할 일을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타 현안도 많은데 자립생활에 너무 치우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비극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권중훈 국장: 오는 6월 말이면 정치계에 입문한 지 1년이 된다.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

이상호 의원: 한마디로 10년 같은 1년이었다. 민주당에서 뽑아줬지만 장애계가 나를 보내줬기 때문에 서울시의회에 등원했다. 때문에, 그만큼 심리적인 부담이 컸다. 지난해 6개월 중 3개월을 사무실에서 자면서 지냈다. 최근에는 서울시의 장애인복지 증액 예산 집행을 촉구하는 단식과 108배를 진행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부담에 좌절하지 않고, 책임의식을 갖고 할 일을 해 나가겠다.

권중훈 국장: 오랜 기간 장애인활동가로, 자립생활을 이끄는 리더로 활동했다. 그렇지만 현재는 정치인이다. 만족하나, 또 어떤 점이 달라졌나.

이상호 의원: 25년 동안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개인이 아닌 조직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조직 활동에 익숙한데, 현재는 스스로 모든 것을 해야 된다. 처음 힘들기도, 외롭기도 했다. 서울시의회에서도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으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어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 그래도 나아졌지만.

권중훈 국장: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 같다. 힘들고, 외로웠던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이상호 의원: 예를 들어 100개의 민원이 들어온다면 혼자 다 처리하지 못한다. 이런 점을 이해해 주지 못하고 서운해 한다. 잠깐 ‘정치인은 자판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지난달 108배와 단식을 진행할 때 장애계로부터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많이 들었다. 뭐 순교자 흉내를 낸다, 정치적 양아치냐, 혼자 뜨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는 등 이런 말을 들었을 때는 진짜 눈물이 날 뻔 했다. 솔직히 다른 사람들이 그러면 상관하지 않았을 텐데, 장애계에서 이런 얘기를 하니까 인간적으로 고통스러웠다.

권중훈 국장: 지난해 6월 당선증을 받던 날 기억하나. 자립생활과 탈시설 쪽에 줄기를 잡고 시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잘 진행돼 가고 있다고 생각하나.

이상호 의원: 아직 판단할 상황은 아니다. 지금도 ‘우호적, 전향적인 입장이 발표되지 않았느냐’라는 평가가 있지만 이것에 대한 실효적인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믿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집중과 집착, 집념을 통해 실효적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권중훈 국장: 앞선 질문과 연관되는데, ‘2011년 서울시 예산’ 편성에서 장애인예산 증액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정확히 증액된 예산이 얼마인가.

이상호 의원: 증액·신규 예산은 약 320억원 가량 된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장애인콜택시 20억원, 활동보조서비스 200억원,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42억원, 전세주택 20억 등이다. 그 당시 무상급식 등 다른 이슈가 있는 상황에서 320억원을 통과시킨 것은 개인적인 노력보다는 서울시의회에 의거라고 생각한다.

권중훈 국장: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가 신규 및 증액 예산 집행을 두고 적법성 공방을 벌였다.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상호 의원: 서울시 공무원들을 집행부라고 얘기하는데, 이 집행부가 현재 예산과 관련해서 불법이라고 얘기를 하고 있다. 불법증액이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대법원 판결 이전에 의회를 통과한 예산은 최종적으로 유효한 것이기 때문이다.

권중훈 국장: 시의원이 108배와 단식을 하는 것은 흔치않은 모습이다. 이유는.

이상호 의원: 2012년 총선·대선이 치러지면 모든 관심이 선거로 집중될 것이고, 2013년이 되면 서울시의회는 후반기에 접어든다. 그땐 집행부가 의회에 대해 긴장하지 않고 ‘이제 불과 1년 남았는데 조용히 넘어가겠지’ 이런 판단을 하게 된다. 올해를 넘기면 자립생활이 후퇴되고, 고사되는 위기에 놓여 확실한 액션이 취해져야 된다고 생각했다.

권중훈 국장: 108배와 단식 중 오세훈 시장이 방문했고, 이후 바로 서울시가 ‘2011 장애인복지 향상 지원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해 108배와 단식을 중단했는데, 장애인복지 신규·증액 예산 거부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는가?

이상호 의원: 현재 집행 총량과 시기 등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예의주시해 나갈 예정이다. 108배와 단식으로 얻은 성과가 있다면, 장애인정책이 시설중심이 아니라 자립생활 중심이 돼야 한다고 서울시의회에 각인시키는 기회가 됐다는 점이다.

권중훈 국장: 예산 집행 시기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집행이 언제쯤 가능하다고 보는가?

이상호 의원: 적어도 7월부터는 집행돼야 한다. 공식·비공식적인 회동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만약 7월에 집행이 되지 않는다면 정당 차원, 전 장애계 차원, 전 시민사회 차원에서 적극적이고 강하게 대응하도록 할 것이다. 108배와 단식 수준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수준으로.

자립생활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비판과 관련 ‘비극’에 정책적 우선순위 두고 활동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상호 의원. ⓒ에이블뉴스

권중훈 국장: 너무 예산 이야기만 한 것 같다. 지난해 ‘서울시 중증장애인 자립생활지원 조례안’을 대표 발의해 관심을 받았다. 이 조례안은 지난해 12월 말 서울시의회 ‘제228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통과했고, 서울시가 1월 공포했다. 조례안으로 인해 어떤 것이 달라지나.

이상호 의원: 자립생활지원을 ‘하여야 한다’라고 강제조항으로 명시돼 있고, 이에 따른 필수적인 예산까지 포함하고 있다. 강제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자립생활이 보장된다.

권중훈 국장: 지금까지 활동을 보면, 자립생활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듯하다. 여타 다른 서울 지역 장애인 현안도 많은데,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다는 비판도 있을 것 같다.

이상호 의원: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고 활동하고 있다. 현재 활동보조인이 없어서 한 끼밖에 먹지 못하고 샤워는 물론 집 밖에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너무 많다. 통계를 보면 활동서비스만 주어진다면 74.3%가 시설에서 나오고 싶다고 한다. 이처럼 자립생활은 비극적인 일들이 많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비판과 관련 부탁을 드리고 싶다. 개인적으로 비난하고 비판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공개회장에서 얘기했으면 좋겠다. 간담회든 공청회든 불러주시면 언제든지 응하겠다. 잘못한 점이 있다면, 사죄드리고 수정해나갈 것이다.

권중훈 국장: 타 지방자치단체를 보면 ‘여성장애인 출산 지원금 지급 조례’ 등 귀감이 되는 조례들이 있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조례가 있다면, 앞으로의 활동 방향과 함께 설명 바란다.

이상호 의원: 현재 공무원의 활동보조 체험을 의무화하는 ‘서울시 장애인 인권증진 조례 개정안’을 준비할 예정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의 확대를 위한 ‘(가칭)서울시 도시 디자인 조례’ 등을 생각하고 있다. 이 조례에는 서울시가 주택이나 임차·임대사업 등 공공사업을 진행할 때 유니버설디자인으로 만드는 것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유형별 자립생활 토대 마련에 힘을 기울이겠다. 특히 지적장애인 및 정신장애인의 경우 장애인복지의 중심의제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관심의 폭을 넓혀 실효적 조치를 만들어 나가겠다.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고, 중심의제 중 ‘복지’라는 키워드가 다뤄질 것으로 보여 진다. 이때 장애계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정당을 떠나 장애인유권자 배가 운동, 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선거운동, 장애계가 추천(연합공천)한 비례대표의 국회 입성 등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

권중훈 국장: 마지막으로 독자 및 지지하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상호 의원: 장애계가 연합공천을 지원하고, 장애인 비례대표들을 평가하고, 투표를 독려하는 ‘의정지원단’을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장애계의 위력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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