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씨의 작품 '내인생에 가을이 오면'.ⓒ한국장애인개발원

“불의의 사고로 육신이 불편하고서부터 나를 굳건하게 붙들어 준 정신적 친구는 화선지와 먹, 그리고 붓이었다.”

‘제20회 대한민국장애인미술대전’ 2부(서예, 문인화, 전각, 서각) 대상의 영예를 안게 된 김영철(48세, 지체장애1급, 대구)씨에게 서예는 어느덧 삶의 의미가 돼 있었다.

그는 이번 미술대전에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라는 서예작품을 출품, “작가의 예술 활동과 삶의 희망을 진솔하게 표현한 철학이 담긴 작품이며, 고체와 궁체흘림의 점과 획, 장법 등이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기쁨을 얻기까지 쉽지만은 안았다. 그는 지난 1998년 집 2층에서 실수로 낙상, 우측편마비와 언어장애를 입었다. 당시 어린 두 자녀와 부인은 큰 충격을 받았다. 가장이 일을 하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이 찾아왔고, 혼자서는 거동이 힘들어 활동보조가 항상 뒤따라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중도장애인들이 겪게 되는 좌절의 시간도 있었지만, 가족들을 위해 이겨내야 한다는 마음을 굳게 먹고 지난 1999년 대구장애인복지관에서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서예를 접하게 된 것은 재활에 온힘을 쏟고 있던 2004년 대구장애인복지관이 어르신 프로그램으로 서예교실 및 사군자반을 진행하면서부터다.

가족들은 처음 서예활동을 시작한 것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재활에만 전념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점차 늘어가는 실력 덕분에 지역에서 진행된 공모전에 입상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자신감을 찾는 모습이 보이자 상황이 변했다.

가족들은 집에서 서예를 연습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먹 가는 것을 도와주거나 작품을 평가해주는 등 항상 곁에서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대구장애인복지관 서예교실에서 주2회 2시간씩 연습하고, 서예학원에서 주2회 2시간씩 서예를 배웠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손에서 붓을 놓지 않았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제20회 대한민국장애인미술대전’ 2부 대상을 거머쥔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란 작품이 탄생하게 됐다.

그는 소감을 통해 “일생에 단 한번 들을 수 있다면 여한이 없을 영광스런 소식”이라고 기뻐하며, “장애인미술대전에 작품을 출품할 수 있도록 옆에 힘이 되어준 가족들, 그리고 대구장애인복지관에서 서예를 가르치는 이영숙 선생님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서예를 시작하면서 머리가 정서적으로 맑아지고, 몸가짐이 단정해졌으며, 삶의 보람도 다시 찾게 됐다. 향후 작품에 삶의 의미를 담아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뒤 “몸이 불편해도 자신에게 맞는 취미를 찾아 하나만 꾸준히 한다면 언젠가 성과를 이룰 것”이라며, 중도장애로 힘들어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김영철씨는 오는 24일 오후 2시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 제1전시실에서 열리는 ‘제20회 대한민국문학상·미술대전 시상식'에서 대상과 함께 상금 300만원을 수여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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